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월드, 돈 있으면 '새치기 티켓' 사라?
[단독] 롯데월드, 돈 있으면 '새치기 티켓' 사라?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6.07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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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원 짜리 새치기 티켓 파는 꿈과 희망의 나라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아이들에게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하는 것 같아요."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 내 매직 아일랜드. 최남이(41, 양산시 평산동) 씨는 더운 날씨 속에서도 아이들과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오랜 시간 줄을 섰다. 줄을 설 때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놀이기구에 탑승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최 씨는 언짢은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유이용권보다 비싼 우선 탑승권 '매직패스 프리미엄 티켓'을 구매한 이용객들이 줄을 서지 않고 자신보다 먼저 놀이기구에 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최 씨는 "아이들은 아직 사리분별이 되지 않는데,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가질까 봐 우려된다. 프리미엄 티켓을 사려면 살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차례차례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참고 있다"며 "중간중간 프리미엄 티켓 이용자들이 들어와 타는 걸 보면 기분이 나쁘고, 아이들 교육상 좋지 않은 것 같다. 차라리 이런 티켓은 없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9일 국내 유명 테마파크 '롯데월드'가 줄을 서지 않고도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매직패스 프리미엄 티켓'(Magic Pass Premium Ticket, 이하 프리미엄 티켓)을 선보였다. 이 티켓은 별도 예약 없이 바로 놀이기구 앞 매직패스 대기라인으로 들어가 놀이기구에 탑승할 수 있는 유료 이용권이다. 대기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지만, 일편에서는 '도덕을 밀어내고 있는 자본주의 마케팅'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비용을 치르면 새치기를 허용하는 등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도 넘은 마케팅이라는 것.

프리미엄 티켓은 모든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Free권'(하루 30매)과 5개만 탈 수 있는 '5종권'(하루 70매)으로 나뉜다. Free권은 10만 원, 5종권은 3만 원이다. 그런데 이 티켓은 연간회원권(10~26만 원)이나 자유이용권을 구매한 이용객에 한해서만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연간회원이 아닌 경우 이 티켓을 구매하려면 자유이용권 가격 4만 8000원(성인)을 합한 14만 8000원(Free권) 또는 7만 8000원(5종권)을 내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만일 연간회원이 아닌 4인 가족이 줄을 서지 않고 모든 놀이기구를 즐기려면 약 60만 원 상당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유주 기자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베이비뉴스

 

◇ "새치기할 권리까지 판매한다?"

테마파크는 줄 서는 문화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곳이다. 파크 내 놀이기구를 탈 때는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줄을 서야 한다. 특히 인기가 많은 놀이기구를 이용하려면 2~3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놀이기구를 몇 개 이용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롯데월드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덜고자 지난 10년간 프리미엄 티켓과 유사한 빠른 탑승 예약제 '매직패스' 제도를 운영해왔다. 매직패스는 별도의 비용 없이 모바일앱, 키오스크, 매직패스 발권기 등을 통해 선착순으로 해당 놀이기구의 탑승 시간을 예약하는 시스템이다. 비용이 들지 않을뿐더러 선착순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매직패스 프리미엄 티켓'은 자유이용권보다 곱절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예약도 대기도 없다는 점에서 '새치기할 권리까지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프리미엄 티켓 소식을 접한 누리꾼 중 일부는 "돈으로 시간을 사는 건 정당한 권리"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다수의 누리꾼은 "돈으로 노력도 살 수 있는 것인가", "새치기가 돈으로 정당화되는 세상",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본주의 전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한 부모는 "돈으로 하는 새치기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제도는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돈으로 덜어주는 마케팅이다. 또 그들에게 특권의식을 주는 것이 문제"라며 "놀이공원에서 이 모습을 본 아이들이 뭘 배우겠냐"고 꼬집었다.

다른 부모는 "돈이면 줄을 안서도, 질서를 안지켜도 된다는 것이냐"며 "그렇다면 피해를 보는 일반 고객들의 시간도 돈으로 환산해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부모는 "이를 본 아이들은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주 기자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베이비뉴스

 

금수저, 흙수저 간 계급 갈등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들과 즐기는 놀이시설에서조차 돈으로 인해 줄이 나뉜다는 것.

김수진(가명) 씨는 "어쩌다 큰맘 먹고 한 번씩 애들 데리고 가는 건데, 정말 돈 없는 부모는 줄만 서다 부모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본인의 무능력을 비관하다 올 것 같다"며 "기존 예약제도를 잘 활용할 순 없는 거냐"고 토로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김고금(가명·32) 씨는 "애기 데리고 겨우 한 번 놀겠다고 롯데월드를 가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프리미엄 티켓을 구매한 아이가 한 번에 탑승하면 정말 슬플 것 같다"며 "우리 아이가 발 아프다고 징징대는데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즐겁게 노는 거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재명(가명·40) 씨도 "놀이공원에서도 금수저, 흙수저가 나뉘는거냐. '유전통과 무전대기'같다"며 "아이들이 '왜 우리 아빠는 돈이 없어서 저것 못하지'라고 생각하게 될까 두렵다"고 전했다.

◇ 롯데월드 "새치기 아니야"

하지만 롯데월드는 매직패스 프리미엄 티켓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프리미엄 티켓 고객은 기존 대기줄을 추월해서 탑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마련된 매직패스 줄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치기가 아니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티켓이 상품화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테마파크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익스프레스 패스권'을 6852엔(한화 7만 4700원)에 후지큐 하이랜드'는 1시간만 이용할 수 있는 '패스트 패스권'을 1000엔(1만 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 미국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FRONT OF LINE PASS'를 199(한화 23만 6500원)에 판매한다. 국내 테마파크 중에서는 에버랜드가 일부 패키지 상품에 우선 탑승권을 넣어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사람들의 비판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현재 시행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판매현황, 고객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 한 후, 확대 등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에버랜드, 롯데월드를 제외하고 국내 유명 테마파크 중 서울랜드, 경주월드, 통도환타지아, 이월드 등은 현재 우선 탑승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우선 탑승 제도를 상품화할 계획이 없다'는 국내 한 테마파크 관계자는 "놀이기구는 손님들이 오시는 순서대로 탑승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형평성 문제 때문에 대리로 줄을 서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장기적으로는 봤을 때 잘못된 마케팅"

프리미엄 티켓은 이용객에게 불쾌함을 주는 차등적 마케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돈만 주면 먼저 태워준다는 것은 천박한 발상이고 저급한 마케팅"이라며 "놀이기구에 '15만 원짜리'라는 또 하나의 차등적인 장벽을 세운 셈"이라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돈 벌기가 쉬울지 모르겠지만, 이용객들은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앙금이 남는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마케팅이 아니다. 차라리 미리 예약을 해서 타는 제도를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해 교육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남근아 한국소비자연맹 팀장은 "롯데월드는 특정 집단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설"이라며 "가족들 특히나 아이들이 많이 오는 공간에서 공공질서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제도는 아이 교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소비자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즐겁게 놀러 갔는데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에게 미안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다른 부모를 비교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남결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교수는 "아이들에게 '인간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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