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직장인 임산부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직장인 임산부입니다
  • 기고 = 윤은혜
  • 승인 2015.07.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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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임신 16주의 직장인 임신부 윤은혜 씨

[특별기고]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 가장 힘들고, 가장 조심해야하는 시기, 임신초기

 

임신의 기쁨도 잠시. 밀려오는 입덧의 고통은 앞으로 다신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말 괴롭다. 앞으로 입덧을 겪어보지도 않은 이가 나에게 ‘입덧 힘들었어요?’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속으로 그렇게 대답할 것 같다. ‘네가 한번 겪어봐라. 입덧이란 단어가 그렇게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이 녀석아!’

 

누군가는 출산의 고통보다 입덧의 고통 때문에 둘째 갖기가 겁난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입덧 하나만으로 괴롭고 힘든 날들의 연속이지만 직장인 임산부는 출근도 해야 하고 직장에서 눈치도 봐야한다. 그리고 유산의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에 몸조심 또 몸조심이다.

 

두어달 가량을 입덧하며 직장생활 하다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사표생각이 정말 간절해진다. 하지만 병원 갈 때마다 지불하는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생각하면 이를 악물고 다녀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뉴스펀딩 1화에서 다루었듯이 임신과 출산은 현실이다!

 

출근길에 지옥철 지하철 2호선에 모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내 몸을 끼워 넣고 겨우 서서 가지만 다리에 힘은 자꾸자꾸 풀려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다.

 

그때부터 나는 자리에 앉아있는 하늘하늘 거리는 치마 입은 젊은 여성들, 말끔하게 차려입은 수트 차림의 남자들을 째려보게 된다. 정말이지 내 몸이 부서질 것같이 힘드니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얄미워 보일수가 없다. 보건소에서 준 임산부 배려카드를 아는 사람보단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티가 나지 않는 임산부라 아무리 배려카드를 달고 다녀도 양보해주는 이는 없다. 지하철에서 나오는 안내방송 ‘티가 나지 않는 임산부를 위해 배려해 달라’는 방송이 정말 무색해진다.

 

지옥 같은 출근길을 지나 사무실 책상 앞에 앉는다. 이미 내 몸은 지쳤고, 얼굴은 반쪽이 됐다. 하지만 일해야 한다. 임산부니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조그마한 실수에도 눈칫밥 먹을 수 있다.

 

하루 종일 빈속이면 빈속이라 속이 울렁거리고, 뱃속에 음식물이 들어가면 음식물 때문에 속이 울렁거린다.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보고자 냄새나지 않고, 소리 나지 않는 간식들을 조금씩 챙겨오지만 그마저도 소용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목구멍에서 음식물이 넘어가야 삼키기라도 하지... 이렇게 먹는 음식이 없으니 온몸엔 기운이 하나도 없고 살은 쪽쪽 빠진다. 수액의 힘을 빌려 하루하루를 버텨야 한다. 침대에 누워 한숨 푹 자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직장인 임산부는 기운 없다고 마냥 늘어져 있을 수만은 없다.

 

임신이라는 것은 한 생명을 잉태하여 낳는 숭고하고 축복받는 일이지만 임산부 직장인 엄마는 회사에서 짐짝취급 받지 않으려 힘든 몸으로 홀로 노력해야한다. 정부에서는 직장인 임산부를 위해 여러 다양한 정책과 제도들을 만들어 주었다.

 

◇ 직장인 임산부에게 배려 한 시간

 

정말 입덧 때문에 미칠 것 같을 때는 한 시간 아니 30분이라도 일찍 퇴근하여 지옥철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정말 살만 할 것 같다.

 

근로기준법 제 74조에 임신 후 12주 이내,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한다. 이를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도 아니 된다. 이 얼마나 필요한 정책이며 나 같이 입덧하는 직장인 임산부에게는 그 무엇보다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 직장인 임산부는 산부인과 예약도 전쟁!

