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정유라처럼 키우지 않으려면"
"우리 아이들, 정유라처럼 키우지 않으려면"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11.25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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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인터뷰] 엄마들의 침묵시위 이끄는 카페 '엄마말' 김미애 대표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특집기획] 굿바이 헬조선, 헬로우 헤븐조선

지옥에 비유될 정도로 희망이 없는 대한민국을 일컫는 신조어 ‘헬조선’(Hell 朝鮮). N포세대로 규정되는 20대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중심축을 이루는 2040세대들의 처참한 심정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아이 낳는 것조차 두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2040세대들은 최근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서 또 한 번 확인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면서 절망감과 좌절감,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옥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헬조선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헤븐조선(Heaven 朝鮮)을 만들 수 있을까?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는 없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헤븐조선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작은 발걸음이라도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좌절을 넘어 희망을 찾고 있는 사람들, 헤븐조선을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을, 베이비뉴스가 찾아 나선다.

 

"우리 아이 돌 무렵에 세월호 사태가 터졌다. 그 안에 아이들이 빠졌다 생각하니 내 아이 같았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0일,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11명 엄마들의 침묵 보도행진 시위가 열렸다. 시위의 주최한 곳은 네이버 카페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이하 엄마말). 세월호 사태에 분노한 엄마들이 만든 모임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엄마들이 할 수 있는 평화로운 시위를 생각해봅니다. 유모차에 아이 태워 와서 함께 할 수 있는 평화 시위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태가 터진 후 엄마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이 글은 곧 여러 카페로 퍼졌다. 그렇게 모인 엄마들은 2014년 4월 30일 강남역에서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 질책이 아닌 대책을 원합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첫 침묵 도보행진을 벌였다.

 

김미애(37) 씨도 스스로 엄마들의 평화집회를 준비하던 중에 이 소식을 접하고, 평화시위를 제안한 엄마와 합세해 생애 처음으로 집회라는 것을 기획하게 됐다. 5월 5일,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열린 두 번째 집회에는 가족들과 함께 거리로 나온 엄마들이 500여 명이나 됐다. 이후 산발적으로 열리는 엄마들의 평화시위를 하나로 규합하고,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하에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 카페가 탄생하게 됐다.

 

평화시위를 제안한 엄마가 첫 카페장을 맡았고, 지금은 김 씨가 카페장을 맡고 있다. 김 씨는 엄마말 카페 회원들과 함께 세월호 사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4월 16일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매월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벼룩시장도 열고 있다. 아이의 돌잔치를 준비하던 중에 접하게 된 세월호 사태가 한 엄마의 삶을 바꿔놓았다.

 

김 씨는 세월호 사태와 박근혜 게이트는 서로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세월호 사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침묵시위가, 이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침묵시위로 변화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지난 23일 오후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김 씨를 만났다. 그동안 펼쳐온 엄마말 카페의 활동을 자세히 물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헬조선이 된 이유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헤븐조선의 모습은 무엇인지 들었다.

 

◇ 아이 엄마로서의 삶

 

- 활발한 사회 활동에 비해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 카페의 대표, 아이 엄마라는 것 말고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4살 아이의 엄마다. 지난 5월부터는 팟캐스트 ‘엄마의 시간’을 만들고 있다. 기존의 육아 팟캐스트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막상 육아를 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너무 없는 것 같아 오로지 엄마들의 이야기만 하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 엄마로서 출산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원전 문제, 미세먼지, 배가 물에 빠지는 사건 등 이런 것들이 출산 전에는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모든 것들이 다 뼛속 하나까지 이어지지 않은 점이 없다. 그래서 엄마가 된 후로는 사회현상에 대해 찾아보게 되고 목소리를 내게 됐다. 나처럼 사회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있다면 단 한 명이라도 붙잡고 이야기를 하게 됐다.

