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모임을 통해 배운 육아철학
조리원 모임을 통해 배운 육아철학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6.06.24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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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모임,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

[연재] 문선종의 아빠 정명학  

 

함께함의 소중함을 나타내는 아프리카 속담. ⓒ문선종
함께함의 소중함을 나타내는 아프리카 속담. ⓒ문선종


군대 동기만큼이나 끈끈한 조리원동기

엄마들은 출산의 고통을 극복하고 조리원에 머물면서 강력한 공감대로 서로의 생살을 공유하며 끈끈한 유대를 맺습니다. 그로 인해 조리원 동기로 거듭나죠. 친구, 언니, 동생을 맺은 엄마들의 결속력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지역사회 단위에서 형성되는 돌봄 공동체의 최전선에는 항상 엄마들이 존재합니다. 아이를 중심으로 잘 뭉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정말 배울 점입니다.

위험한 밀실육아의 해답 ‘조리원 동기모임'

만약 친정과 거리가 멀 거나 현재 지역이 고향이 아니어서 ‘가족공동체’가 없는 경우라면 조리원 동기는 상당한 힘이 됩니다. 아무런 교류 없이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으면 우울증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죠. 고민과 스트레스를 혼자 끙끙 앓고 있으면 마치 육아가 족쇄와 같이 느껴져 쉽게 지치게 만듭니다. 이런 감정을 추수 릴 수 없으면 아이와 남편에게 부정적인 감정으로 고스란히 나타나죠. 그래서 아빠들은 아내가 긍정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모임을 장려해주면 좋습니다. 이를 ‘지지집단’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집단이 지속,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문제를 공유하면 아주 쉽게 해결되고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고민하는 문제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공감과 어루만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리원을 가지 않은 경우라도 문화센터나 맘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 등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어요.

사실 부작용도 있습니다. 모임에서 자체적으로 원칙을 갖고 있지 않거나 강력한 리더가 없으면 와해가 되기 쉽습니다. 아내가 한 번씩 모임을 다녀오면 ‘여보 조리원 동기 아이는 벌써 이런 걸 한데’, ‘우린 늦었어. 빨리 시작하는 게 좋아’, ‘이거 아주 좋더라. 우리도 이거 사자’라고 합니다. 육아 철새가 되어 이것저것 좋다는 것은 다 해봅니다. 이런 과정 또한 아이를 위해 엄마가 노력하는 모습이기에 나무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임에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자랑’이 많습니다. 이는 엄마들 사이에서 ‘질투’를 유발하는데 이 감정의 밑바닥에는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을 자라나게 합니다. 그 열매는 열등감과 경쟁으로 나타나지요.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우리 아빠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도록 아빠들은 아내들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고, 부부가 가진 육아 원칙을 한 걸음씩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간혹 ‘지지집단’으로써 모임의 목적과 원칙을 지켜 10년 지기 친구가 된 사례도 본 적이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강력한 리더가 원칙을 지키며 나갔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육아모임,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

 

부모들이 손잡고 아이들을 뒤따라갑니다. ⓒ그림/문선종
부모들이 손잡고 아이들을 뒤따라갑니다. ⓒ그림/문선종


빨리 가려는 부모들은 자신들이 앞장서고, 아이들은 뒤따라오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를 잘 볼 수 없습니다. 뒤돌아보면 아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후회하면 늦지요. 이처럼 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가려면 뒤에서 서로를 잘 돌봐주며 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알아차려야 합니다. 육아에 가장 중요한 동기는 아내와 남편이란 사실 말이죠. 부모모임에 아빠들도 참여해보면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탄생하는 모든 육아 모임이 10년을 바라보며 함께 가는 모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정익중 교수의 “예비부모들에게 부모교육을 시키는 것을 정책화해야 된다. 운전면허증처럼 말이다”(어린이재단 제8차 아동복지포럼)라는 말처럼 부모모임에 정부 차원의 교육과 지원이 바탕이 되길 바라봅니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공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외동아들인 탓일까?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4년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딸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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