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 아빠라는 것을 느끼나요?
당신은 언제 아빠라는 것을 느끼나요?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5.12.3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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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정명학] 부성은 문명 속에서 피어나는 꽃

[연재] 문선종의 '아빠 정명학'



‘부성(父性)’을 찾아서

    

아이를 낳을 때 과연 남자들은 무얼 할까? 몇몇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이 낳을 때 뭐하셨어요?” 기억에 남는 답변들은 “축구하러 갔지.(웃음)” “일한다고 정신이 없었어.” “거래처와 급한 약속이 있어서 야근할 수밖에 없었지.” 의외로 아이를 낳는 그 순간 다른 볼일(?)을 보는 남자들이 많았다. 아내는 “아기 낳을 때 남편이 옆에 있으면 더 고통스럽다 하는데 그래도 있어줬으면 좋겠어”라고 해 옆에 있었다. 아내는 19시간의 산통 중에 제왕절개를 시켜달라며 머리끄덩이를 잡고, 팔뚝을 깨물었는데 그 순간 “나도 공이나 차러 갈걸” 하는 후회를 했었다.


여성들은 10개월간 아이를 품으며 엄청난 고통 속에서 아이를 낳는다. 그래서 모성은 순도 100%이며 모성본능(maternal instinct)과 같이 학술적인 용어가 있다. 그렇다면 엄마들과 다른 '부성 본능'은 무엇일까? 그런 게 있기나 한 걸까?

      

모성은 타고 나고, 부성(父性)은 만드는 것


출산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엄마의 위대함을 느꼈다.ⓒ문선종
출산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엄마의 위대함을 느꼈다.ⓒ문선종


2013년 7월 23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저녁 11시에 병원에 입원해 태동 검사기로 아이의 심장박동과 산모의 진통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졸이고, 유도분만, 수액, 무통주사, 산모 굴욕 3종 세트를 두 눈덩이로 목격했다. 그 와중에 아내의 제왕절개를 꿋꿋이 반대하며 19시간의 출산을 함께 했다.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일이라곤 옆에 있는 것뿐이었다. 임신 10개월간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부성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고민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역사적으로 남자들에게 여자들의 출산은 질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생명을 낳는다는 것은 가장 고결하고, 가치 있는 일이기에 원시부족 샤먼들은 화장을 하고, 생리와 출산 흉내를 내고, 파푸아 뉴기니 아빠들은 움막을 짓고 아기가 품에 안기기 전까지 산통을 흉내 냈다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부족은 산모의 고통분담을 위해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숨을 참는 의식을 하고,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일부러 벌에 쏘이고 땅바닥에 구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결혼 풍습 중 남편들의 발바닥을 사정없이 매질하는 것도 아내의 고통을 알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첫날밤을 위한 정력 강화를 위한 것이었을까?


이러한 산모의 고통에 도달하고자 하는 관습 속에는 아내와의 높은 유대감을 만들고자 하는 부성을 찾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쿠바드증후군(Couvade Syndrome)이 있다. 이는 프랑스어로 ‘알을 품다’는 뜻으로 예비아빠들이 ‘입덧’을 하는 증상인데 아빠가 된다는 불안감으로 테스토스테론이 ⅓ 줄고,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며 심하면 가슴까지 발달한다고 한다. 부성은 심리·정서적으로나 사회관습으로부터 그렇게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완전한 모성, 불확실한 ‘부성’


말 그대로 모성은 100%다. 이 아이가 내 아이라는 확신 말이다. 하지만 부성은 불확실하다. 이 아이가 진정 내 아이인가? 하는 생각을 가진다. 이를 ‘부성 불확실성(Paternity Uncertainty)’이라 하는데 그래서 그럴까? 드라마에서 나오는 단골 장면이 친자확인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빠를 닮았는지? 엄마를 닮았는지? 상당히 민감하다. 한 연구논문은 자기와 닮은 자녀에게 더욱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데 사람은 단순하게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이상하게 미움받는 아이가 있다면 무의식의 밑바탕에 이런 ‘부성 불확실성’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부부싸움을 하면 나오는 단골 멘트가 있다. “너 누구 닮아서 이 모양이야?” 아빠들은 이런 말은 절대 삼가야 한다.


부성은 문명 속에서 피어나는 꽃


이탈리아의 정신분석가 루이지 조야는 저서 『아버지란 무엇인가?』에서 아버지의 생물학적 의미를 무가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빠라는 것은 상당한 의지와 이성이 필요하며 아빠라는 인정과 책임에 대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모성은 야생의 날 것이며 부성은 문명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라 의미로 갈라놓았다. 또, 그는 아버지의 부재가 거대한 역사 속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아버지의 자격은 단순 혈통 관계가 아니라 문명이 창조한 산물이라 표현했다. 정말 그런 것인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부성의 신화적 원형을 그리는 장면이 있는데 헥토르와 아킬레우스의 대결 장면이다. 로마법에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아이를 끌어안고 공중에 던지기, 목마 태우기를 함으로써 아빠가 되는데 이는 남자의 수락이 있어야 한다. 헥토르는 전쟁터와 가정을 넘나드는 불완전한 부성을 지니고 있는데 아켈레우스와의 결투에서 처참히 죽는다. 영화 『트로이』에서 헥토르는 가정적인 아빠의 모습으로 부성의 상징적 모습을 보여주는데 결국에는 “처참히 죽는다.” 아빠라는 동물은 전쟁터 같은 사회 속에서 꼬박꼬박 월급을 가져다주는 문명 속의 존재이다. 우리 아빠들은 ‘아킬레우스’에게 죽지 않기 위해서 가족을 위해 싸워야 한다. 그 여정이 아빠가 되어가는 숙명이고, 오늘날에는 출생신고, 돌잔치 등을 하면서 시작된다.


순도 100% 아빠는 없다. 그래서 아빠들은 노력한다.


딸아이를 데리고 처음 목욕탕에 갔을 때는 '내가 정말 아빠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문선종
딸아이를 데리고 처음 목욕탕에 갔을 때는 '내가 정말 아빠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문선종

 

여성은 10개월간 아이를 품고 극심한 고통 속에 출산을 한 것으로 ‘모성’이라는 위대한 업적과 자격을 갖는다. 하지만 ‘아빠’라는 명함을 얻은 사내들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순도 100% 아빠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또 실천하고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남자는 스스로 아빠라고 인정하고 책임을 각오하는 순간 슈퍼맨으로 변신한다. 아빠들은 중에는 모성을 뛰어넘는 순도 200% 부성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신종아빠들도 있다. 육아일기를 쓰고, 육아휴직을 하고, 아빠가 되기 위한 다양한 의식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당신의 의식은 무엇이었는가? 아니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공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외동아들인 탓일까?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4년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딸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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