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학교' 불법 명칭 사용…교육부 단속은 '제로'
'놀이학교' 불법 명칭 사용…교육부 단속은 '제로'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5.20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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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등록해 '학교'로 운영,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 시행돼야"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지난해 11월 '어학원'으로 등록된 '유아대상 영어교육기관'들이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써 논란이 됐다. 학원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등에 따르면 학원은 반드시 '학원' 또는 '어학원'이라는 명칭을 붙여야 한다. '유치원' 혹은 이와 유사한 명칭 사용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학원', '어학원'이라는 표현을 떼고, '○○영어유치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는 곳이 많다. 학원보다 전문적인 '교육기관'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학원'의 명칭 사칭 문제는 비단 '유아대상 영어교육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학원'으로 등록해놓고, "유치원보다 놀이활동이 다양하다"며 '놀이학교' 이름을 붙이는 기관들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것.

불법으로 '놀이학교' 명칭을 사용하는 학원은 유치원처럼 오전 9~10시부터 오후 2~3시까지 4~7세 아이들이 다니는 일종의 교육기관이다.

N 포털사이트(12일 기준)에 '놀이학교'를 검색한 결과, 노출되는 놀이학교는 무려 310곳. 이들 기관은 '아XX레', 'XX포레', XX궁' 등 '학원' 명칭을 지우는 것은 물론, 노골적으로 '토XX놀이학교', '킨더XX 놀이학교', '리XX 놀이학교', '꿈XX 놀이학교' 등의 이름으로 원을 홍보하고 있었다.

또한 안내 전화에 '창의력을 쑥쑥 키워주는 놀이학교'라는 자동 음성 메시지를 넣는가 하면, 홈페이지에 '꿈을 키워주고 아이가 중심인 놀이학교', '최고의 유아교육, 놀이학교에서 시작하세요', '글로벌 리더로 자리기를 바라는 놀이학교', '명문가 교육을 위한 유아놀이학교'라는 문구를 넣어 학부모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교육기관.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교육기관.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부모들 유혹하기 좋은 명칭, '학교'

현행 학원법에 따라 '학원'은 고유명칭 다음에 반드시 '학원'을 붙여야 하는 것은 물론, 학부모에게 정확한 학원 명칭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

만일 학원이 유치원(학교) 설립인가를 받지 않고 유치원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스쿨, 학교 등)을 사용하면 유아교육법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교육감이 폐쇄 조치까지 명할 수 있다. 하지만 불법에도 불구하고 이 기관들이 '학교' 이름을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다.

지난해까지 부산 북구의 'XX놀이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이신희(가명·36·부산 북구) 씨는 원장들이 '놀이학교' 명칭을 쓰는 이유에 대해 "부유층이 다니는 '놀이전문기관'이라는 느낌을 줘야 원아모집이 쉽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3살 아들을 키우는 육아맘 박명선(가명·36·화성시) 씨는 "유치원보다 놀이학교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두 아들을 키우는 김기성(가명·40·노원구) 씨 역시 "유치원보다 좋아 보인다. 초등학교 가기 전에 놀이학교를 꼭 한 번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놀이학교'는 공신력이 있어 보이고, 부모에게 '놀이와 관련된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 설립은 쉽게…포장은 학교로

그렇다면 이 기관들은 '학교'라는 이름을 쓰면서도 왜 학교·유치원(유아교육법 2조에 따라 유치원도 '학교'로 분류된다) 설립인가를 받지 않고, 학원으로 등록할까. '학교·유치원보다 학원 운영이 덜 까다롭다'는 법의 이점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및 유치원 설립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원장 및 교사자격증, 건물 위치, 원아 수에 따른 면적, 체육장 등의 많은 기준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학원은 대지, 강사 등의 몇 가지 요소만 충족시키면 된다. 특히 원장은 유치원 자격증이 있는 교사를 채용할 의무도 없다.

놀이학교에서 교사로 일한 이신희 씨도 당시 유치원 자격증이 있는 교사가 아니었지만 'XX놀이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이 씨는 "'놀이학교'는 학원이기 때문에 교사 연구수업 자체가 없고, 유치원 정교사를 뽑지 않을 수 있다"며 "원장의 재량에 달렸다. 때문에 수업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쉽게 '학원'을 설립·운영하고, '놀이학교'로 포장한 불법 기관들이 학부모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 비싼 수업료, 효과는?

홈페이지에서 '놀이학교'라고 홍보하는 한 교육기관. ⓒ베이비뉴스
홈페이지에서 '놀이학교'라고 홍보하는 한 교육기관. ⓒ베이비뉴스


무엇보다 문제는 이 기관들이 유치원보다 비싼 수업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17일 기자가 직접 '놀이학교'라고 홍보하는 전국 20개 학원에 전화를 걸어 수업료를 물었다. 그 결과, 해당 학원들은 아이 한 명 당 평균 75만 3500의 수업료를 챙기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학원은 30만 원에 달하는 입학금을 따로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누리과정 지원비를 포함한 사립유치원·어린이집의 월 기본비용은 32만 3570원, 국공립유치원은 8만 765원.

'놀이학교'를 사칭하는 기관들은 사립유치원보다 2.33배, 국공립유치원보다 8.61배 가까운 비용을 받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질 좋은 프로그램과 교구를 들여오고, 전문가를 초빙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학원도 있다. 하지만 이 씨는 "일부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놀이학교'라고 해서 전부 놀이 전문 프로그램을 들여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이름만 거창하다. 수업 자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털어놨다.

재작년 4살 아들을 놀이학교에 보냈던 김소영(가명·경기도) 씨는 놀이학교라고 해서 딱히 유치원보다 더 케어가 되는 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육아맘 배희정(가명·경기도) 씨도 "놀이학교를 보내고 있지만, 교사들의 영유아에 대한 이해도, 환경 등이 유치원보다 그다지 좋은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 교육부, "이름 단속 거의 안 해요"

교육부는 '놀이학교'라는 표현이 '법 위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단속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11일 기자가 교육부 학원정책팀 관계자와 통화 당시, 관계자는 '놀이학교'라는 불법명칭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사실 불법명칭으로 그리 크게 처벌하지 않는다. 만일 '학교' 명칭 사용과 더불어 유치원 수업을 따라 하는 등 유치원과 매우 유사하게 영업할 경우에는 보다 강한 행정 처분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한 "학원 운영에 대한 정책 전반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명칭사용에 대한 부분은 거의 점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교습비를 과도하게 받는 문제 등 훨씬 급하게 다뤄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며 "1년에 2만 7000여 개나 되는 학원을 일일이 점검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원정책과 관계자는 "'놀이학교' 명칭은 불법이 맞다. 행정처분은 관할 교육청이 실사를 나가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

최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학원들이 학원법을 어겨가면서까지 '학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며 "정부, 관할 지역 교육청이 단속을 철저하게 해서 혼란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놀이학교는 어학 관련이 아닌 다양한 교습 과정을 운영한다. 이 또한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많고 강사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또 이 시설들은 학원이기 때문에 어린이집, 유치원처럼 아이들에게 적합한 환경인지도 확실치 않다"며 "부모들은 '학교' 용어에 현혹되지 말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어떤 환경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 연구원은 "놀이학교에 대한 명칭 뿐만아니라 교습, 교수 과정도 정부가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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