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임신 36주차인 임신부 A씨는 지난 7일 남편과 함께 백일해 예방접종을 맞았다. 임신 전 지독한 독감으로 고생했던 터에 아이도 혹여 독감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다. A씨는 "독감이 심하게 걸린 적이 있었는데 성인인 나도 죽다 살아날 정도로 힘들었다"며 "나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백일해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일해는 백일동안 기침을 한다는 뜻으로, 전염성이 매우 높은 호흡기 질환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세계의 여러 국가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가 백일해에 걸리면 더욱 치명적이다. 심한 기침은 물론, 구토 발생, 무기폐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고 심지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영유아 백일해는 주로 부모나 형제와 같은 가족원들로부터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예방접종을 통한 사전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산불도 예방! 바이러스나 세균도 예방! 건강도 예방이 최선의 길이다."
유병욱 순천향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베이비뉴스(대표이사 최규삼)가 23일 오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 문화홀에서 개최한 '제113회 맘스클래스' 강사로 나서 '우리 아이 안심숨결을 위해 엄마가 꼭 알아야 할 예방접종'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번 클래스는 베이비뉴스가 글락소 스미스클라인(대표 김진호, GSK)와 함께 지난 4월부터 백일해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안심숨결, 엄마가 먼저'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LG전자, 신세계백화점, 아티카스튜디오 등이 아이들이 안심하고 숨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해 후원했다.
유병욱 교수는 MBC 뉴스 '국모닝 닥터', KBS '비타민' 등 다수의 의학 방송 프로그램에서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건강정보를 전해온 가정의학 전문의로, 이날 특강에 참석한 300여 명의 예비맘에게 백일해의 위험성과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일러줬다.
유 교수는 "8~10주된 태아는 면역체계가 전혀 없고, 엄마와 몸이 하나인 상태일 뿐"이라며 "엄마 뱃속에서 점점 자라면서 엄마가 주는 영양분과 면역성분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아기는 갓 태어났을 때도 본인이 갖는 면역은 없다"며 "오직 엄마가 주는 모유의 성분과 모체의 면역만 받고 성장하므로, 엄마는 임신할 때부터 자신의 면역체계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질병에 대한 면역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백신이 있다. 백신을 받아 들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일 수 있으나, 깨끗한 물과 백신 중 인류의 생명을 더 많이 구한 것은 백신"이라며 "특히 5세 미만 영유아, 임신부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른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근래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 백일해 집단발병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국내 백일해 발병 현황 그래프도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흡' 하는 소리, 발작,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 14일 이상의 특징적인 기침 양상을 보인다. 무호흡, 정맥증까지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치명적이다.
성인이 백일해에 걸렸을 경우에는, 2~3주 정도 지나면 차츰 호전된다. 성인의 기관지는 직경이 넓고, 기관지 연골이 단단해 기침을 해도 그리 문제가 없다. 반면, 아기는 기관지가 좁을 뿐더러 기관지의 연골도 약하다. 때문에 아기가 기침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기관지가 점점 좁아져 몸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백일해에 걸린 아기는 산소 부족으로 100명당 1명꼴로 경련이 일어나고, 5명 중 1명꼴로 폐렴에 걸린다. 또한 2명 중 1명은 무호흡 증상이, 300명 중 1명은 뇌병증이 발생한다. 심지어 100명 중 1명은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유 교수는 "백일해는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다"며 "백일해로부터 아기를 지키기 위해 부모부터 백일해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아기에게 백일해를 감염시키는 주범은 아기와 가장 많이 접촉하는 '엄마'"라며 "임신 27~36주 사이에 백일해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유 교수는 "가장 큰 세균의 소스가 '엄마'이지만, 아기와 접촉하는 아빠, 할아버지, 형제자매, 산후도우미, 육아시설 종사자까지도 백일해 감염원"이라며 "아기 주변인들은 백일해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 교수는 "엄마의 면역체계가 튼튼하면 아이의 면역체계 역시 튼튼하다"며 "아기를 위해 유기농 음식, 비싼 유모차 등을 사주는 것도 좋지만, 백일해 백신을 아기에게 제일 먼저 선물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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