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먹거리로 만드는 이유식
병든 먹거리로 만드는 이유식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5.10.2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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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눈에 보이지 않는 식재료의 본모습

【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쇠고기(안심) 40g, 불린 쌀 6큰술, 다시마 5cm 길이 2장, 물 2컵, 생표고버섯 1장, 당근과 호박 각 한 조각, 참기름 1작은술.


안나(가명) 씨가 내일 만들 이유식 재료다. 반절 분량으로 나눠 ‘쇠고기 버섯죽’을 만들어 낮에 먹이고 저녁에는 ‘쇠고기 야채죽’을 해줄 생각이다.


안나 씨는 요즘 8개월 된 아들에게 매일매일 소고기를 먹인다. 육아 선배들의 얘기를 들으니 ‘세 돌까지 먹는 소고기는 다 성장으로 간다’고 하기에 아낌없이 주고 있다. 지금은 한 끼에 20g씩 두 번 해서 하루에 손바닥 반절 크기만큼 먹이는데, 이유식 완료기부터는 다른 엄마들처럼 하루에 손바닥만 한 크기까지 양을 늘릴 생각이다.


소고기를 매일 먹이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건 조금 부담이다. 수입산 소고기보다 비싸도 꼭 한우를 사고, 그중에서도 건강에 더 좋다는 무항생제 마크가 있는 소고기를 골라서 사기 때문에 부담이 좀 더 있는 편이다. 그래도 안나 씨는 아이가 세 돌이 될 때까지 이 방식을 꼭 유지할 생각이다. 아이의 건강, 발육 둘 중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이유식, 과연 안전한 먹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이유식, 과연 안전한 먹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 눈에 보이지 않는 식재료의 본모습


이유식 시기의 아이는 빨기만 하는 섭취 방법을 서서히 졸업하고 꼭꼭 씹어 삼키는 방법과 다양한 맛에 길들여지며 본격적인 성장·발달을 시작한다. 아이의 성장·발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엄마는 이유식에 많은 신경을 쓴다. 좋은 재료를 골라 건강하게 조리하기 위해 본인이 먹는 것보다 더 신경 써서 이유식을 만들곤 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좋은 식재료를 찾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가까운 마트에서 깨끗하게 잘 포장된 식재료들을 쉽게 살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재료가 키워지고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소비자는 전부 알 수가 없다. 앞선 안나 씨 경우처럼 무항생제 마크가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등 노력을 할 수는 있지만, 모든 엄마가 모든 식품의 생산, 유통 과정을 검증하는 표기나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상품을 구매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 이러한 정보마저도 누군가 나서서 가르쳐주지 않으면 평범한 소비자로서는 진짜 깨끗하고 건강한 상품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전혀 없다.


◇ 소고기≠단백질


머리카락 내 탄소 성분 연구의 대가인 미국의 한 화학 교수에게 평범한 한국인 두 명의 머리카락 실험을 의뢰했다. 머리카락의 주성분인 단백질을 구성하는 원소 중에는 탄소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분석해 평소 먹었던 음식의 정보를 알아내는 게 교수의 전문 분야였다. 실험결과 한 사람은 16%, 다른 한 사람은 34%의 옥수수 성분이 머리카락 내 탄소에서 검출됐다. 두 사람 다 옥수수는 일 년에 한두 번 먹는 게 전부였다.


이들의 머리카락에서 평소 먹지도 않았던 옥수수가 검출된 이유는 뭘까?


이 실험은 SBS스페셜 ‘옥수수의 습격’을 통해 방송된 내용이다. 취재진은 평범한 한국인이 먹이사슬을 통해 옥수수를 얼마나 섭취하고 있는지 조사하려고 이 실험을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앞서 분유 문제를 다룰 때 설명했던 것처럼) 옥수수를 직접 먹지 않더라도 우유나 계란, 혹은 이를 가공한 식품들을 비롯해 소, 돼지, 닭고기 등을 통해 우리 몸에 옥수수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게 방송의 골자였다.


