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문학습지 발달검사, 엄마 죄인 만드는 이유는?
[단독] 방문학습지 발달검사, 엄마 죄인 만드는 이유는?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4.08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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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불안심리 이용하는 학습지 영업 상술 활개 "부모의 냉철한 태도, 교사 근무환경 개선 필요"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세상에! 모든 항목이 다 미달이래요."

 

20개월 딸을 둔 육아맘 A 씨는 두 달전 B 학습지 회사로부터 아이 '발달상태 평가'를 받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A 씨는 "아이의 모든 발달 영역이 미달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3개월 정도 방문교육을 받으면 수치가 쫙 올라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이 상태에 계속 머물 것'처럼 말하더라. 상술에 실망도 했고 평가 결과에 기분도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육아맘 B 씨 역시 "발달검사 후, 교사가 '언어도 인지도 수 개념도 부족하다'고 해서 주눅이 들었다. 도대체 이 수치는 학습지 회사 책 200권을 사야 만들어지는 건지 모르겠다"며 "상술인 줄 알면서도 검사 결과를 보면 무심한 엄마, 죄인이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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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 뒤처지니 책 사서 읽혀라?

 

학습지 방문 수업을 시작하기 전, 받아야 하는 '영유아 발달검사'. 인지, 언어, 사회, 정서, 감각운동 등 아이의 전체 발달영역과 시기별 발달과업을 중심으로 현재 발달수준을 판단하는 검사다. 아이 수준에 따른 적절한 교육 정보 및 방향을 제공하기 위해 제작됐지만, 최근 취지가 퇴색된 채 교묘한 상술로 쓰이고 있어 엄마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방문 교사들이 검사 결과지를 들고 '발달이 늦다', '지금 안 하면 큰일 난다', '이것저것 부족하니 책을 사서 채워줘야 한다' 등의 말로 부모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학습지나 전집 구매를 유도하고 있는 것.

 

한 엄마는 "인적성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너무 안 좋아 심란했다"며 "교사가 '이런저런 부분 부족하니 책을 사서 읽혀줘야 한다'고 했는데, 상술인가 싶어 무시하려다가도 정말 부족한 거면 어쩌나 싶어 갈팡질팡한다"고 말했다.

 

다른 엄마는 "적성검사를 무료로 해준다고 해서 받았는데, 교사가 '아이가 사회성 결여에 이기적이고 수동적인데다 정서도 불안하다'는 험한 말을 쏟아부어 기운이 빠졌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면 책을 사서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결국 책을 사긴 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엄마는 "발달검사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나름 노력하면서 교육한 세월들이 허사로 느껴질 만큼 결과가 별로였다"며 "결국 500만 원 상당 계약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속은 거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 교사들, "영업, 어쩔 수 없어"

 

엄마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하는 이 같은 문제는 학습지 회사의 수익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있다.

 

학습지 교사의 월급은 가르치는 과목 수와 학생 당 수수료율로 정해진다. 입회를 많이 성사시키고, 과목수, 책 판매량 등을 늘일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한 학습지 회사 관계자는 "교사는 개인사업자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로 인센티브가 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교사들은 입회, 과목수를 늘이기 위한 영업에 보다 몰두할 수밖에 없다. 남근아 한국소비자연맹 상담팀장은 "이 사람들(회사, 교사)은 어떻게든 영업실적을 올려야 한다. 그러니 엄마의 약점(자녀가 뒤처질까 봐 불안한 심리)을 건드리는 효과적인 상술을 이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습지 교사였던 한 여성은 "모든 교사들이 다 그렇진 않지만, 판매를 위해 일부 교사들이 엄마들에게 과장되게 말을 하고, 다급하게 구매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한 학습지 교사는 '부모의 불안심리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교사의 실적이 줄면 관리자들이 가만히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학습지 교사는 말이 교사지 실제로는 수업보다 과목 파는 게 더 중요한 직업"이라고 고백했다.

 

결국, 학습지 회사의 수익구조, 영업압박을 받는 일부 교사의 근무 환경 등으로 애꿎은 엄마와 아이들이 강매, 과잉수업 등의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 전문가들, "근무 환경 개선, 교사의 양심 필요"

 

전문가들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사의 양심, 개선된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유아발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혜숙 극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보육담당 겸임교수는 "교사들은 돈도 좋지만, 진정으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져야 할 것에 대해 고민하고 양심적으로 교육했으면 한다"며 "회사도 교사들에게 발달단계에 관한 기본 교육은 물론, 무리한 학습에 의한 부작용 등을 제대로 일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창욱 공정거래관리위원회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제일 좋은 것은 영업을 강요하지 않는 회사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상술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부모들의 냉철한 태도와 자신의 명확한 교육 주관도 필요하다.

 

남근아 한국소비자연맹 상담팀장은 "부모들은 자녀가 또래보다 조금이라도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며 "학습지 회사 자체가 만든 테스트가 꼭 전문적이고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공신력이 있는지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 팀장은 "사실 이 문제는 신고하려고 해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적다.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엄마들이 학습지 계약을 하게 되더라도 장기간 계약은 자제하고, 섣불리 사은품 포장을 뜯지 않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혜숙 교수 역시 "검사자와의 충분한 라포(Rapport, 깊은 심리적 교류)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검사 결과가 얼마큼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부모들은 교사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자기 나름대로의 명확한 교육 주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황선하 경희대학교 교육학부 겸임교수는 "다 하니까 불안해서 나도 테스트하고, 학습지를 시키고, 전집을 사게 되면 결국 남들과 똑같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부모 스스로 아이의 개성을 찾고,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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