 

환경문제에도 민감해졌다. 미세먼지 때문에 아침에 환기를 잘 못시킨다. 아이가 있으니까 창문 여는 게 무섭다. 집에서 가까운 마트도 못 간다. 먹거리는 한살림, 생협 같은 곳에서 사게 된다. 소소하게는 계란에 알이 두 개 있으면 왜 그런지까지 고민을 한다. 모든 게 의심투성이다. 육아만 하기에도 정신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양육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주변에서 다들 유치원대란이라고 하더라.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보내는 일이 무슨 고3 수험생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벌써 든다.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믿을만한 어린이집 하나가 있어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는 있는데 입학이 안 되면 아예 안 보낼 생각이다. 초등학교도 문제다. 먹거리는 잘 나올까? 선생님은 아이들을 잘 대해줄까 하는 걱정에 대안학교를 보낼 생각도 하고 있다.

 

-침묵행진 시위는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엄마로서 이런 일을 기획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 하다. 이전에도 시위나 사회활동에 참여한 적 있나?

 

전혀 관심도 없었다. 여·야도 구분할 줄 모를 정도로 정치에 까막눈이었다. 세월호 사태 이전에는 사회의 문제가 생겨도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 돌 무렵에 세월호 사태가 벌어졌다. 그 안에 아이들이 빠졌다 생각하니 내 아이 같았다. 안산에 가서 조문도 하고 유가족분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단순히 타인의 아이가 빠진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그때 마음이 동했다. 정말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카페 엄마말의 발자취

 

-아이가 있어 외출을 할 때도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다. 특히 현재 아이와 함께 집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카페 ‘엄마말’에서 행하는 시위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다른 집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엄마말 카페에서 진행되는 시위는 ‘아이를 데리고 와도 되는’ 엄마들의 시위다. 꼭 아이를 동행해야 하는 시위는 아니다. 요새는 날씨도 추운데 엄마가 아이 없이 올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아 맡길 곳이 없어 아이와 시위에 함께 한다. 일부러 데리고 나오는 게 아니다.

 

성인들의 집회는 보통 저녁시간에 열리곤 한다. 하지만 엄마들은 자녀의 수면시간으로 인해 늦게 외출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낮 12시나 1시, 따뜻한 낮 시간에 집회를 연다.

 

가장 큰 특징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질 않는다. 우리는 광화문 광장이 아니라 거리에서 조용히 도보행진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면서 울림 있는 집회를 하자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소리를 내면 아이들이 놀랄 것도 감안했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이 적힌 피켓을 듣고 조용히 걷기만 한다. 피켓 문구도 거친 표현을 쓰지 않는다.

 

엄마말 시위는 항상 집회신고를 하고 진행한다. 그래서 보호 목적으로 경찰이 동행을 하는데 경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우리 피켓을 뺏으려 하거나 고소하겠다는 분들도 많았다. 원체 큰 일이라 그런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

 

-카페 ‘엄마말’의 시위에 동참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카페 회원이 아니더라도 엄마 누구에게나 열려 있나?

 

카페 엄마말 시위는 제한적이지 않다. 엄마말 타이틀을 걸고 시위를 하기보다는 엄마들이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단지 우리 카페는 엄마들이 어떻게 시위를 하면 될지 안내를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카페에 올린 엄마말 시위를 안내하는 글에서는 ‘경찰서에 집회 신고하기’, ‘침묵시위’, ‘유모차가 있을 경우에는 두 줄로 행진하기’, ‘유모차 동행을 감안해 최대한 건널목이 없으며 가급적 수유실이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루트를 짜기’ 등 질서적인 측면을 안내했다. 그냥 엄마들이 시위를 열 때의 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보수 단체가 침묵 시위를 하며 아이를 동반하는 것은 아동학대라는 이유로 카페 공동 설립자였던 엄마를 고발했는데, 작년 11월 무혐의 결론이 났다. 일각에서는 시위현장에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전 카페장이 당한 고소가 무혐의가 났다는 것을 들었다. 솔직히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어’라는 생각은 안 든다. 그 분들(아동학대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걱정이 될 수도 있다. 시위는 폭력적이고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바라볼 수도 있다.

