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주세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주세요"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6.07.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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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강찬호 대표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1화] "바쁘게 달려온 5년,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2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주세요"

끝도 없이 요구해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국가가 나서서 피해자들을 보호해주길 말이다. 하지만 그 기간은 길어져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세상을 등진 피해자들도 400명을 넘어 500명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16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가피모) 강찬호 대표와 피해자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가피모의 의견을 전달했다. 가피모는 5년 전처럼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정부와 국회의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안을 마련하고 직접 나서고 있다.

피해자들을 모아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소송을 진행하는 것 외에도 피해자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직접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라도, 하루라도 사용했다면 아니 구입을 했다면 잠재적 피해자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의 강찬호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그 어떤 제품을 쓰더라도, 어떤 증상이 나타났다 해도 피해자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등급 매겨진 피해자들은 정부와 국회, 가해 기업에게 그리고 어디 있을지 모르는 다른 피해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환경운동연합,한국YWCA 등 시민사회, 여성, 소비자단체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해기업 처벌과 옥시 불매 기자회견을 갖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환경운동연합,한국YWCA 등 시민사회, 여성, 소비자단체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해기업 처벌과 옥시 불매 기자회견을 갖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 ‘살인기업 처벌하라! 내 아이를 살려내라!’고 적힌 노란조끼를 유니폼처럼 입은 지가 벌써 수년째다. 벗은 모습은 많이 어색할 것 같다. 본격적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이슈화됐다. 덕분에 옥시 불매 운동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는데.

5년 전에 비해 확실히 거둔 성과는 ‘옥시 불매’다. 가피모만이 아니라 다른 소비자단체, 환경단체 등 많은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줬다. 물론 국민들의 힘도 컸다.

5년이 지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문제가 무엇인지’ 본질을 알아야만 해결책이 정확히 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면서 문제의 본질이 많이 알려졌다. 더불어 옥시의 파렴치함이 드러났고, 롯데와 홈플러스 등 소비자를 일명 ‘호갱’으로 알고 있던 기업들도 수면 위로 올랐다.

환경운동연합이 주도적으로 불매를 주도하면서 단체들이 모였고,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문제까지 담겨 있다 보니 ‘옥시 불매 운동’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이 심판 받는 역사가 나와야만 기업들이 벌을 제대로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자들이 지난 4월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 관련한 입장 발표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센터' 검찰에 설치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자들이 지난 4월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 관련한 입장 발표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센터' 검찰에 설치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다. 아쉬운 부분은 역시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 CMIT/MIT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일까.

애경, 이마트 제품의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MIT로 인한 피해자가 상당수다. 경증 피해자와 3, 4단계 피해자들도 많다. 검찰에 SK케미칼에 대한 진정서를 직접 제출한 피해자도 있다.

수사가 축소된 것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물론, 가습기살균제를 바라보는 각계 시선들이 매우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해 진상이 밝혀지고, 신속한 문제해결을 바란다면 검찰수사가 축소돼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의 역량은 이만큼인데 검찰은 수사를 멈춘다고 하니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PHMG, PGH 성분을 사용했던 가해기업들도 사과를 했었지만, 진정성은 전혀 없었다. 가피모가 피해자와 가해기업 간의 만남을 위해 준비했던 ‘가해기업설명회’ 때도 기업들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수사를 앞둔 퍼포먼스에 불과했던 것이다.

- 5월말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464명이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선이 많다. 피해자들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절실한데,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국민이 464명, 무려 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는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피해자 발굴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나온 사망자 수다. 가습기살균제는 지난 1994년부터 약 17년간 판매됐다. 잠재적 피해자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다.

정부가 피해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20대 국회가 개원한 만큼 국회 쪽으로 힘을 모으려고 한다.

의장님을 뵙고 요구안을 전달했다. 우선 국회차원에서 정치적 과정을 통해 가해기업들이 제대로 피해자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할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전달 드렸다. 또 항상 강조했던 PHMG, PGH로 국한된 검찰 수사를 확대하고, 4등급으로 나뉜 피해자 등급 개선 등을 전달했다.

“피해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20대 국회를 만들겠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 긍정적 진행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는 정쟁의 문제가 아니다. 될 수도 없다. 민생의 문제다. 때문에 여야가 힘을 합쳐 피해자 구제를 위해 힘써야 한다.

지난 2015년 8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4주기 추모제에서 피해자 가족의 한 아이가 연단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015년 8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4주기 추모제에서 피해자 가족의 한 아이가 연단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국회에 가장 힘을 쏟는다고 했는데, 청문회를 말하는 것인가.

우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해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의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피해자들을 대변해 말하고 그에 대한 대응 또한 잘하는 게 중요하다. 국회를 방문할 때마다 국회를 통해 요구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제도상의 문제는 시간이 걸린다. 알고 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비롯한 피해구제를 위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은 신속하게 제정돼야 한다. 손 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빨리 처리돼야 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이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에 대한 청문회와 국정조사 역시 실시해야만 한다. 가피모의 핵심 요구안은 가습기살균제 국회특위를 설치하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특위가 설치된 상태지만, 국회차원의 특위가 설치 되야만 한다.

때문에 청문회도 국회특위로 열려야 맞고, 청문회 열릴 것을 대비해 가피모도 준비해 나가겠다.

-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정부의 미숙한 대처일텐데, 현 정부가 피해자들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 사태의 근본적인 시각을 교정해 피해자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봐주길 원한다. 하지만 가장 급한 건 아무래도 폐 손상 질환을 통해 피해판정을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현재 판정기준으로라도 빠른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사태 해결에 있어 속도를 붙여달라는 이야기다.

폐 손상 이외 질환에 대해서도 판정기준을 빨리 만들어 판단해야 한다.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가피모 내 여론에서도 종합적으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다.

궁극적으로 판정기준을 만드는 것은 피해자의 피해 정도에 따라, 보상의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건강상 피해를 입었거나, 후유증을 겪고 있는 등 건강 피해는 어떻게 관리해야한다는 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64명이 사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 사진전.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464명이 사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 사진전.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피해자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요구를 대표해 전달하는 입장에 있다. 정부, 국회, 기업과 싸우면서 대표님이 최종 그리는 그림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디까지 가야 이 사태가 ‘해결이 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가피모가 만든 요구안이 정부와 국회에 전달이 되도, ‘언제 이뤄질지 모르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정부는 피해자들을 위한 의학적 구제에 있어도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를 만들어 1년에 한 두번 정도 가습기살균제 심포지엄 등을 열어 진행하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

피해자들의 불안에 대해 전면적으로 지원해주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시스템이라는 것은 화학물질 센터가 될 수도 있고 전담 병원, 또는 중앙센터가 될 수도 있다.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한 이유는 피해자들이 전국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병원진료기록을 전달하고, 의료진들이 끊임없이 모니터링 해야지만 피해자들의 불안을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하나도 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대통령을 만나야만 해결이 될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상적인 기대를 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정부든 국회든 사회 시스템이나 합의되는 수준이 있고, 현실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요구안 모두가 이뤄질 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노력할 뿐이다. 견제 장치로 집단소송과 불매네트워크를 가동시키고는 있지만 함께 맞물려가는 게 좋다고 본다. 5년 전보다 분명 상황은 더 나아졌다. 후퇴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림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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