아기는 밤낮없이 그곳에 버려지고 있다
아기는 밤낮없이 그곳에 버려지고 있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6.27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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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에도 베이비박스 생겨···찬반논란 재점화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특별기획] 갓난 아기를 버리는 나라

 

아기를 버릴 수 있는 장소, ‘베이비박스’.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다. 아동 유기는 명백한 범죄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는 것도 똑같은 아동 유기 행위다. 그러나 ‘아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베이비박스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이렇게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베이비박스를 통한 유기 아동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또 다른 베이비박스가 생겨났고, 이 베이비박스를 통해서도 아기들이 버려지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찬반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4시경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에 위치한 새가나안교회에 ‘삑삑~’ 소리와 함께 붉은색 경광등이 울리기 시작했다. 교회 입구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왔다는 신호다. 소리에 놀라 달려 나간 교인들이 베이비박스 문을 열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누워 있었다. 교회 저편으로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넣고 재빨리 도망가는 젊은 부모가 있었다. 환한 대낮, 그렇게 아기는 부모에게서 버려졌다. 이곳에 베이비박스에 설치된 후 일곱번째 아이가 들어오던 날의 모습이다.

 

새가나안교회 박형기 전도사는 “오후 예배가 끝날 무렵이었는데, 소리를 듣고 나갔더니 아이를 넣고 도망가기 바쁘더라. 부모들이 젊어서 담력이 커서 그런지, 밤이고 낮이고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갖다놓고 간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 서울에 이어 군포에도 ‘베이비박스’···벌써 8명 버려져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이어 두 번째 베이비박스가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새가나안교회에 생겼다. 사진은 새가나안교회 1층에 상하단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베이비박스로, 교회 관계자가 상단 베이비박스에 두툼한 수건을 펼쳐 가지런하게 놓고 있는 모습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이어 두 번째 베이비박스가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새가나안교회에 생겼다. 사진은 새가나안교회 1층에 상하단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베이비박스로, 교회 관계자가 상단 베이비박스에 두툼한 수건을 펼쳐 가지런하게 놓고 있는 모습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박스는 ‘버려진 아기들을 추위나 고양이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취지로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에 2009년 12월 처음 만들어졌다. 그러나 부모들이 아기들을 무책임하게 버리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 결국 버려진 아기들은 양육시설로 가서 생활한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며 최근 몇년 동안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가나안교회는 지난달 교회 입구 오른쪽 한편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전국적으로 두 번째 베이비박스가 생겨난 것이다. 지자체는 베이비박스 설치를 극구 반대해왔지만, 베이비박스가 불법시설이라는 근거 법령이 없기에 막지 못했다. 두 번째 베이비박스에는 5월 초부터 현재(6월 25일)까지 총 8명의 아기가 버려졌다. 아기를 버리러 왔다가 교회 관계자와 상담을 한 후 다시 되돌아간 경우가 두 차례 있었다. 베이비박스 주변은 아파트들로 둘러쌓여 주민들의 통행이 잦은 곳이지만, 아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박 전도사는 “설치된 뒤 5월 한 달 간 1명만 들어왔었는데, 요즘들어 아기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매스컴에 다 나갔다는 얘기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교회는 3층 아기 보호실에 침대 두 개와 기저귀, 물티슈, 분유, 젖병 등 아기용품을 구비해놓고 있다. 아기 보호실, 기도실 등 네 곳에서는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놓이면 벨과 붉은색 경광들이 울리도록 해놓았다. 언제라도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올지 모르니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려진 아기들은 교회에 없다. 아기를 버리는 부모 대부분은 베이비박스가 아기의 양육을 책임져줄 것으로 생각하는데, 교회가 하는 역할은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오면 112에 신고하고 경찰들이 올 때까지 단 몇 시간 맡고 있는 것이다. 이후 아기들은 전반적인 검진이 가능한 안양시 평촌 한림대성심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로 가게 된다.

 

박 전도사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아기를 받아서 112에 신고해 넘기는 것이다. 병원 진료가 필요할 수 있으니까 바로바로 병원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일시보호소로 보내진 아기들은 길게는 3개월 이상까지 보호소에서 생활하며 양육시설에 배치되기만 기다린다. 예상치도 못하게 유기아동이 늘어나면서 보호소는 아기들이 머무를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 관계자는 “베이비박스 아기들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보호소에 3개월도 머무를 수 없고, 다른 시설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에 없었던 기아들이 이 정도로 들어오니 정신없다”고 토로했다.

 

◇ “베이비박스로 아기 살리겠다” VS “유기의 합법화 조장, 막아야”

 

교회 측은 지금 당장은 버려진 아기들을 돌봐줄 수 없지만, 앞으로 복지재단을 설립하고 그룹홈, 입양 등을 통해 베이비박스 아기들을 돌보겠다는 계획이다.

 

새가나안교회 임병철 부목사는 “베이비박스는 일단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로 설치하게 됐는데, 단순히 생명을 살리는 것을 떠나 아기들을 사회적, 국가적으로 전인적인 교육을 시켜서 훌륭한 인물로 키우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이비박스가 실제적으로 버려진 아기들을 돌보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두고봐야 할 상황이다. 우선 베이비박스가 아동 유기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실제 아기를 제대로 돌봐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냐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군포시 관계자는 “군포시는 유기 아동이 1년에 1명 있을까 하는 지역이었다. 근데 서울 관악구처럼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지역이 되면서 유기 아동이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며 “이렇게 버려진 아기들은 입양도 어려울뿐더러 지자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오히려 많이 없어진다”고 염려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교회에서는 복지시설이나 재단을 만들고 그룹홈을 통해 아기를 케어하겠다고 하는데,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은 정상적으로 일시보호소를 거친 후에 시설 등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교회 자체적으로 베이비박스 유기 아기를 돌보거나 입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베이비박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박스가 계속 설치되는 것은 유기의 합법화를 조장하는 것이다. 더 이상 베이비박스가 확대되고 아동유기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는 사람은 아기를 살리고 싶고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다. 부모가 기를 수 있는 아기들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다는 것”이라며 “베이비박스가 아니라, 부모가 아기들을 직접 키울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베이비박스 후(後) 캠페인은?

 

후 캠페인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의 건강한 성장과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아기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제2의 부모, 후견인을 발굴하여 결연 매칭을 해드리는 캠페인입니다. 시설에서 약 20년간 생활하다가 만 18세가 되면 자립연령이 되어 시설에서 퇴소를 해야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한 아이당 10명의 후견인을 결연하여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아동복지 66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최대 아동복지전문기관으로, KBS사랑의 리퀘스트를 함께 방송하며 국내외 아동의 생존, 교육, 발달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문의: 02-325-2257 일시후원계좌번호: 국민은행 6585901-1003818 (예금주: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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