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가습기살균제의 심각성이 하나 둘 드러나며 다시 한 번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습기살균제 사태. 특히 가습기살균제 성분 중 하나로 흡입 시 인체에 치명상을 입힌다고 알려진 PGH, PHMG, CMIT, MIT 등 화학물질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서 페브리즈와 같은 스프레이 제품까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어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를 낸 옥시 레킷벤키저는 물론, 기타 가해 기업들의 가습기살균제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제2의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피해자 구제와 예방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구제와 화학물질 사고의 예방대책에 대한 방안이 논의되는 '제2회 환경독성포럼' 시간이 마련됐다.
(사)환경독성보건학회와 (사)한국환경보건학회가 진행한 이번 포럼은 여론의 많은 관심을 모은 뒤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포럼은 한국환경보건학회 김판기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가습기살균제사건 실체 규명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남은 과제는?'이라는 주제의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조사 및 판정기준 어떻게 보완돼야 하나?'라는 주제의 아산병원 소아과 홍수종 교수가 발제했다.
또한 강원대 법학대학원 박태현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피해자 보상 및 구제방안 어떻게 마련돼야 하나?'라는 주제로, 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 이종현 소장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환경독성보건학회 임종한 회장이 좌장을 맡고 한국방송통신대 박동욱 교수, 동덕여대 약대 박광식 교수,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환경부 환경정책국 이호중 국장이 각각 토론했다.
또한 이날 참석한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환경 문제로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고 죄송스럽다"며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좋은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포럼에서는 각계 전문가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한 보다 나은 해결 방안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포럼을 개최한 두 학회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학회 결의문을 발표하는 등 화학물질 사고 예방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예방을 주장하기도 했다.
먼저 토론을 시작한 한국방송통신대 박동욱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피해자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폐질환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가 있는지 확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문제다. 그동안은 폐가 굳는 폐섬유화 증상 등 폐 손상 관련 특이한 질환만 이슈화 됐고 알려졌다. 하지만 살균제와 연관된 과학적 잣대로 좁히면 좁힐수록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병을 얻은 억울한 사람은 더 늘어날 것이다. 폐 손상 이외에 호흡기 질환, 그 외 다른 장기로 넘어간 질병 등 모든 범주에서 피해를 확인해야 한다."
동덕여대 약대 박광식 교수 역시 "가습기살균제 성분은 폐 질환만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독성학적 관점에서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바라본 박 교수는 "PHMG성분은 여러 나라 사례를 볼 때 폐질환만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급성경구독성 시험결과 낮은 용량에서도 신장독성 및 간독성 징후를 보인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고, 이는 노출경로에 따라 다양한 장기에서 독성을 발현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폐에 부착돼 폐에 독성을 나타낸 것이 폐 섬유화다. 만약 PHMG에 일정 기간 노출돼 몸 전체 주요 장기에 도달한다면 주요 장기에서도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독성동태학적 시험자료의 생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따라서 피해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박 교수는 "증상의 확실한 인과관계를 찾아내 이미 밝혀진 폐 질환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피해보상하고, 경미한 증상이라도 발견됐다면 포괄적인 구제관점에서 피해보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현재 수면에 드러난 피해자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사용했고, 잠재적인 피해자일까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요한 노력이 있어야 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고 말한 최 소장은 "판정기준을 마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곳에 피해자들은 소외돼 있다"며 "피해자들이 의견과 경험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피해자들을 위한 진상규명과 구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발제에 이어 지정토론까지 각계 각층의 이야기를 들은 환경부는 "모든 사태는 시스템 상의 한계로 인해 빚어진 일"이라고 답변했다.
환경부를 대표에 토론회에 참석한 환경정책국 이호중 국장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잘못에 의해 사태가 발생했겠지만, 시스템 상의 한계가 사태 시작의 발단이 아니었나 싶다"며 운을 뗐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사태의 '원인을 찾아내고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는가'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이번 사태는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다. 국가가 자동개입한 후 피해자들을 우선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기업들에게 소송을 통해 책임을 인정시키게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해 화평법이 시행된 후 환경부는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화평법에 많은 허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심사 기준에서 벗어나는 화학물질들이 많다. 전수조사 등 시스템을 개선해 화학물질을 사전적으로 관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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