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많은 체벌, 부모 화풀이 되기 십상
부작용 많은 체벌, 부모 화풀이 되기 십상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4.12.0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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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인 매, 아동학대로 발전할 가능성 높아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많은 이들이 처벌(處罰)과 체벌(體罰)을 동일시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다르다. 행동의 빈도를 낮추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통틀어 처벌이라고 한다면, 체벌은 아이에게 매를 드는 것처럼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방법을 의미한다. 결국 체벌은 처벌의 한 종류일 뿐이다.

 

체벌은 그 자체로 부정적이고 불쾌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하지만, 체벌보다 더 큰 의미인 처벌은 그렇지 않다. 아이를 위해 꼭 필요할 수 있는 행동 통제 방법이다. 야단을 치거나 매를 드는 것은 처벌의 한 방법일 뿐이지, 그 자체가 처벌은 아니다. 행동의 빈도를 낮출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이든 처벌이 된다. 행동 수정에서 사용하는 처벌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먼저 체벌(physical punishment)은 아이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방법으로 처벌의 대표적 방법이지만 부작용도 가장 크다. 체벌을 사용하려면 분명한 기준과 이유, 방법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벌은 부모의 화풀이가 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체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매를 들 경우 그 강도가 점점 세져서 결국 아동학대로 발전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는 체벌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들이 자녀에게 회초리를 들었다가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체벌이 아이들을 신체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라면 언어적으로 압박하는 방법도 있다. 보통 부모님들은 잔소리나 야단을 치는데, 뒤통수에 대고 하는 잔소리나 야단치는 것은 효과가 적다. 아이에게 언어적으로 제지를 하려면 강력한 경고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 두 팔로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양팔을 꽉 잡은 다음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하면 안 돼!”라고 강하게 말한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의 몸을 강하게 제지하면 불편해 한다. 부모가 두 눈을 쳐다보면서 강하게 말한다면 아이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면서 행동을 멈추게 된다.

 

타임아웃(time-out)이라고도 하고 생각의자로 불리는 방법도 있다. 일정 시간 미리 정해 놓은 의자에 앉아있게 한다. 시선을 벽으로 향하는 것이 보통이다. 주된 목적은 아이를 일정 시간 동안 활동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교실 뒤나 복도에 서 있게 하기도 한다. 이것이 무슨 처벌이 될까 싶지만,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는 것을 힘들어 하지 않던가.

 

몇 분이나 타임아웃을 시켜야 할까? 처음에는 아이의 나이(분)만큼 시작하되, 효과가 적으면 1분씩 늘일 수 있다. 타임아웃을 실시할 때 주의할 점은 절대로 돌아다니거나 장난을 치게 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돌아다니거나 장난을 칠 경우 시간을 추가하도록 한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타임아웃과 정반대로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처벌도 있다. 먼저 과잉교정(overcorrection)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원래 상태로 돌리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벽에 낙서를 했을 때 그 낙서를 지우게 하는데, 이 때 자신이 하지 않은(과잉) 낙서까지도 지우게 할 수도 있다. 바닥에 음식을 흘리는 것을 치우게 하거나 어질러놓은 물건을 치울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낮은 확률 행동(low probability behavior)은 평소에 잘 하지 않은 행동(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시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는 지각한 학생에게 교문에서 본관까지 오리걸음을 시키기, 숙제를 안 한 학생에게 화장실 청소시키기 등이다.

 

타임아웃, 과잉교정, 낮은 확률 행동은 아이가 부모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못할 정도로 어리거나,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 경우라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아이의 나이와 발달 수준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아이에게 어떤 자극이나 행동 과제를 ‘제시’하는 정적 처벌(positive punishment)이다. 이와 반대로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자극이나 기회를 ‘제거’함으로 어떤 행동의 빈도를 낮출 수도 있다. 이를 부적 처벌(negative punishment)이라고 한다. 어떤 자극을 제시(정적)할 때 행동이 감소(처벌)한다면 정적 처벌이고, 반대로 어떤 자극을 제거(부적)할 때 행동이 감소(처벌)한다면 부적 처벌이다.

 

어느 날 큰 아이가 “킁킁”이라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쁜 습관이 될 것 같아, 이를 없애려고 2주 동안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다. 지적도 하고, 혼내기도 하고, 다른 방법도 제시했다. 그러나 허사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문득 부적 처벌을 사용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지금부터 5분 동안 ‘킁킁’ 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빠가 업어줄 거야. 일종의 게임인거지.”

 

당시 아이는 나에게 자주 업어 달라고 했었고, 나는 아이가 원할 때마다 업어주고 있었다. 부적 처벌을 사용하려면 이처럼 아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거나 누리고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아이는 게임이라는 말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고 타임워치를 사용해서 5분을 카운트했다. 아이는 목의 간지러움을 참으면 시간만 쳐다보았다. 만약 참지 못하고 “킁킁” 소리를 냈다면 이렇게 말했다.

 

“어떡하지. 아빠도 업어주고 싶은데, 게임에서 졌으니 그럴 수가 없네. 그럼 이번엔 4분으로 줄여서 다시 해볼까?”

 

아이는 흔쾌히 동의하고 게임은 다시 시작되었다. 만약 약속한 시간 동안 소리를 내지 않으면 함께 “성공!”을 외치면서 업어주었다. 내가 제안하기도 전에 아이는 또 다시 게임을 하자고 했고, 나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럼 이번에는 1분을 더해보자.”

 

중요한 점은 어떻게든 아이가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공할수록 아이는 자신이 평소 누리던 것을 그대로 누릴 수 있게 되고, 실패하면 그것을 빼앗기게 된다. 사람은 이득의 기쁨보다는 손실의 고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것이 바로 부적 처벌이 효과적인 이유다. 그 결과 무려 2주 동안 지속되던 “킁킁”은 불과 이틀 만에 사라졌다!

 

게다가 정적 처벌은 아이에게 어떤 자극(보통 싫어하는 신체적, 언어적 자극)을 가하거나 무언가(보통 하기 싫어하는 활동)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처벌을 하는 부모나 받는 아이 모두 스트레스를 적지 않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적 처벌은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거나 누리고 있는 것을 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적 처벌보다는 서로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 있는 유익도 있다.

 

부적 처벌의 또 다른 예는 편식을 하면 식후 간식을 주지 않는다든지, 해야 할 일을 미루면 노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부적 처벌을 사용하려면 평소 아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자극이나 기회가 많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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