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들 등하굣길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 건설 '논란'
[단독] 아이들 등하굣길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 건설 '논란'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06.22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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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동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통학길에 건설 중 지역주민들 "아이들 생명 위협...즉각 철회해야" 반발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3동 신원초등학교와 병설 유치원, 곰달래어린이집 통학로 주변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이들의 안전한 보행권리에 침해가 우려된다는 학부모들의 플래카드가 내걸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신원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3동 신원초등학교와 병설 유치원, 곰달래어린이집 통학로 주변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이들의 안전한 보행권리에 침해가 우려된다는 학부모들의 플래카드가 내걸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신원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어린이들이 등하교하는 길에 드라이브스루를 건설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드라이브스루는 차 안에서 음료를 주문해서 받을 수 있는 점포로, 매장 주변을 자동차가 돌아서 나가는 구조다.

 

논란이 된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는 서울 양천구 신월3동의 대로변에 들어설 예정이다. 신월나들목으로 나가는 왕복 8차선 도로를 바로 앞에 두고 있어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맥도날드는 일찌감치 신월나들목을 중심으로 드라이브스루 2개점을 오픈했다.

 

문제는 이곳이 어린이들의 등하굣길이라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병설 유치원이 있는 신원초등학교로부터 100m도 채 되지 않는 골목길 초입에 세워졌다. 맞은편에 직전 거리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구립 곰달래어린이집이 있다.

 

특히 스타벅스 앞에는 신월 1동과 3동을 잇는 횡단보도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횡단보도는 신월 1동과 3동에 사는 어린이들의 주요 통학로이다. 신월 3동에는 신원초등학교와 병설 유치원이, 신월 1동에는 곰달래구립어린이집이 있어서 길 건너에 있는 교육기관을 다니는 아이들은 매일 같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드라이브스루가 완성되면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어린이와 스타벅스를 찾는 자동차가 끊임없이 맞닥뜨리게 된다. 스타벅스로 자동차가 진입하는 곳은 횡단보도 바로 옆이고, 스타벅스에서 자동차가 나가는 곳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내려오는 골목과 인접하게 된다.

 

아이들은 사거리에서 스타벅스로 들어오는 차량, 음료를 사서 나가는 차량, 골목길을 이용하는 주민 차량 등 사방에서 오가는 차량을 피해 걸어야 한다.

 

신원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운영위원회 김경아 운영위원장은 "그 골목은 유치원생과 학부모, 유치원 선생님 등 많은 사람이 다니는 곳이다. 거기에 드라이브스루가 들어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곰달래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한 학부모도 "어린이집에 갈 때 건너는 횡단보도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걱정"이라며 "지금도 위험하지만 아이들이 자라서 혼자 학교에 다니는 나이가 되면 통학로를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드라이브스루 통로로 사용하게 되는 골목길은 폭이 4m가량으로 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다. 드라이브스루는 이 골목의 일부를 보행자와 같이 사용한다. 현재 현장에는 공사 중임을 알리는 울타리가 있는데, 건물이 완공되면 울타리가 제거될 예정이다. 차가 다니는 길과 보행자가 다니는 길 사이에 안전장치가 없는 셈이다.

 

신원초등학교 권현경 운영위원장은 "골목을 내려오던 아이들이 대각선으로 횡단보도로 갈 수 있다.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는 차량을 막아줄 외벽이 없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아이들은 시야가 좁고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데, 커피숍으로 달려오는 자동차와 함께 아이들이 걷는다는 걸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걱정했다.

 

22일 신원초등학교와 병설 유치원 주변 현장을 찾았을 때, 아이들이 학교 교문 밖을 나서며 뛰어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 정문부터 횡단보도까지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아이들이 뛰면 가속도까지 붙게 된다. 아이들이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는 자동차들과 자칫 위험한 상황에 맞딱뜨리게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드라이브스루로 안전을 위협받고 불편을 겪는 건 비단 어린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신원초등학교 바로 옆에는 서서울호수공원이 있어 횡단보도와 골목길에는 공원을 가려는 지역 주민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공원에서 행사도 하는데 그러면 단체 손님까지 방문해 길이 매우 혼잡해진다"고 전했다. "평소 주말에도 자동차들이 줄을 서서 공원에 들어가는데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음료를 사려는 차량들은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라고 주민들은 내다봤다.

 

자전거나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의 안전도 걱정거리다. 스타벅스 바로 앞에 위치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자전거 이용자들이나 전동휠체어를 타고 공원으로 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보행자보다 빨리 이동하는 두 이동 수단의 특성을 고려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드라이브스루의 위험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학교 주변 200m 이내에는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영업점 건설을 규제하는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지난해 8월 발의한 바 있다.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시설은 교통 혼잡을 유발해 학생들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상당히 높다는 게 이유였다.

 

아이들이 위험해질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은 행동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18일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공사현장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신원초등학교 운영위원회
아이들이 위험해질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은 행동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18일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공사현장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신원초등학교 운영위원회

 

이런 상황을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알게 된 건 이달 초다. 별도의 안내가 없었던 탓에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고, 건물의 모양새가 드러난 뒤에야 드라이브스루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학부모와 지역 주민은 행동에 나섰다. "드라이브스루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신원초등학교 학부모와 신월 1·3동 주민은 지난 18일 오전 8시 30분경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공사현장 앞에서 팻말을 들고 시위까지 벌였다. 구청과 경찰 등 관련 기관에는 민원을 넣었다. "아이들 생명 위협하는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가 웬 말이냐!"는 문구를 새긴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양천구청과 스타벅스 측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2주 전 구청 공무원과 스타벅스 관계자, 학부모들이 현장을 함께 점검했고, 23일 오전에는 스타벅스와 학부모 대표가 만나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구청의 허가를 받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매장을 짓게 된 것"이라면서도 "아직 시공 중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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