우리(cage) 안에서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소고기는 오메가6와 지방의 과다 섭취 문제가 아니더라도 단백질 음식이 아닌 ‘지방음식’이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유식으로 매일 소고기를 먹이는 부모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부분이다.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소의 안심 등에서 포화 지방 함량을 분석하면 풀 먹인 소나 다른 가축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가 나온다. 옥수수의 습격 취재팀의 조사에서는 풀 먹인 소에 비해 옥수수 사료 먹인 소의 안심 부위 포화 지방이 최소 네 배 높았다. 지방이 제일 적어서 이유식에 주로 사용하는 안심에도 이미 포화지방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 GMO 옥수수 사료로 자라는 가축들


현재 우리나라의 축산 환경에서 옥수수 사료를 먹지 않고 자라는 소의 비중은 아주 적다. 몇몇 농가가 환경 단체 등을 통해 볏짚, 콩깍지 등 원래 소가 먹어야 하는 사료를 먹여 키운 소를 공급하고는 있지만 그 양이 전자와 비교하면 아주 적은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사료를 만드는 옥수수는 국내 대관령 등지에서 생산되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외국에서 수입된다. 세계적인 논란거리인 유전자변형 작물, ‘GMO 옥수수’가 그 주인공이다.


962만 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밝힌 지난해 우리나라의 GMO 옥수수의 수입량이다. 8할 이상은 사료 등을 위한 농업용으로 쓰인다는 게 센터의 분석이다. 소를 비롯해 돼지, 닭, 오리 등 축산물에 쓰이는 것으로, 수입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료용 GMO 작물 수입량은 세계 2위다.


점점 늘어나는 인구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탄생된 GMO 작물은 스스로 해충을 쫓을 수 있을 만한 강력한 독성을 가졌다. 제초제, 병해충에 내성이 있기 때문에 상품성은 아주 뛰어나다. 소를 비롯한 축산물들이 옥수수 사료를 먹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량 재배와 경제적인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섭취했을 때 신체에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GMO 작물을 만드는 기업 측의 입장이지만 그 반대를 주장하는 환경단체 등 진영의 입장도 거세다. GMO 작물의 역사가 20년 남짓이기 때문에 암 등 질병에 대한 무관함이 아직 전부 증명된 게 아니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그게 아니더라도 점점 토양의 생리를 파괴해 지구 생태계와 사람에게 결국 해를 끼치게 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사료용 GMO 작물 수입 2위, 식품용 GMO 수입 1위 국가인 한국은 GMO에 관한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 아직까지는 GMO 작물에 관한 법과 관리, 규제가 허술해 관련법의 보완과 철저한 시행이 정부에 요구되고 있다. 그 때문에 소비자의 개인적인 선택과 판단이 중요하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내 아이의 발육과 건강을 위해 GMO 식품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더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좋은 식재료를 찾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가까운 마트에서 깨끗하게 잘 포장된 식재료들을 쉽게 살 수는 있지만 그 재료가 키워지고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소비자는 전부 알 수가 없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좋은 식재료를 찾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가까운 마트에서 깨끗하게 잘 포장된 식재료들을 쉽게 살 수는 있지만 그 재료가 키워지고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소비자는 전부 알 수가 없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이유식 시기, 아기에게 건강한 입맛 들이기


이유식 시기는 식재료가 가진 그 자체의 맛을 익히는 기간이다. 아기에게 필요한 나트륨이나 당류는 재료 자체가 가진 성분에서 활용해야 한다. 소금이나 설탕 등으로 간을 하거나 조미료를 넣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때문에 이유식 시기의 아기가 식품을 통한 유해물질 섭취에서 주로 주의해야 할 것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식품 자체의 유해성, 둘째는 식품 재료에 잔류한 농약, 셋째는 아기용 과자나 시판 이유식 등에 함유된 식품첨가물이다.