 

최근 11월 10일 시위 소식이 실린 위키트리 신문에는 악플이 많이 달렸다. 아이를 방패삼아 나왔다는 말들이었다. 악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 이들이 한 번 나와서 우리가 하는 시위를 보면 얼마나 안전하게 하고 있는줄 알텐데…, 그걸 모르니 내가 더 나와서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우리 아이에게 내 정치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를 동행하고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말하고 싶다. 일차적으로 아이를 집에 놓고 갈 수 없으니까 데리고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이런 상황을 본다고 해서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이가 JTBC 뉴스나 시위현장을 볼 때가 있으면 “저 사람들 왜 저래?”라고 내게 묻는다. 그러면 솔직히 얘기를 한다.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위에 중요한 사람들이 말을 안들어서 그래”라고 답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모가 “네가 아직 어리지만 이 (상황을) 똑봐로 봐라”라고 아이에게 정치적인 색깔을 입히는 것도 색안경 씌우기인 것 같다. 우리 아이가 고작 4살인데 뭘 알겠나. 시위를 봐도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 정도만 이해한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 야당이 어떻고, 여당이 어떻고 그런 소리는 전혀 안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침묵행진시위를 지난 10일 열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하야 이유와 이날의 시위에 대해 설명해 달라.

 

 

"1000명이 모이는 곳에 1명을 보태는 것보다는 전혀 울림이 없는 곳에서 집회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여겨 엄마들의 집회를 열게 됐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대통령직은 우리가 하는 얘기를 잘 듣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라를 만들어라고 하는 자리다.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어떤 이상한 아줌마에게 대신하라고 맡겼다. 말이 안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지금 기한이 1년이나 넘게 남았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더 할지 모른다. 이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내려와야 된다.

엄마 11명이 참가한 11월 10일 집회에서는 홍대 8번 출구 농협 앞에서 시작해서 우리은행 서교지점까지 동그랗게 돌아오는 구간에서 열렸다.

 

그날 집회는 따로 알리지 않았는데도 취재진이 많이 나왔다. 뉴스를 보고 엄마들이 많이 시위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나서 몇몇 엄마들이 자택 앞, 아파트 단지 벼룩시장에서 1인 시위를 했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시위 후에는 참여한 엄마들과 박근혜·최순실 이야기,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최순실)가 힘이 있으면 저렇게까지 딸에게 해줄 수 있구나”, “서민이 아무리 아이에게 좋은 걸 보여준다고 해봐야 돈이면 아이 원하는 걸 다 해줄 수 있겠다”는 회의감 섞인 목소리로 나왔다. 또 이 시국에 아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의논하고, 다음 시위에 대한 계획도 나눠봤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를 하지 않고 홍대에 우리만의 집회를 연 것은 엄마들의 사정을 고려해서다. 집회가 열리는 날은 버스, 지하철에 사람들이 너무 붐빈다. 이런 날 어린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밤 늦은 시간에 나가는 것은 좀 위험할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이유는 1000명이 모이는 곳에 1명을 보태는 것보다는 전혀 울림이 없는 곳에서 집회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여겼다. 집회가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생긴다면 더 주목받지 않을까 한다. 우리 집회를 보고 전국각지에서 엄마들의 시위가 릴레이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세월호 시위를 할 때도 그랬다. 엄마말 엄마들과 더불어 엄마말 카페에 전혀 관련없는 엄마들도 분당, 천안, 평택, 제주 등지에서 시위를 이어 나갔다.

 

광화문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을 때마다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집에서 아이랑 있어요. 죄송해요”라는 엄마들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 우리 시위를 통해 엄마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멈추지 말고 집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2014년, 카페 엄마말 시위와 모임이 결성된 동기는 무엇인가? 기억에 남는 시위가 있다면?

