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이 아이를 낳을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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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3.03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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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출산을 위한 선택, 히프노버딩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최근 들어 의료진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산모와 아기의 인권을 존중하는 자연주의출산을 시도하려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자연주의출산은 산모를 아픈 ‘환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의 과정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해 최대한 자연적으로 아기를 낳게끔 인도하는 출산이다. 일반적인 출산에서 대부분 산모에게 금식, 관장, 제모, 회음부 절개를 시키지만 자연주의출산은 꼭 필요한 상황이 생길 때만 의료진이 개입하자는 주의다.
 
자연주의출산을 준비하는 엄마들은 출산 전 임신과 출산에 관한 공부를 하며 알맞은 운동, 호흡법 등을 배우고 출산일에는 아기가 스스로 나올 수 있다는 믿음과 인내심을 기르는 훈련을 한다. 이런 출산 전 훈련과 분만 과정에서 새로운 철학이자 방법론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히프노버딩’이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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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프노버딩(HypnoBirthing) = 최면 출산?

히프노버딩(HypnoBirthing)을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최면 출산’이라고 할 수 있다. 최면기법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프노버딩을 설명하기 전 먼저 최면에 대한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각종 텔레비전 쇼에서 접하는 최면의 단면만 보았기에, ‘최면’이란 말을 들으면 사람을 조종하는 듯한 인상을 받기 쉽다. 하지만 최면은 피암시성(被暗示性)이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피암시성(被暗示性)이란 ‘타인의 암시에 빠지는 성질 또는 타인의 암시를 받아들여 자신의 의견 또는 태도에 반영하는 성질’을 뜻하는데, 최면상태에서는 피암시성이 높아져 정신과 육체가 이완되고 사람의 말이나 신호 등의 암시에 잘 반응하는 상태가 된다. 명상, 기도, 참선 등을 통한 몰입 상태가 최면 상태와 흡사하다고 알려졌다.


최면전문가는 출산을 할 때 최면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공인 최면심리상담기법 마스터인 윤홍기 강남NLP센터 원장은 “출산과정에서의 공포는 미처 경험하지 못한 자기방어 기제의 확신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공포의 본질은 실은 대부분 무의식이다. 무의식은 결국 과거의 습관인데 최면으로 잘못 규정된 습관을 개선한다면 출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히프노버딩(HypnoBirthing)의 시작


히프노버딩은 1980년대에 미국의 메리 몽간 여사(Marie Mongan)에 의사 체계화 된 자연주의출산철학이다. 히프노버딩의 시작은 의료진도 아닌 평범한 교육자였던 메리몽간 여사의 출산경험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메리 몽간 여사는 1950년대에 첫 아이를 임신하며 ‘두려움 없는 출산’이란 책을 읽게 됐다. 두려움이 자궁의 긴장을 유발하며, 출산에서의 고통을 야기한다는 이론에 동감을 했고 본인의 출산에서도 약물 없이 자연주의출산을 하겠단 의지를 가졌다.


하지만 둘째 아들을 출산할 때까지도 병원의 환경과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의료진의 무지로 인해 메리 몽간 여사는 자신이 원했던 자연주의출산을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셋째 딸을 출산할 때에서야 자신의 출산계획서에 응해주는 의사를 만나 마취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을 수가 있었지만 아기는 엄마와 함께 교감할 시간도 없이 신생아실로 보내야 했다.


1987년, 그녀는 상담기법을 활용한 최면치료(Hypnotherapy)공인 자격을 획득했다. 최면치료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출산상황을 떠올리게 되었고 최면을 해서 긴장을 풀면 고통 없는 출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자기최면, 자연출산의 장점을 결합해 새로운 출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 방법을 ‘히프노버딩’이라 명명됐다. 1990년, 히프노버딩은 메리 몽간 여사의 딸인 모라의 출산을 시작으로 세계각지에 퍼졌다. 현재는 전 세계 산모들이 약물을 쓰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고 편안한 출산방법으로 히프노버딩을 배우고, 활용하고 있다.


◇ 히프노버딩이란?


- 출산 준비 프로그램


메리몽간 여사의 저서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을 번역한 더나음연구소 심정섭 소장에 따르면 히프노버딩이란 ‘출산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호흡과 이완 연습을 통해 진통과 출산을 대비하는 자연출산을 돕는 주요한 방법론’이다.