첫 번째 경우에서 아이를 위해 좀 더 안전한 먹거리를 고르고 싶다면 식품에 관련한 안전성을 점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생활협동조합 등 환경 단체를 통한 친환경 물품‧식품 구매가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다. 아이들에게 주로 먹이는 식품 원료의 안전성 여부 등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운영하는 식품나라 홈페이지(www.foodnara.go.kr)를 찬찬히 뜯어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해썹(HACCP)이라고 표기된 마크가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해썹은 위해 방지를 위한 사전 예방적 식품안전관리체계를 뜻한다.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인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분석, 차단해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제품을 공급한다는 취지의 식품 관리 시스템으로, 국제기구나 유럽연합 등에서도 사용을 권장하는 식품 안전 체계이다. 앞서 언급한 소고기, 닭고기 같은 축산 식품도 해썹 마크가 표기된 상품이 좀 더 친환경적으로 관리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농약은 올바른 세척방법만 알아두면 아이에게 유해한 섭취를 차단할 수 있다. 식초나 소금, 숯, 베이킹 파우더 등을 물에 풀었다가 닦으면 농약이 제거된다는 민간요법이 흔히 알려져 있는데, 식약처에 따르면 이는 근거가 없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침지’라고 부르는 담금물 세척이다. 채소나 과일을 물에 1분 정도 담갔다가 물을 버리고 새로운 물을 넣어 손으로 저어주면서 30초 정도 세척하는 것을 두어 번 반복한 후 흐르는 물에 씻는 방법이다.


식품첨가물은 대표적인 몇 가지 물질의 이름을 알아두는 것이 유용하다. 시중에서 구매하는 두부 등 신선 식품이나 유아용 과자 등을 통해 이유식 과정에서 섭취할 수 있을 텐데, 이유식 이후에도 주의해서 봐야 할 대표적인 성분이 있다. 


1. 보존료 (Preservative)
식품에 생길 수 있는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 식품의 부패를 방지하는 물질. 데히드로초산, 소르빈산, 소르빈산칼륨, 안식향산, 안식향산나트륨, 프로피온산, 파라옥시안식향산메틸 등이 있다.


2. 산화방지제 (Antioxidant)
식품 내 지방이 산소에 의해 산화, 산패 되는 것을 막는다. 품질 보존, 저장 역할을 한다. 디부틸히드록시톨루엔, 에리쏘르빈산, 아황산나트륨, 부틸히드록시안, L-아스코르빈산나트륨 등이 있다.


3. 유화제 (Emulsifier)
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식품 원료를 섞는 역할을 한다.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카제인나트륨, 레시틴, 데두레시틴 등이 있다.


4. 안정제 (Stabilizer)
분말 등 물질이 식품에 일정한 상태로 퍼져 있을 수 있게 한다. 구아검, 덱스트린, 젤란검 등이 있다.


5. 산도 조절제 (Acidity Regulator)
식품의 산도, 알칼리도를 조절한다. 식품의 맛을 좋게하고 부패를 방지한다. 구연산삼나트륨, 제삼인산칼슘, 수산화나투륨, 아미드펙틴, DL-사과산나트륨 등이 있다.


6. 감미료 (Sweetener)
적은 양으로도 설탕의 몇 배 이상 단맛을 낸다. 가공 식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질 중 하나이다. 아스파탐, 자일리톨, 삭카린나트륨,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D-소르비톨, 글리실리진산이나트륨 등이 있다.


7. 착색료 (Color)
식품의 색을 더 좋아보이게 만든다. 식용색소 녹색 제 3호 등 16개 품목이 있고, 카라멜 색소, 베리류 색소 등이 있다.


8. 착향료 (Flavoring Substances)
식품의 향을 더 좋게 만들거나 특정한 향을 내게 한다. 합성 착향료, 바닐라향, 오렌지향 등이 있다.


9. 향미 증진제 (Flavor Enhancer)
흔히 MSG라고 부르는 원료가 여기에 포함된다. 식품의 맛과 향을 더 좋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L-글루타민산나트륨 등이 있다.


식품첨가물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을 제조·가공 또는 보존하는 과정에서 식품에 넣거나 섞을 수밖에 없는 물질이다. 구매할 식품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이 왜 쓰이는지 알아 두고, 어떻게 손질해서 아이에게 주면 좋을지 알아두면 유해 성분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다.


식품을 구매할 때 뒤에 적인 성분을 보고 궁금증이 든다면 식약처가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 ‘식품첨가물스마트인포’를 사용하면 유용하다. 성분 이름을 검색하면 쓰임새를 자세히 알려준다. 역시 식약처가 운영하는 식품첨가물 공전 웹사이트(http://www.mfds.go.kr/fa)를 이용하면 식품첨가물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 편집국이 쓴 신간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나무발전소 출간)에도 실렸습니다. 현재 출간기념 이벤트로 생협에서 판매하는 아기 수건을 드리고 있습니다.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네이버 책과 다음 책 사이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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