 

요즘 산부인과는 주말에도 진료를 볼 수가 있다. 직장인 근로자에겐 그 무엇보다 기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주중에 눈치 보며 병원 가느니 속편하게 토요일, 일요일을 이용해서 정기검진을 받으러 다닐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기검진이란 것이 그 시기에 꼭 받아야하는 검진들이 있다. 기형아검사 같은 경우엔 그 때를 놓쳐버리면 받을 수가 없다. 그 주수에 해당되는 주말진료를 잡기위해 직장인 임산부는 예약창이 뜨자마자 수강신청 하듯이 빠른 속도로 예약을 잡아야 한다. 주말 진료는 경쟁(?)또한 치열하다.

 

근로기준법 제74조의2를 보면 임신한 여성근로자가 정기건강진단을 받는데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여 주어야 한다. 병원가기위해 연월차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용자는 이를 허락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필요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 협상해야죠!

 

입덧이 끝나갈 무렵이 되면 이제 어느 정도 정신이 든다. 슬슬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보려는데 직장인 임산부에게는 크나큰 산이 하나 더 남았다. 바로 회사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얼마나 줄 것인가... 눈치 보며 협상(?)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회사 창립 이래 임신한 직원이 처음이다. 곧 내가 선택하는 것이 회사 내의 선례가 되어 정착화 될 것이다. 밑의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받아낼 것이다! 어깨가 무겁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신 중의 여성근로자에게 출산 전과 후를 통하여 90일의 출산휴가를 주게 되어 있다. 또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1항에 따르면 근로자가 만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휴직기간은 1년 이내로 한다.

 

많이 보편화 되어있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정책인 것 같지만 이 제도를 한 번에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함께 사용해서 15개월을 쉴 수 있다면 정말 금상첨화이지만.. 3개월 출산휴가도 눈치 보면서 겨우 쓰는 임산부들이 태반이다. 3개월 된 핏덩이 아이를 집에 두고 나와야 하는 엄마심정을 얼마나 마음이 찢어질까. 그나마도 집에서 봐주실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린이집에 맡겨두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야 한다. 이 사회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엄청 강한 아이들로 키우기를 바라나보다. 100일도 안된 아이를 엄마와 생이별 시켜 사회생활을 하게하니 말이다.

 

다른 여느 출산과 관련된 정책 중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은 누가 뭐래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다. 그래서 가장 보편화되어 정착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근로자라면 당연히 사용할 수 있게 나라에서 만들어준 법과 정책이지만 현실에서는 이 당연한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엄청난 눈치를 보며 노력을 해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부터가 임산부를 위한 제도가 왜 필요한지 알지 못하는 현실에서 임산부는 홀로 치열하게 전쟁해야 한다. 본인도 처자식이 있으면서 부하직원이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쓴다고 얘기하니 눈도 쳐다보지 않고 짜증난다는 상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모든 제도를 누리는 것은 사치일까? 오너의 입장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한사람에 대한 업무공백과 대체인력 채용 등을 생각해야하니 말이다. 하지만 오너도 처자식이 있을 테고 만약 부하직원이 아닌 본인의 일이어도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건 딱 한가지이다. 뱃속에 있는 우리 꿈이가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나 엄마도 꿈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사회에서 엄마도 필요한 존재임을 알게 하고 싶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금전적인 문제로 회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법에서 정하여준 정책과 제도만 활용할 수만 있게 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자꾸 불러오는 배를 안고 눈치 보며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축복받으며 회사생활 할 수 있는 그날을 꿈꿔본다.
 
*현재 임신 16주의 직장인 임산부입니다. 뉴스펀딩 기사를 출퇴근길에 종종 보았는데 딱 저의 관심사의 연재 기사라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것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 많이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고 모집 안내] 베이비뉴스는 다음카카오와 함께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임신하기 두려운 나라, 임산부 응원 뉴스펀딩 프로젝트(http://bit.ly/1IxGTVn)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라는 주제로 원고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사로 실어 널리 알리고, 원고료도 드리겠습니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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