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4살 동생 보여주니 무서워하면서 말을 너무 잘 들어요!”
“동생한테 진짜 잘 먹힘. 골탕 먹일 때 딱이에요.”
도깨비전화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최신 리뷰 중 일부다. 2만 명 이상이 내려받은 앱에 7000명 가까운 이용자가 리뷰를 남겼고 그중에는 자신을 미성년자라고 소개하며 쓴 리뷰가 상당수다.
열렬한 호평과 함께 친구나 친척 동생에게 사용한다는 미성년 이용자도 흔히 볼 수 있다. 분명 이용 가이드에는 어른들이 사용하는 앱이라는 설명이 적혀있다. 그런데 사용 제한은 전체이용가인 3세 이상으로 설정돼있다.
지난 1월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이슈가 있었다. 도깨비전화 앱을 원아에게 사용한 보육교사가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었다. 법원은 “신체적, 정서적,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대 범죄로써 그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벌금형을 내렸다.
사실 이전에도 엄마들 사이에서 도깨비전화 사용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말을 안 들으면 잡아먹겠다’는 등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사용이 꺼려진다는 쪽과 아이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효과가 너무 좋아서 사용한다는 쪽으로 편이 갈렸다. 아동학대 판결이 나자 후자 중 다수가 ‘미처 생각지 못했다’며 앱의 폭력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도깨비전화의 원조 사업자인 일본 업체 관계자는 도깨비전화가 아동학대나 폭력을 조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앱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녀의 흥미를 충족시키면서 부모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 역할을 두고 개발했다. 재미 삼아 아이에게 공포심을 주고 혼내기 위한 대용품으로 사용되는 것은 제작 의도와 거리가 멀다”고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해당 앱은 실사용 주체가 어린 아이라는 맹점을 지녔다. 부모에게 사용이 권장되고 있지만, 저항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가 사용을 당하는 입장이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는 것. 설상가상으로 권장 사용자인 부모뿐 아니라 보육교사,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에게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는 모바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방침인 자율심의제 적용이 한몫을 하고 있다.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콘텐츠의 이용자 연령 등급을 설정하도록 한 자율심의제는 시장 육성엔 제법 효과가 있지만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써는 허술하다는 한계가 있다.
기업별 등급 분류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 이로 인한 아동 청소년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 추후 관련 기관이 규제하더라도 기업이 기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적된 바 있다.
도깨비전화처럼 아동에 대한 유해성이 일부 인정된 경우라도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쉬운 건 아니다. 유해성이라는 개념이 워낙 넓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인데 그 구분이 모호하고, 심각하게 선정적인 내용이 아닌 경우는 법적 제재를 받을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관련 법령과 심의 기준에 근거해 유해물임이 명백하다고 판단되거나 사회적 논란이 있는 콘텐츠는 바로 시정 요구 등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며 “다만 등급 분류는 사업자의 기준을 우선하고 있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절차를 통한 협의에 중점을 두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 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로 인식 개선 교육의 정기적 진행을 위한 예산 편성, TV 등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나 방송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박사는 “사회 구성원 모두 아동 인권과 학대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동시다발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지금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때라는 것. 김 박사는 “아동학대와 관련한 현 제도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인식 제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다음 세대에 또 다른 비극을 물려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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