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는 아빠의 책 읽어주는 요령
책 좋아하는 아빠의 책 읽어주는 요령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8.3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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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읽어주기보다 소통을 하세요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아마 요즘 아이 있는 집치고 방이나 거실 한쪽면을 동화책으로 도배하지 않은 집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좋은 책은 읽는 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세상의 온갖 지식은 물론, 권선징악적인 내용을 통해 도덕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 해야 할 행동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알려줍니다. 또한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며 감성과 정서적 안정감을 만들어 줍니다. 아이는 책을 통해 표현력을 배우고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 나갑니다. 전문가들은 책만 너무 많이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당장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엔터테인먼트에만 집중하는 현실에서 오히려 책을 멀리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지 책을 가까이 하는 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스스로 독서광이라고 자부할 만큼 책을 좋아하고 아이에게 많은 책을 읽어주려고 늘 생각하면서도 마음처럼 되지는 않네요. 다만 아빠의 책 읽는 모습이 아이에게 긍정적으로 와닿지 않을까 기대할 따름입니다. 

대신 잠자리에 들기 전, 책장에서 두어 권 가져와 베개 위에 머리를 맞대고 읽어줍니다. 예전에는 아빠가 책을 골라 줬지만 지금은 취향이 분명해서 "나는 이거 읽을 거야"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들고 옵니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면서 엄마가 불을 꺼버리면 "책 읽고 싶은데" 잉잉 합니다. 아직 글자는 읽지 못하지만 책을 좋아하기는 하나 봅니다.

 

아이에게 책은 다양한 놀이 도구이자, 소통의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안을 책으로 도배한다고 아이 스스로 책에 다가가지는 않습니다. 또한 전집보다 낱권으로 사주는 쪽이 더 좋다는 말도 있던데, 중요한 점은 '어떻게 활용하는가'이지, '어떻게 사주는가'는 아니겠지요.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려면 아이 혼자 책 보라고 하는 대신 엄마, 아빠가 옆에 같이 앉아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놀아야 재미있지, 혼자 놀면 금세 싫증나는 건 당연합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

​또한 책을 읽어줄  때에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국어책 읽듯 글자만 줄줄 읽고 페이지를 후딱후딱 넘긴 다음 "다 읽었다"하면서 책을 덮어버리면 아이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할 뿐더러 재미있을 리 없습니다. 솔직히 ​읽어주는 사람도 지루합니다. 책을 읽어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책으로 아이와 소통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딸아이와 책 읽기. ⓒ권성욱
딸아이와 책 읽기. ⓒ권성욱

우선 나와 아이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느낌으로 목소리 톤은 낮추고 천천히 읽어나가야 합니다. 물론 TV는 꺼야겠죠. 잔잔한 클래식을 배경음악으로 틀어주면 아이가 책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글자만 읽지 말고 그림에 대한 느낌도 같이 나누면서 가능한 다양한 대화를 풀어낸 다음에 책장을 넘겨야 합니다. 예전에 어떤 독서 프로그램에서 한 페이지에 적어도 5분을 할애한다는 엄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끝까지 읽는데 1분도 안 걸리는 책이라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나오는 장면을 가지고 아이와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가령, 배 그림이 나왔으면 "배가 나왔네. 우리 예전에 배 타고 제주도에 가봤지? 그때 기억나? 그런데 나은이는 배가 좋아? 비행기가 좋아? 아빠는 배가 더 좋은데. 배를 타고 가면 넘실넘실 파도가 치고 옆에는 고래가 이렇게 물을 뿜으면서 헤엄치는 거야. 나은이도 고래가 좋지?" 이런 식으로 얘기를 이어나갑니다. 그럼 아이는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 속에서 끝없는 상상력을 펼치면서 책에 빠져들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독서의 힘입니다.

 

진정한 독서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데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준다고 해서 상상력이 길러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수동적인 독서는 아이에게 틀에 박힌 생각을 강요하고 상상력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책은 단지 도구일 뿐입니다. 서로 소통하고 대화를 나눌 때 비로소 아이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갑니다. 또한 부모는 아이의 기분과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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