 

2014년 4월 16일부터 아이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보게 됐다. 그 때가 아이 돌잔치를 한다고 바쁘게 준비할 때였다. 내가 금이야 옷이야 키워봐야 나라에서 잘못하면 한 번에 수장되는 건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라는 자괴감도 몰려왔다.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침묵시위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 무렵 전 엄마말 카페장이 2014년 4월 30일 엄마들을 모아 세월호 집회를 열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도 엄마들 집회를 계획 중이라고 전 카페장과 소통을 하게 되며 서로 알게 됐다. 내가 열었던 5월 5일 두 번째 집회에서는 500여 명의 가족들이 참가해 마무리됐다.

 

시작 초반에는 집회공지를 자연주의출산가정모임 카페나 다른 지역카페에 올리곤 했었는데 계속 올리기에는 민폐라고 느꼈다. 그래서 정치적인 이야기는 한곳에 모으기 위해 전 카페장과 함께 엄마말 카페를 만들게 됐다. 시위 후에 시위진행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도 많아 집회신고방법 등의 안내를 모을 공간이 필요하기도 했었다.

 

지금까지 10번도 넘게 시위를 열었다. 제일 기억에 남은 엄마말 시위는 2014년 5월 5일에 열었던 시위였다. 집회신고를 아이 생일날 했는데 침묵행진 시위 당일에 처음에 걸을 때부터 많이 울컥했다. 날씨가 쌀쌀했는데 ‘내 아이가 추우면 어떻하지?’라는 생각도 했다. 이 순간에도 나는 내 새끼하나만 걱정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유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세월호 유가족이 안산에서부터 국회의사당까지 도보행진을 했을 때 개인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때를 떠올리니 가슴이 울컥한다. 비가 굉장히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나는 신도림부터 합류해 10kg 정도 되는 아기를 아기띠를 매고 3시간 가량 걸었다. 그런데 유가족 한 분이 우리 아이를 보더니 한번 안아보자고 해서 아이를 건냈다. 그분은 우리 아이를 안고 등을 쓰다듬으면서 “우리 아기도 요만한 때가 있었다”면서 펑펑 울었다.

 

아이 무게에 힘에 부쳤었는데 그분을 보니 너무 죄송한 마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3시간 걷는 것을 힘들게 여긴 내 아집이 강하다고 느꼈다. 그때 상황이 지금도 많이 기억이 난다.

 

-카페 시작 시점부터 꾸준히 세월호 세월호 참사에 대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정부나 사회에 요구하는 사항은?

 

김미애 씨가 지난 2014년 8월 8일 오후 세월호 참사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사진가 50여명의 거리 전시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김미애 씨가 지난 2014년 8월 8일 오후 세월호 참사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사진가 50여명의 거리 전시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디자인 일을 하다보니 세월호 사태와 관련해 일하는 분들과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하게 돼 많은 것을 듣게 됐다. 세월호 사태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정부가 아이들을 못 구한 것이 아니라 안 구한 것으로 생각이 굳어졌다.

 

세월호 참사 대처는 남아 있는 분들에 대한 보상이 중요하다. 금전적인 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방법이 필요하다. 남아있는 분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각한 실정이다. 정부는 “그만 좀 해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냈으면 좋겠다. 물론 세월호 인양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 약 1년 6개월 동안 매월 16일 세월호 유가족을 돕는 기부 벼룩시장도 열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듣고 싶다.

 

우리는 참사일인 16일이 있는 주에 자주 세월호 시위를 진행해 왔었다. 그런데 춥거나 더울 때는 시위를 못하기도 했다. 그래서 꼭 시위만 한다는 생각을 바꿔서 매월 16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온라인 기부벼룩시장을 고안했다.

