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파는 사람 모두 웃음짓는 '착한가게'
사고 파는 사람 모두 웃음짓는 '착한가게'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6.08.29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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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장애아동돕기 나눔장터 현장에 가다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두개 줘요. 개시해주고 싶어서 그래!”
“감사합니다.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좌판에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왁자지껄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힘내세요!”라는 손님의 응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복 받으실 거예요!”라며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는 자원봉사자들. 이들 옆에서 일일봉사에 참여해 수제비누를 판매한 기자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잠깐의 어색함도 잠시,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복 받으실 거예요!”라며 소리를 높였다. 물론, 환한 웃음도 함께 말이다.

사고 파는 사람 모두가 웃음 짓는 '착한가게' 장애아동돕기 나눔장터는 지난 24, 25일 양일간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옆 쉼터에서 열렸다. 전날 내린 소나기 탓에 ‘장터 열릴 때 비가 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무색케 한 날씨가 이어졌다.

뜨거운 햇살 아래 펼쳐진 장애아동 돕기 나눔장터에는 창간 6주년을 맞은 베이비뉴스도 함께 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창간정신에 맞춰 기자도 장애아동 돕기에 직접 손을 걷어붙였다.

나눔장터는 병원에서 개최되는 만큼 휠체어 타는 환자들을 위한 여유있는 매대 배치 등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테이블 배치를 시작으로 기자는 봉사자의 일원이 됐다. '장애아동 돕기'라는 나눔장터 취지에 걸맞게 장터 물건을 구입하는 데 사람들은 지갑을 여는 데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싸고 거창한 물품이 아닌 사소한 물건이었지만, '장애아동을 위해 좋은 곳에 쓰인다'는 약속 아래 펼쳐진 풍경이었다.

병원 방문객, 임직원 및 환자들이 쉬는 쉼터에 펼쳐진 나눔의 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한숨 돌리러 왔다가 ‘웃음을 되찾아가는 공간’으로 변해갔다.

지난 24, 25일 양일간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옆 쉼터에서 ‘착한가게’ 장애아동돕기 나눔장터가 열렸다. 사단법인 스파인2000의 주최로 열린 이번 장애아동돕기 나눔장터에서는 기업들의 후원상품을 판매하며 장애아동 후원자금을 모금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4, 25일 양일간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옆 쉼터에서 ‘착한가게’ 장애아동돕기 나눔장터가 열렸다. 사단법인 스파인2000의 주최로 열린 이번 장애아동돕기 나눔장터에서는 기업들의 후원상품을 판매하며 장애아동 후원자금을 모금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엄마! 빨리 와봐!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뻐.”

엄마의 발길을 이끄는 아이가 기자가 판매하는 수제비누 코너로 달려왔다. 수제비누 향기를 맡게 해주고, 수제비누의 재료에 대한 설명도 해줬다. 아는 듯 모르는 듯, 아이는 제일 맘에 드는 코끼리 모양의 비누를 집었다. 아이는 해맑았다. 아이 모습에 엄마는 처방전을 들고 있던 손으로 비누를 샀다.

어린이병동 앞에 위치한 탓인지 이후에도 장터에는 아이와 함께 온 엄마나, 아이가 어린이병동에 입원하고 있어 잠쉬 쉬러 나온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 후원물품으로 매대에 올랐던 아동용 라텍스 베개는 눈 깜짝할 새 사라질 정도.

“어린이 병동 5층에 있는 아이에게 사다주면 좋겠다”며 어린이용 베개 하나를 손에 든 한 엄마의 말에 기자 옆에서 핸드메이드 DIY, 악세서리 상품을 장터에 내놓고 봉사에 동참한 김미경 씨가 반가움을 표했다.

“어머, 저희 아들도 5층에 있는데…”

화장기 하나 없는 어둡고 지쳐보이는 엄마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의 말을 전한 김 씨. "서울대병원에서 25년간 몸이 좋지 않은 아들을 간호하며 돌봤다"는 김 씨는 이날의 장터 참여를 ‘25년만의 화려한 외출’이라 표현했다.

“아이를 도우미 손에 맡기고 판매에 참여했어요. 사람은 먹고, 자고 싸는 3가지만 할 수 있어도 정말 행복한 존재에요. 하지만 우리 아들은 전혀 가능하지 않죠. 엄마가 항상 옆에 있어줘야 해요.”

아픈 아들을 25년간 돌봤다는 그녀를 보며 ‘이렇게 밝고 씩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김 씨는 오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가 있지만 위로를 받기 보다는 같이 투병생활하고 있는 아이의 부모를 만날 때면 오히려 희망이 돼 주었다.

김 씨가 아픈 아들을 도우미에 맡기면서까지 봉사에 나오는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틈틈이 직접 만든 물건으로 장애아동을 돕기 위한 뜻도 있지만, 우리나라 복지의 열악한 실정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마음이 컸다고. 장애아이를 둔 엄마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어려운지를 외치기 위해서 말이다.

“아이가 25년간 누워있는 동안, 전재산을 썼고 이젠 빚을 지고 있어요.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불가한 데도 국가 지원은 어림없습니다. 아픈 아이들을 위한 국가 복지제도는 개선돼야 합니다. 엄마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곳이 필요해요.”

지난 24, 25일 양일간 열린 장애아동돕기 나눔장터에서 다양한 후원물품을 구입하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4, 25일 양일간 열린 장애아동돕기 나눔장터에서 다양한 후원물품을 구입하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미경 씨 옆으로는 다른 후원물품들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다. 장애아동, 탈북청소년, 외국인노동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스파인2000을 주축으로 서울대학교병원 착한가게, 자원봉사자들이 한 데 모여 화장품, 포도, 레깅스, 인형, 중소기업 제품, 신발 등을 판매했다.

“장사는 처음인데…” 봉사자들은 대부분 무언가 팔아본 경험이 없다며 어색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포도사세요! 포도 시식하고 가세요!” 힘들어간 목소리는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마저 붙잡았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그리고 덤으로 장애아동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뜨거운 날씨 속에도 사람들의 지갑은 계속해서 열렸다.





스파인 2000에서 ‘여상화의 따뜻한 세상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여상화 씨도 이날 함께 봉사에 참여했다. "예전처럼 현장에 많이 나오진 못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녀지만, 현장에서 봉사를 해봤던 경험은 어디가지 않았다. 장터가 운영됨에 있어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었다.

대형 선풍기 한 대만이 돌아가는 나눔 장터였지만 그곳에선 누구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모두 웃는 얼굴로 판매 방법을 상의하거나 사는 이야기, 힘들지 않냐는 응원의 메시지들이 오고 갈 뿐이었다.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체로 날씨는 장애물이 아니었다.

장터가 마무리가 되면서 사람들에게 팔리지 않고 남은 상품도 봉사자들끼리 서로 구입하거나, 선물하면서 후원금액을 늘려갔다. ‘나눔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을 눈앞에서 확인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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