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딸: "아빠, 밖에서 나가서 놀아도 되요?"
아빠: "안 돼."
딸: "왜요?"
아빠: "지금 새벽 5시야. 너무 일러."
딸: "왜요?"
아빠: "아직 해도 안 떴어."
딸: "왜요?"
아빠: "해는 조금 더 있다가 떠."
딸 : "왜요?"
아빠: "지구가 자전을 해서 얼마간 돌면 해가 지평선에서 뜰 거야."
딸: "왜요?"
아빠: (난감하다는 듯) "나도 몰라."
딸: "왜요? 왜 모르는데요?"
아빠: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안해서 그래."
딸: "왜요?"
아빠 : "항상 몽롱한 상태로 있었거든.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딸: "왜요?"
아빠: "별 상관없는 줄 알았거든."
딸: "왜요?"
아빠: "내 인생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했어. 그리고 네 엄마를 만났고 니가 태어났지."
'럭키 루이'(Lucky Louie)라는 미국 시트콤에서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네 살 정도된 딸이 아빠에게 "왜요?"(Why)라는 질문을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끝 없이 퍼붓습니다. 호기심이 가득찬 표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세례를 던지는 딸과 진땀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대답해 주는 아빠의 모습을 코믹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끝없이 "어째서?", "왜 그런데?"라고 묻습니다. 머릿속에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궁금함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밤에 산책을 하다가 나은공주가 하늘에 걸린 달을 보면서 이렇게 묻습니다.
"오늘은 왜 반달이야? 누가 달님을 먹었어?", "하늘은 왜 어두워?", "햇님은 어디 갔어?", "저 꽃은 이름이 뭐야?", "아기 고양이는 왜 엄마랑 같이 안 있어?" 등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질문에 일일이 대답을 하다보면 심신이 지칠 정도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꽤나 성가신 일이지만, 아이의 질문은 호기심의 표현입니다. 질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궁금한 것이 많다는 얘기죠. 아이는 자신이 아는 지식과 부모의 대답을 머리속에서 조합해 나름대로 자신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궁금증이 생기면 또 물어봅니다. 아이의 두뇌는 그렇게 발달합니다.
하지만 귀찮다고 아이의 입을 다물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언젠가 아이가 뭐라고 묻는데 엄마가 "조용히 좀 해라"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무안해하면서 입을 다물고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엄마 입장에서는 안그래도 정신이 없는데 옆에서 말을 걸면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겠지요. 하지만 윽박지르는 대신 "엄마가 지금 바쁘니까 조금 있다가 얘기할래?"라고 부드럽게 얘기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럼에도 아이가 계속 말을 건다면 좀 더 엄하게 얘기해야 겠지요. 그럼 '엄마가 바쁘구나'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부모라면 당연히 내 아이가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부모의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질문을 귀찮아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 보세요. 아이의 끝없는 궁금증에 짜증내지 않고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 말고는 없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되, 상상력을 자극해 보세요.
가령 "하늘은 왜 파래?"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설명하면 어떨까요? "햇님은 파란색을 제일 좋아해. 하늘에 파란색 물감으로 칠해서 그런거야" "그럼 밤에는 왜 검어?" "달님이 나은이 코 잘 자라고 검게 칠한거야. 밝으면 나은이가 잠을 못 자잖아"
때로는 "글쎄, 엄마는 잘 모르겠네.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역질문을 해 보세요. 아이는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가집니다. 아이가 정확히 대답하면 "우아! 너는 벌써 이런 것도 아는구나"라고 으쓱해 할 만큼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세요. 반대로 아이가 대답을 제대로 안하거나 잘 못 대답한다고 "너는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 이것도 몰라?"라고 핀잔을 주지 마세요. 긍정적인 말이 아이를 움직입니다.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합니다. 하지만 계속하다보면 아이와의 문답도 꽤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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