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신화준 기자】
초등 5학년인 혜령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 영어 단어 외우기 숙제를 해야지. 그리고 영희하고 학원에 갔다 오고, 저녁 먹은 다음에 수학 숙제를 하자. 그러고 나서 게임을 한바탕해야지!'
혜령이의 생각은 모두 언어로 진행되고 있다. 생각할 때에만 언어를 쓰는 것도 아니다. 생각한 것을 실제로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혜령이는 끊임없이 언어를 사용한다.
'애플의 스펠링은 에이 피 피 엘 이.'
'가로 5미터, 세로 8미터를 곱하면, 오팔은 사십……. 넓이는 사십 제곱미터.'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 중국의 수도는 북경,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아이는 뭔가를 하겠다고 마음먹을 때에는 물론이고 그 마음을 실행할 때에도 언어를 쓴다. 이와 함께 학습 결과인 지식을 표출할 때도 언어가 쓰인다. 그러니 공부 잘 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의 언어력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그렇다면 언어력을 어떻게 향상시킬까.
최근 육아서 '내 아이를 위한 타이밍 육아'를 펴낸 오영주 박사는 끝까지 공부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언어력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언어력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4대 언어 유형을 구사하는 능력이다.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이해할 때에는 듣기 능력이 쓰이고, 글을 읽고 이해할 때에는 읽기 능력이 쓰인다.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표현할 때에는 말하기 능력이, 숙제할 때는 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언어의 유형에 따라 그 언어를 담당하는 뇌 부위도 다르다. 듣기는 청각 피질(측두엽)에서 , 말하기는 언어 피질(측두엽, 전두엽)에서, 읽기는 시각 피질(후두엽), 쓰기는 운동 피질(후전두엽)에서 담당한다. 그리고 이 모든 유형이 작동할 때마다 전전두엽의 사고 피질도 늘 관여한다는 것이다.
오 박사의 말에 따르면 언어의 유형마다 담당하는 뇌 부위가 다르다는 말은 그 부위가 언제 발달하는지에 따라 특정 유형의 언어도 발달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어느 부위의 뇌가 발달하느냐에 맞춰 해당하는 유형의 언어를 길러 주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 박사가 말한 유형별 언어 발달 타이밍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 듣기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하는 시기: 생애 첫 일 년간
아기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발달하는 뇌 부위는 청각 피질(측두엽)이다. 청각 피질에서는 생후 첫 일 년간 듣기 신경회로가 연결된다. 따라서 아기에게 명확하고 정확한 소리,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들려주어 듣기 회로가 잘 형성되게 해줘야 한다.
◇ 말하기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하는 시기: 태어난 후부터 만 여섯 살까지
언어 피질은 영아기~유아기에 발달한다. 특히 생애 첫 1~2년 동안에는 아기가 입술을 움직이고 혀, 치아, 잇몸, 성대를 움직여서 사람이 내는 말소리를 입으로 흉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말하기 신경회로가 연결된다.
그런데 말하기 회로가 연결되려면 소리를 듣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기는 소리를 들어 보아야 그 소리를 흉내 낼 수 있다. 그래서 청각 장애 아기들은 생애 초기에 입으로 구구거리고 옹알이를 하지만 그런 소리를 스스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듣기 회로뿐 아니라 말하기 회로도 연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귀가 정상이라도 사람의 말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아기는 말하기 신경회로가 연결되지 못한다.
◇ 읽기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하는 시기: 만 세 살 이후
글자를 보는 시각 피질(후두엽)은 생애 첫 6개월 사이에 거의 다 발달한다. 그러니까 아기는 생후 6개월만 지나도 글자를 잘 볼 수 있다. 그러나 글자를 본다고 해서 아이가 글자를 읽거나 글의 뜻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게 무슨 글자인지 무슨 뜻인지 알려면 전전두엽이 발달하는 만 세 살은 되어야 한다. 전전두엽은 만 세 살부터 열두 살 사이에 거의 다 발달한다. 따라서 글자를 그냥 읽는 능력은 만 두세 살이면 길러 줄 수 있으나, 읽은 글자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만 세 살은 넘어야 한다.
◇ 글쓰기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하는 시기: 만 네 살부터 초등기
연필을 잡고 글자 모양대로 따라서 쓰는 글자 쓰기 능력(운필력)은 소근육 운동 기능이 발달한 만 네 살은 넘어야 가능하다. 다만 이때는 그저 글자를 쓰는 능력만 길러주면 된다. 자기의 생각과 지식을 쓰는 진정한 의미의 작문력은 적어도 만 6~7세는 넘어야 길러 줄 수 있다.
글은 남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전개되어야 하는데, 이런 논리적 전개력은 사고의 뇌, 전전두엽이 성숙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극도의 논리성을 필요로 하는 논술을 쓰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글은 고차원적 사고가 가능한 초등 5학년은 넘어야 제대로 쓸 수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대학 입시에서 논술을 요구한다 해도 초등 저학년 아이에게 논술, 논설문을 쓰라고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논술이 아니라도 아이들이 쓸 만한 글 유형은 많다. 초등 저학년 아이에게 적합한 글쓰기 유형은 일기문, 감상문, 기행문, 독후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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