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학대, 혹시 나도?] 부부싸움도 아동학대라고?
[정서학대, 혹시 나도?] 부부싸움도 아동학대라고?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11.23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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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부부싸움, 유흥주점 동반 등 아이 정서학대" 부모 과반수, 정서학대 제대로 인지 못 해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특집기획] 정서학대, 혹시 나도?

최근 검찰은 아동을 숨지게 한 아동학대범에 대해 최고 사형을 구형할 수 있는 보다 엄격한 범죄 처벌 기준을 내놨다. 아동학대에 관한 사회의식, 엄벌 요구가 고조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아직까지 폭력 및 성폭력, 방임 등 물리적·신체적 학대에 대한 처벌에 편중돼 있다. 정서적 학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처벌 기준이 미흡할뿐더러, 있다 해도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한 실정. 정서 및 심리학대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결과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차마 의식하지 못한 채 남용되는 정서학대가 만연하게 퍼져있다. 정서학대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 인식의 부재 등 정서학대를 심각한 학대의 유형으로 인지 못 하는 부모가 적지 않은 것.

부모들이 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현실과 정서학대의 유형, 그에 따라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징후를 짚어보고, 정서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 단체, 부모가 해야 할 일들을 살펴본다.

<기사 싣는 순서>

① 당신도 '학대부모'일 수 있습니다
② 무심코 하는 당신의 행동, 보이지 않는 아동학대
③ [카드뉴스] 옆집 아이와 우리 아이, 비교해본 적 없나요?
④ 정서학대, 아이의 몸과 마음을 곪깁니다
⑤ 정서학대 처벌? "촘촘한 법과 제도 필요"

"제가 학대부모라고요?"

한 살과 네 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신유림(가명·37·서울) 씨는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자주 한다. 서로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문을 '쾅' 닫는가 하면 감정을 실어 물건 등을 던질 때도 있다.

기자가 신 씨에게 "아이들 앞에서 하는 심한 부부싸움이 정서학대가 된다는 사실을 아냐"고 물었더니 신 씨는 "몰랐다. 내가 학대라니… 덜컥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 했다.

신 씨는 "아이를 직접 때려야지 학대인 줄 알았는데 그 상황만으로도 학대가 된다니 놀랍다"며 "아이들이 상처받았을까 봐 죄책감까지 든다"고 털어놨다.

신 씨의 행동은 엄연히 아동학대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에 따르면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는 아동학대 중 정서학대로 분류된다. 가정폭력은 가정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지속적으로 부부가 욕설을 하며 자주 심하게 다투는 부부싸움도 가정폭력에 해당된다.

최명희 신구대 아동보육전공 교수는 "아이는 부모라는 안전 기지를 바탕으로 성장하는데, 부모의 싸움은 아이로 하여금 삶의 근원인 가족, 부모가 붕괴되는 근원적인 두려움을 끄집어낸다.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 이상"이라며 "아이가 정서적으로 얼마냐 고통스럽겠냐. 정서발달에 심각한 위해가 되므로 아이 앞에서의 부부싸움은 당연히 정서학대"라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는 아동학대 중 정서학대로 분류된다. ⓒ베이비뉴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는 아동학대 중 정서학대로 분류된다. ⓒ베이비뉴스

 


◇ 부모 과반수, 정서학대 인지 못 해

신 씨처럼 적지 않은 부모들이 무심코 하는 자신의 행동이 정서학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정서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기타 가학적인 행위를 뜻한다.

아보전에 따르면 정서학대는 ▲원망적·거부적·적대적 또는 경멸적인 언어폭력 ▲잠을 재우지 않는 것 ▲가족 내에서 왕따시키는 행위 ▲형제나 친구 등과 비교, 차별, 편애하는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소에 아동을 데리고 다니는 행위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 ▲아동을 시설 등에 버리겠다고 위협하거나 ▲다른 아동을 학대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아이에게 "너만 없었어도 내가 이 꼴이 아닌데…", "○○이는 잘 하는데 왜 이 모양이니!", "말 안 들으면 도깨비가 너 확 잡아간다"는 식의 적대적이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말과 유흥주점에 아이를 데리고 가거나 가족 구성원이 아이와 대화하지 않고 무시하는 행위까지 모두 정서학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정서학대에 대한 민감성이 높지 않다. 지난 14일 아동권리보호NGO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가 부모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동에게 욕을 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 '학대가 아니다' 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응답한 부모가 각각 14.3%(1274명), 43.1%(3839명)에 달했다. 부모 과반수가 정서학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셈이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팀 과장은 "정서학대는 상처나 상형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정서학대를 아동학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사회 전반에는 이렇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정서학대가 만연돼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아동학대사례 유형 총 1만 1715건 중 중복학대(신체+정서, 방임+정서 등)를 제외하고 정서학대는 40.7%(7197건). 신체학대(37.7%, 6661건)나 방임(18.0%, 3175건), 성학대(3.6%, 629)보다 많은 수치다.

아동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고 상해를 입히는 신체학대, 아동을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는 성폭력 등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신체적·물리적 아동학대보다 차마 아동학대라고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정서학대가 사회에 더 많이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러한 행위들은 기존에 훈육으로 다뤄져오는 것들이 많아 '정서학대'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훈육으로 치부하는 정서학대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충고했다.

◇ "아이,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해야"

보이지 않아 더 무서운 정서학대는 치명적인 징후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명희 교수는 "'너 그럴 줄 알았다', '꼴 보기 싫어' 등 아이에게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고 발달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좋은 성격은 존중받고 인정받는 양육 환경에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가장 보호받고 안전해야 할 대상에게서 자신의 존재가 거부되고 모멸감을 느낀다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반사회적 및 파괴적 행동, 우울증, 신체적 질병 등 신체학대만큼이나 무서운 징후가 파생된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는 부모로부터 받은 억압이나 스트레스로 안정감이 부족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또래와의 관계 맺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아보전과 보건복지부의 '2016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 굿네이버스에 따르면 정서학대를 당한 아이는 신체적 발달이 늦는 한편, 특정물건을 계속 빨거나 물어 뜯는 불안장애와 부모와의 접촉에 대한 두려움, 무력감, 히스테리 등 다양한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보육교사로부터 도깨비가 등장하는 무서운 영상을 강제로 본 3세 A(춘천) 군은 악몽을 꾸고 몸에 경련을 일으키는 등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여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최 교수는 "정서학대도 정말 무섭고 위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모가 그럴 수 있는 거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니라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더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아이가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아이를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국장은 "식물도 어떤 노래를 들려주는 것에 따라 성장 속도, 질이 다르다고 말한다. 하물며 아이는 어떻겠느냐"며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정서학대는 심리적 폭력이다. 말 한 마디도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며 "'아이는 미성숙하기 때문에 당연히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좋은 단어, 말, 행동으로 아이를 대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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