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남녀차별이 많이 없어졌다고들 말하지만 막상 실생활 곳곳에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특히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신부는 결혼 준비를 하며 생각치 못한 부분에서 남존여비 사상으로 왠지 모르게 언잖고 속상할 때가 많다.
예비신부들이 결혼준비하며 느끼는 남녀차별 어떤 것이 있을까?
▲ 졸지에 죄인된 부모님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지난 봄 양가 상견례를 했던 미연 씨는 상견례 날 남자친구 부모님 앞에서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딸 가진 죄'라는 말은 대체 어느 죽일 놈이 만든 말인지 '딸 가진 게 죄'라는 친청 부모님들은 연신 남자친구 부모님 앞에서 '우리 애를 잘 봐달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초·중·고등학교 공부 잘하고 대학도 명문대로 진학해 취업대란 시기에 좋은 회사에 떡 붙어 평생 자랑스러운 알파걸이었던 딸은 시집 가면서 졸지에 부모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미연 씨는 "대화의 내용이나 주도권이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상견례 후 남자친구 부모님의 차까지 배웅하며 인사하는 부모님을 보며 집에 돌아와 펑펑 울었다"며 상견례를 회상했다.
▲ 시댁은 '宅', 처가는 '家'
결혼준비를 하며 가장 크게 다가오는 남녀차별은 호칭이다.
남자의 집을 말하는 시댁은 남의 집이나 가정을 높여 이르는 한자 '집 댁(宅)'을 쓰는 반면 여자의 집을 말하는 처가는 '가문', '친족 집단'을 이르는 말 '집 가(家)'를 써 특별한 높임이 없다.
또한 남편의 집안 식구의 호칭도 △'시어머니(남편의 어머니)', △'시아버지(남편의 아버지)', △'아주버니(남편의 형)', △'아가씨(남편의 여동생)', △'서방님(남편의 결혼한 남동생)', △'도련님(남편의 결혼하지 않은 남동생)' 등 존칭이 붙는 반면 아내의 집안 식구를 칭하는 △'장모(님)', △'장인어른'는 그렇다치고 △'처제(아내의 여동생)', △'처남(아내의 남자형제)', △'처형(아내의 언니)'는 상대를 높이는 존칭도 없고 그 종류도 다양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한 여성인권 단체는 "여성부는 남녀차별 철폐를 위해 시집과 처가의 호칭부터 새로이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신부가 시댁에 보내는 선물 보따리 '예단'
'예단'은 예물로 바치는 비단이라는 뜻으로 통상적으로 신부가 시집올 때 시집에 보내는 결혼선물의 개념이다.
과거에도 신부는 시집올 때 시댁 부모님의 의복과 이불 등을 혼수로 해왔으며 시집오는 날은 폐백, 이바지, 큰 상이라는 다른 이름들의 음식을 시집에 보내 신부가 시집식구들에게 대접했다.
오늘날 예단문화 역시 여자가 결혼할 때 시부모님의 의복과 이불, 은수저 등을 선물하고, 결혼식 후 시댁어른들께만 인사드리는 폐백과 신혼여행 후 시집식구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바지 음식 문화로 자리잡았다. 특히 그도 모자라 요즘 현금으로 대신하는 예단비는 신랑의 일가 친척들에게까지 이불이나 예단비 등의 선물을 보낸다.
곱게 키운 딸을 시집보내며 딸의 시댁 어른들의 옷은 챙기면서도 막상 본인들의 옷은 예단비가 되돌아 온 봉채비라는 내 돈으로 직접 사입어야 하는 슬픈 문화까지 있다.
지난 봄 결혼한 새댁 순정 씨는 "예단비가 얼마나 되돌아 올지는 시댁 마음이다. 시어머니가 '원래 예단비는 안돌려줘도 할 말 없는 거다'라며 친정 부모님 옷 해입으시라고 커다란 선심 쓰듯이 돌려주시는데…. 결국 그거 우리 부모님 돈 아닌가?"라며 그릇된 예단비 문화를 꼬집었다.
최근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남녀차별적인 요소들이 많아 수정을 요구했다는 것처럼 결혼문화에서도 남녀차별적인 요소들이 수정돼야 할 때다.
정말 생각도 못할정도로 젖어있었나보여...
"댁"과 "가"... 그밖의 호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