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얼굴도 못 보고 죽음을 맞는 아기들
엄마 얼굴도 못 보고 죽음을 맞는 아기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5.0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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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의료 지원 전무...아이 잃고 혼자서 집으로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대한민국 여심을 사로잡으며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 군복 입은 '유시진'의 빛나는 외모도 감탄을 자아냈지만, 재난현장에서 의료봉사단 팀장으로 일하는 ‘강모연’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드라마 속에서도 재난현장의 처참함이 살짝 비치기는 했지만, 때로는 현실이 드라마보다 리얼하다. 그렇다면 드라마보다 리얼한 현실에서는 어떤 이들이 '강모연'의 역할을 책임지고 있을까. 바로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생존의 위협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전 세계 곳곳에 수많은 ‘강모연’을 파견하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왜 해외로 나가느냐고.

의사란 인종, 종교, 국적을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다는 서약을 한 존재다. 국경을 뛰어넘은 의사의 박애정신이 없었다면 1887년 미국 감리교의 지원으로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병원인 ‘보구여관’(현 이화의료원의 전신)도 없었고, 우리 중 누군가는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68년, 프랑스의 젊은 의사들이 전쟁과 재난 지역의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돕기 시작하며 설립됐다. 의사회의 설립 이념은 단순하다.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 그럼 이들은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과거 어느 파란 눈의 의사가 ‘보구여관’에서 실천한 정신을 130년 후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실천하고 있는 이선영, 정의 산부인과 전문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왜 ‘해외’ 현장 활동을 지원하는가

긴급 구호 활동 지역에서의 출산은 안전한 한국의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MSF
긴급 구호 활동 지역에서의 출산은 안전한 한국의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MSF

이선영 산부인과 전문의(이하 이 전문의)는 2012년부터 아프리카 나이지라아 북부, 남수단, 라오스, 파키스탄 북서부 오지 등 모성 사망률이 높은 지역에서 임신부, 신생아를 위한 긴급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때때로 산부인과 전문의의 긴급구호활동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의 시선에 대해 이 전문의는 “의료환경이 열약한 나라의 출산 상황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어요. 극한의 영양실조, 빈혈이 심한 산모 등은 정상적인 분만과는 다르기 때문이죠. 중간에 의료인이 도와주지 않으면 출혈, 임신중독, 난산 등으로 결국 죽음에 이르거나 죽음과 비슷한 수준의 장애를 갖게 돼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렇게 모성사망률이 높은 지역을 조사해 사망률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현지 상황을 밝혔다.

이 전문의는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의사라고는 자신 하나뿐인 현실에 적잖이 놀랐다. 세상에 많고 많은 의사들이 있고, 한국 역시 수많은 의사가 일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도 열악한 환경에 인간으로서, 의사로서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마저 갖게 됐다. "이러한 책임감이 계속 재난지역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는 원동력이 된다"고 이 전문의는 설명했다.

특히 긴급구호현장에 세워진 의료시설의 부족함은 깨달음을 줄 때도 있다. 이 전문의는 “처음에는 과연 이런 곳에서 진료를 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활동을 하면 할수록 시설, 자원이 없어도 내 마음과 손과 열정을 가지고 사람을 구할 수가 있다는 걸 나이 먹어서 배우고 있죠. 통역사들이 영어로 통역을 해주기도 하지만 산모들과 몸으로 하는 대화도 굉장히 많죠. 그런 곳에 한 번 갔다 오면 제대로 자기 증상을 얘기하거나 불평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한국 환자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되더군요”라고 밝혔다.

◇ 민주콩고 산모사망률은 한국의 63배

긴급 구호 활동지역의 의료시설은 한국처럼 잘 갖춰져 있지 않다. ⓒMSF
긴급 구호 활동지역의 의료시설은 한국처럼 잘 갖춰져 있지 않다. ⓒMSF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의 산모사망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WHO의 'Trends in Maternal Mortality:1990 to 2015)'에 따르면 민주콩고 산모사망률은 10만 명 당 693명, 한국의 11명에 비해 63배나 높은 수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산모사망률이 10만 명 당 546명인 것과 비교해도 민주콩고의 산모사망률은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이뿐만 아니라 신생아 사망률도 역시 1000명 중 30명이 사망할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 정의(이하 정 전문의) 씨는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민주콩고에서 활동했다. 한국에서 정 전문의의 전문분야는 고위험 산모와 태아 이상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산과였다. 하지만 민주콩고에서의 진료는 한국에서의 진료상황과 완전히 달랐다.

정 전문의는 “산모들이 산전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고 병원에 출산하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산모들은 본인 나이를 정확히 모르거나, 마지막 생리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임신 주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도 했죠. 의료시설도 한국처럼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모의 배 크기를 줄자로 재서 만삭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손으로 만져서 아기 머리가 얼만큼 아래로 내려와 있는지 진단해야 했어요”라고 말했다.

정 전문의는 민주콩고에서 활동하는 동안 영양실조, 말라리아, 콜레라 등으로 산모가 유산이나 사산을 해 아이를 잃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하루는 만삭의 산모가 병원을 찾았는데 조산사가 심장소리를 듣더니 쌍둥이라고 했어요. 두 아이를 모두 받고 난 후 또 한 번의 울음소리가 났는데, 쌍둥이가 아니라 세 쌍둥이를 출산했던 것이죠. 세 아기들은 미숙아였지만 다행히 건강하게 태어난 듯 했는데, 다음 날 한 아이가 갑자기 숨을 거두고, 남은 두 아이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그때 아이를 모두 잃고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엄마의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네요.”

이런 정 전문의의 경험을 두고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진 이들만의 것이라고 오해할 때도 많다. 하지만 정 전문의는 이러한 경험은 '의료진이 아닌 누구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숭고한 희생정신이라기 보다 ‘한 번 가보자’라는 단순한 결심과 편안한 일상에 대한 지루함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의사나 간호사와 같은 의료진이 아니어도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활동가들이 늘어난다면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등으로 사망하거나 아이를 잃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줄지 않을까요?”

◇ 'I CARE 모자보건 캠페인'에 동참해주세요

국경없는의사회가 펼치는 'I CARE 모자보건 캠페인'에 참여하면 지구 건너편 엄마와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 ⓒMSF
국경없는의사회가 펼치는 'I CARE 모자보건 캠페인'에 참여하면 지구 건너편 엄마와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 ⓒMSF

새로운 생명을 건강하게 만나는 것은 엄마가 되는, 세상 모든 여성의 공통적인 소망이다. 하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산모사망률은 한국 대비 50배 많은 실정이다. 매일 전 세계 약 7400명(2015년 기준)의 신생아들이 의료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서 죽음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활동가로 파견을 가지 않더라도 생명을 위협 받는 산모와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속적인 구호활동을 펼치기 위해 개인적으로 후원을 하는 것이다.

5월은 우리에겐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즐거운 가족행사가 연이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소소한 행복보다도 생존이 더 시급한 여성들과 아이를 위해 'I CARE 모자보건 캠페인'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2만 원(하루 666원)의 후원금은 하루 동안 1만 명이 사용 할 물을 사 어린이와 산모들이 쉽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3만 원(하루 1000원)은 26명의 말라리아 환자를 3일간 치료할 수 있는 금액이다. 5만 원(하루 1666원)은 영양실조 어린이에게 40일간 영양치료식을 제공할 수 있으며, 10만 원(하루 3333원)은 6명의 산모가 아기를 집에서 출산할 수 있는 가정출산세트를 후원할 수 있다.

후원은 국경없는의사회 후원자센터 전화·이메일 접수·홈페이지를 통해 간편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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