 

파는 사람은 물건을 무료로 내놓고, 사는 사람은 돈을 내고 사는 시스템이다. 기부금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전달된다. 더불어 주빌리은행, 장발장은행에 기부도 한다. 50만 원 이상일 땐 5만 원씩, 그 이하일 땐 3만 원씩 기부를 한다.

 

기부금 수혜자는 세월호 참사 초창기에 알게 된 한 유가족 어머니다. 처음에는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시작했었는데 식사도 함께 하는 사이가 되며 현재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으로 인해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고심 끝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자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미애 씨의 손목에 걸려 있는 세월호 기억팔찌.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김미애 씨의 손목에 걸려 있는 세월호 기억팔찌.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가 꿈꾸는 세상

 

-현재 실시되는 보육정책들이 많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 엄마의 목소리는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현 보육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을 안 다녀 피부로 와 닿지는 않은 정책이긴 하지만 주변 엄마들이 맞춤형보육에 대해 말이 많다. 전업맘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야 하는 시간이 낮잠시간 무렵이라는 것이 어색하다고 느꼈다. 종일반으로 맡기려면 증명서도 제출하라고 하는데 나만 해도 프리랜서라 그런 서류를 만들기가 쉽지가 않다. 아이를 안 키워본 사람이 무성의하게 만든 정책 같다.

 

현재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다. 나를 비롯해 주변에 창업을 준비하는 엄마들은 근무시간이 9시부터 6시까지 고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데 3시 경이면 찾아와야 하니 다른 사람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작년 합계출산율이 1.24명이다.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되기 위해선 어떤 점이 개선되야 할까?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을 말해 달라.

 

나는 이미 아이 한 명으로 끝내려고 마음을 굳혔다. 지금으로서는 절대 아이를 둘 이상 낳을 수 없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동네가 필요하단 말이 있었다. 지금은 온전히 양육자 한 사람이 키워야 하는 구조다. 유치원, 학교, 방과후수업 등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일단 아이 아빠가 6시에 칼퇴를 할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면 한다. 지금은 아빠들이 새벽에 들어오니 엄마 혼자 독박육아를 하기 일쑤다. 체력이 떨어져 아이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

 

당장 아이를 놀이터에 데려가는 것만 해도 어렵다. 미세먼지도 많을뿐더러 놀이터에 쓰레기,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의 의식도 문제다.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곳도 없다.

 

최종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엄마가 아이만 생각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야 한다. 아이 양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의 GMO 첨가 여부, 미세먼지, 원전 같은 요인들을 따져야 하니 유치원, 학교도 제한적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내가 안전한 곳을 자꾸 찾아보는데 소모되는 에너지와 시간에 엄마들이 자꾸 버거워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우리 사회에서 남아있으면 하는 좋은 것, 반대로 없어져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남았으면 한다. 요새 아이들은 선생님, 어르신에게도 너무 막 대하고 버릇이 없다. 옛날에는 같은 동네에서 컸으니까 어른 공경이 중요했다.

 

요즘 사회는 개인주의가 강해진 것 같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나 하나 괜찮으면 됐다”는 식으로 대한다. 다른 사람 눈을 신경 안 쓰고 자기 주머니만 채워서 최순실 사태도 일어난 것 같다. 정유라 같은 아이를 키우지 않기 위해선 엄마들이 (자녀교육을 할 때)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헬조선’이란 말이 오랫동안 유행하고 있다. 엄마로서 그리는 헤븐조선은 어떤 사회인가?

 

한국이 헬조선이 된 이유는 모두들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지는 신경쓰지 않고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을 해 주변 것은 모두 차단돼 있단 생각이 든다. 또 먹고 살기 바쁘단 이유도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리는 헤븐조선은 엄마든 아이든 누가 됐든 간에 내 할 일만 할 수 있는 사회다. 가령 무국을 끓인다고 치자. 지금 상황에서는 요리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무가 건강한 재료인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각자가 해야 하는 일을 충실히, 깨끗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한다면 그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고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어떤 먹거리나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내 일에만 충실하며 아이를 키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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