히프노버딩의 가장 큰 특징은 부부가 함께 연습하며, 출산을 준비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임신부는 남편이나 출산을 돕는 출산 동반자(둘라)와 함께 연습 대본에 맞춰 연습하며, 진통의 단계별 상황에 맞게 호흡과 이완을 연습하게 된다.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을 공동번역하고 우리나라 산부인과에 2010년 경 히프노버딩을 처음 도입한 이는 정환욱 메디플라워여성의원 원장이다. 히프노버딩을 통해 3000명 산모들의 성공적인 출산을 도운 정 원장은 히프노버딩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히프노버딩의 특징은 시각화다. 임신 단계부터 나의 출산이 어떻게 아름답게 될지 시각화·심상화를 시키며 내 뇌가 그렇게 일어나게 될 것 같은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정 원장에 따르면 출산 시 제대로 히프노버딩을 하는 산모를 타인이 보면 진통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정도라고 한다. 그 이유는 산모의 집중력 때문이다. 산모는 출산 시 호흡과 이완을 하면서 심상화를 하게 되는데 뇌파가 가장 안정적인 트랜스(Trance) 상태까지 내려가면 심화상태에 들어간다. 심화상태는 나의 정신을 완전히 한곳에 집중을 한 상태다. 이 몰입을 돕기 위해 출산동반자는 동반자 대본을 읽으며 산모를 도우며, 성공적인 출산을 마칠 때까지 의사도 상태를 관찰하며 인내의 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히프노버딩은 고통 감소에도 탁월하다. 100% 고통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나 평화로운 출산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정 원장은 “히프노버딩을 배우면 진통을 견디는 능력, 출산능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수술을 한 사람도 많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메디플라워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13%, 2013년 대한민국 평균은 36%에 달한다.


-평화로운 출산을 위한 철학
 
또한 정 원장은 히프노버딩에 대해 “히프노버딩은 산모가 어떻게 하면 잘 출산할 수 있느냐는 철학, 방법론을 말하는 것이지 의료적인 분만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은 꼭 병원에서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의 틀에 박혀 있다. 하지만 출산은 병원에서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아기와 내가 주체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이 과정에서 조산사가 도울 수도, 병원에서 진행할 수도, 집에서 혼자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히프노버딩의 철학을 병원에서 받아들인 것이 곧 자연주의 출산이다.


다만 집이 아닌 병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진행하게 된다면 아기나 산모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나 기타 응급상황에서의 의료개입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의료적 중재가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히프노버딩은 최면으로서의 자기조절기법을 통해 이런 의료적 중재를 줄이게 되는 장점이 있다.


◇ 한국의 히프노버딩, 어디까지 왔나?


히프노버딩은 수영을 배우는 것과도 같다. 태어나서 처음 수영을 배운다고 해보자. 혼자 연습하며 깨칠 순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공인된 자격증이 있는 전문강사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히프노버딩도 마찬가지다. 이미 서점에 히프노버딩에 대해 기술된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이 나와있지만 전문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고 스스로 끊임없는 연습과 습관화를 해야 100%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과연 히프노버딩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히프노버딩 관련 카페에서 한 아빠는 “제 아내, 진통부터 아기 낳을 때까지 단 한 번의 비명을 지르지 않고 마칠 수 있었답니다…(중략) 히프노버딩 수업을 들은 것이 참으로 유용했습니다. 자연출산 준비하시는 분들은 정말 꼭 들으시길 바랍니다. 아내가 잘 해내준 덕분이긴 하지만 정말 축복받은 순간이었고 아름다운 경험이었어요”라고 밝혔다.


히프노버딩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현재 전 세계 3000여 명의 프랙티셔너를 보유하며 산모들을 가르치고 있다. 프랙티셔너는 본사가 만든 교육을 이수한, 히프노버딩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프랙티셔너’만이 히프노버딩 수업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부인과전문의, 조산사, 둘라, 한의사 등 전국 19명의 프랙티셔너가 활동하고 있다. 산모가 히프노버딩을 통해 출산을 하고 싶다면 이 프렉티셔너들로부터 히프노버딩을 정식교육 12시간을 배우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히프노버딩 철학을 받아들여 출산을 진행하는 병원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는 서울에 위치한 메디플라워여성의원, 연앤네이처산부인과, 마마스조산원 등에서 히프노버딩 교육을 받은 의료진이 활동하고 있는 정도다.


히프노버딩을 이렇게 제한적인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 소장은 “교육단계에서부터 자연주의출산 의사들을 길러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더불어 산모들이 히프노버딩 교육, 둘라 비용 등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도 있다. 한국은 출산비용은 가장 적게 들이려 하고 산후조리원이나 육아용품은 값을 비싸게 치르려는 경향이 있다. 외국은 정 반대다. 유모차를 조금 싼 것을 사는 대신 출산비용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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