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픽] 부모표 머리깍기
[육아픽] 부모표 머리깍기
  • 사진가 양희석
  • 승인 2014.12.26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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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로망실행은 질책으로 끝났다

[연재] 양희석의 육아픽

 

요즘도 가끔 놀자 엄마는 “ 미용기술을 배워서 내가 직접 놀자 머리를 깍아주고 싶어. 자기도 깍아줄까?”라는 이야기를 한다. 놀자가 돌이 되기 전에는 집에 있는 가위를 이용해서 다듬어주기는 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길어지자 더 이상 자체 해결이 불가능해 미용실을 이용해오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선 이미 안하겠다고 정리한 ‘직접 머리 깍아주기에 대한 로망’이 아내 마음엔 잠재해 있다가 지금까지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기술과 장비는 없고 직접 깍을 용기도 없던 어느 날, 놀자와 또래인 아이가 있는 친구집을 방문했다. 그 친구 (그 친구는 직접 아이의 머리를 깍아주는 멋진 아빠)의 “놀자 머리 깍을 때가 되었네. 내가 깍아줄까?”라는 소리가 왜 이리 매혹적으로 들렸던 것일까. 아마 내가 실행하지 못하는 직접 머리깍기에 대한 로망 때문인 듯 했다.

 

아빠의 한 순간의 결정으로 놀자는 발가벗고 무서워 하는 표정으로 바리깡 앞에 앉았다. 약간의 머리카락 찝힘이 있었지만 무사히 머리깍기는 끝났고,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도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하지만 다음날 놀자의 머리를 본 장모님. “애 머리에 뭔짓을 한건가”라고 책망하시며 놀자를 미용실로 데리고 가셨다.

 

나의 로망을 실현시켜줄 대리인인 친구가 들고 있는 바리깡 앞에 맨몸으로 앉아 있는 놀자의 모습. ⓒ양희석
나의 로망을 실현시켜줄 대리인인 친구가 들고 있는 바리깡 앞에 맨몸으로 앉아 있는 놀자의 모습. ⓒ양희석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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