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때문에 또 한 명이 죽었다"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또 한 명이 죽었다"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5.10.19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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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제조사 '살인상해죄' 처벌 촉구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망자 142명'이라고 적혀 있는 플래카드에 이제 1명을 더 추가시켜야만 한다. 지난달 13일 추가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구에 거주하던 37세 성인남성 장아무개 씨다. 이로써 가습기살균제의 사망률은 27%가 됐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4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기업에 대한 '살인상해죄'를 적용해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생존환자 387명도 언제 피해사망자 명단에 오를지 모른다며 기자회견문은 담담히 읽어 나갔다. 피해자 가족들이 담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담담해 질 수밖에 없을 만큼의 시간인 4년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해당 기업과 산하 연구소 등에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이번 주부터는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건발생 4년 만에 이뤄지는 본격적인 수사다. 뒤늦게 이뤄진 검찰수사지만 수사에 착수한 만큼 살인죄를 적용해 강력하고 옳은 처벌을 받기 바란다는 게 환경시민단체와 피해자 유족들의 목소리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14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기업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대구에 거주하는 37세 장아무개 씨가 사망해 가습기살균제 사건 사망자는 143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14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기업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대구에 거주하는 37세 장아무개 씨가 사망해 가습기살균제 사건 사망자는 143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살인 기업에 대한 처벌하나 없는 사이 한명의 추가피해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말문을 연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지난 2011년 정부조사에서 동물실험 결과 폐섬유화 증상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 기소되지 않은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사용하던 피해자가 최근 사망했다"며 기업 '애경'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은 최근 사망자 장 씨가 사용했던 가습기살균제다. 지난 10년간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했던 장 씨는 2015년 진행됐던 2차 조사에서 2등급(관련성 높음)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지난달 숨을 거뒀다.


장 씨가 사용했던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에는 살균제 성분인 CMIT(클로로 메틸이소티아졸린)과 MIT(메틸이소티아졸린)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 제품으로 인한 사망자가 4명에 이르는 실정이지만 처벌 기업에서 제외돼 있다.


최 소장은 "CMIT, MIT 제품군인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GS마트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 '다이소 산도깨비 가습기퍼니셔' 등에 대한 검찰차원의 조사도 불가피하다"며 "특히 이마트 PB제품만을 사용한 피해자는 8명이며 이중 사망자도 1명 있다. 반드시 수사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검찰이 제품 제조사와 PB상품 유통사 등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만큼 정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피해자 가족들의 목소리도 울려퍼졌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의 피해자 가족들은 지난 4년 동안 530명의 피해신고가 있었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각각 조사해 제품사용과 건강피해간의 관계를 밝혀냈지만 제조사들에 취해진 조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장광고 고발 뿐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143명이 사망한 사상 초유의 환경사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4년이 지난 지금 이뤄지는 검찰수사에 대해 안타까움이 크다. 지난 시간 동안 해당 회사들이 자신들의 관련 서류를 지우고 감추고 고쳐놓았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100명의 사망자를 낸 최대 가해제품 옥시싹싹을 만든 옥시의 영국본사 레킷벤키저를 상대로 한 피해소송을 무료로 대리하는 영국변호사 크리시넨두 무커지 씨는 지난달 한국 피해자들과의 만남에서 "이 사건은 정부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곧 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제조사들이 형사처벌을 받았어야 했다"며 "한국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제품으로 사람이 죽고 다쳤다는 사실을 밝혀내고도 왜 피해대책과 제조사의 책임을 묻지 않았는지 의아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뇨병을 앓던 남편이 감기라도 걸릴세라 걱정된 마음에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남편을 보낸 김태윤 씨는 "남편을 생각하던 마음으로 사용하던 가습기살균제로 남편은 갑자기 곁을 떠났다"며 "지병이 있었다는 이유로 3등급 판정을 받고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 갑자기 떠난 남편에 대한 억울함을 올바른 처벌로 국가가 풀어주길 바란다"고 울분을 토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강찬호 대표는 "다국적기업인 '옥시 레킷벤키저'까지 연루돼 있는 국제적 사건이지만 해결된 것은 없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며 "사과 한마디 없이 대한민국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살인기업 구속처벌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가해기업을 찾아가기도 하고 영국 본사까지 방문하며 4년을 보냈다. 하지만 '거짓으로 포장된 기업'들은 계속해서 장사를 이어나갔다"며 "가습기살균제의 한 업체인 '세퓨'는 폐업한 채 피해자들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 끝까지 추적해 손해배상을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해기업들에 대해 검찰만 수사에 착수한 것이 아니다. 강 대표는 지난 12일부터 UN인권이사회의 유해물질 및 폐기물에 대한 유엔특별보고관 바스쿠트 툰작 일행이 내한 중이라고 전했다. UN보고관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건경위와 피해사례를 청취하고 정부와 제조사 중 가장 큰 피해자를 발생시킨 제조사 '옥시 레킷벤키저'도 방문할 계획이다.


강찬호 대표는 "UN 측이 레킷벤키저 영국본사에 한국사무소 방문계획을 알리자 레킷벤키저 영국본사 임원이 직접 한국을 방문한다. 꿈쩍도 안하던 임원들이 처음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이유로 서울사무소를 방문한다"며 "피해자들은 UN에 희망을 걸고 있다. 객관적, 공정한 판단을 통해 피해자들의 간절함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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