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을 어린이집 문제로 보는 패러다임 깨자"
"보육을 어린이집 문제로 보는 패러다임 깨자"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12.23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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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인터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김호연 의장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특집기획] 굿바이 헬조선, 헬로우 헤븐조선

지옥에 비유될 정도로 희망이 없는 대한민국을 일컫는 신조어 ‘헬조선’(Hell 朝鮮). N포세대로 규정되는 20대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중심축을 이루는 2040세대들의 처참한 심정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아이 낳는 것조차 두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2040세대들은 최근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서 또 한 번 확인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면서 절망감과 좌절감,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옥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헬조선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헤븐조선(Heaven 朝鮮)을 만들 수 있을까?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는 없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헤븐조선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작은 발걸음이라도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좌절을 넘어 희망을 찾고 있는 사람들, 헤븐조선을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을, 베이비뉴스가 찾아 나선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김호연 의장.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김호연 의장.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에 획을 그을 만한 중대사들을 독단적으로 처리했다. 보육계도 박근혜 정부의 영향력에서 비켜갈 순 없었다. 지난 7월 1일 시행된 맞춤형보육은 엄마들을 워킹맘과 전업맘으로 나눠 싸움을 붙이는 꼴이 됐다. 결국 보육기관, 학부모, 아이들 그 어느 쪽을 위한 정책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보육의 미래가 극단적으로 치닫자 음지에 있던 보육교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쟁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의 기원은 80년대 공단과 빈곤지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탁아소에서부터 출발한다. 탁아소를 세운 보육 운동가들은 1986년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이하 지탁연)을 발족했고 한국보육교사회를 거쳐 현재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로 활동하고 있다. 보육협의회는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보육교사 노동조합이다. 이들은 보육정책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개최하며 보육문제를 공론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아이들, 부모, 보육노동자가 행복한 인권보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2일 오후 용산역 부근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김호연 의장을 만나 우리나라 보육의 문제점과 대안, 보육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본인 소개 부탁한다.

보육교사로 근무를 하다가 지금은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보육교사로서의 첫 근무는 1995년, 지금의 구로시민센터 부설기관인 구로어린이집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첫 직장이 6개월 만에 문을 닫아 방황을 하다가 이후 구로지역 지역탁아소연합회(이하 지탁연) 소속의 다우리어린이집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것을 계기로 지탁연 소속 어린이집,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15년을 근무했다.

2012년, 공공운수노조 산하 보육협의회에서 비리고발 및 고충상담센터를 만들었다. 보육협의회는 ‘노동조합’이란 것이 교사들에게 너무 먼 존재라고 판단하고 있었고, 노동조합의 중간단계정도의 뭔가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센터를 세우게 됐다. 이때부터 이곳 센터 운영을 맡아 지금은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보육교사로 일하다가 보육계 노동운동을 하게 된 이유는?

어릴 적에 달동네의 결손가정에서 자랐다. 지역에서 보호를 많이 받고 자랐기 때문에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회에 나와 지탁연을 알게 됐다. 이곳에서 지역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에서 탁아운동을 하는 그룹으로 구로어린이집을 소개해줬고 첫 직장을 갖게 됐다. 지탁연 소속 어린이집에서는 누구나 교사 대표를 하게 된다. 대학생 육아동아리들이 자원활동도 나왔었고 부모 모임도 활발했다.

나이가 어리고 경력도 짧은 시절의 교사였을 때조차도 “너는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라는 지지를 받았다. 내 나이나 학벌에 상관없이 부모들, 자원활동그룹은 나를 지지했고, 그런 일들이 일상이었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교사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처우도 그때보다 더 심해졌다. 어떻게 보면 지금 보육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책무감에 기인한 것 같다. 이 책무감의 발동기제는 교사들이 소중하게 느껴져서다.

22년 간 교사들을 지켜봤다. 이들은 법을 모르고 세상을 낙천적으로 본다. 사회적으로 아동학대 예비범죄자라고 취급을 받으면서도, 반노예화가 돼 있어도 그냥 아이들이 좋아서 함께 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제일 하대 받고 비난받는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의 절박함을 국민들이 좀 더 알았음 좋겠다는 마음에서 일을 하고 있다.

- 교사시절, 보육운동을 하며 가장 보람됐던 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공동육아 교사 시절에 내가 첫 졸업시켰던 삼형제 아이들이 이제 다 대학을 간다. 한 친구는 일찍 결혼을 했는데 그 결혼식장에 가기도 했다. 지역에서 아이들이 커 가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이 있다.

 

요 근래 가장 힘든 일은 보육협의회에서 상담을 진행하면서 겪고 있다. 몇몇 교사들이 아동학대를 했다고 오해를 받고 있다.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너무 괴로워서 자살시도까지 하는 현실. 그게 제일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지난 10월 22일 열린 전국보육노동자 한마당에서는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 보육교사들은 왜 모이지 못하지?'란 의문이 내겐 제일 힘든 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대외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보육교사들이 피켓도 스스로 만들어 올 정도의 열의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이 다 찰 정도로 모였었다. 최근들어 가장 보람찬 사건이었다.

◇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활동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어떤 곳인가?

보육협의회가 탄생하기까지의 보육운동의 흐름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보육교사를 중심으로 하는 보육운동단체였던 ‘한국보육교사회’는 보육운동의 확장과 현장조직화를 통한 보육현장 개혁이라는 목표 아래 2002년부터 3년 동안 준비를 해 전국보육노동조합을 건설했다.

지난 2005년 창립된 전국보육노동조합은 ▲보육의 질 보장 ▲보육 현장의 민주화 실현 ▲보육의 공공성 쟁취 ▲육아의 사회화 실현 등을 위해 결성됐다.

이때의 보육노조는 전국단위의 노조였다. 하지만 전국보육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를 포괄하는 산별노조(産別勞組)의 건설과 산별교섭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회공공성을 담보로 하는 영역의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에 동참해 2007년 보육협의회를 만들게 됐다.

우리는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인권보육의 실현을 위해 일한다. 매년 영유아보육법 내의 보육교사처우개선 사항과 보육사업지침안내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제안으로 제도를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 보육교사가 보육협의회에 가입하면 얻는 장점은 무엇인가?

노동조합원에 가입한 조합원으로서의 혜택이다. 조합원이 되면 다른 동료교사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노조를 탄압대상으로 보는 현 보육현장에서 보육협의회의 조합원이나 간부들이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동료교사들에게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노동인권을 침해당해 보육협의회에 오게 된다. 자신의 노동인권을 찾게 된 후에는 아동인권에 대한 부분도 되돌아보게 된다. 일종의 정신적인 혜택도 받게 된다.

-지난 10월 보육협의회는 ‘보육공공성 및 보육 안전 확보를 위한 전국 보육노동자 한마당을 열었다. 여기서 주장한 교사 근무조건을 함축한 ‘8253’구호에 대한 설명과 그 이유를 말해달라.

현 영유아보육법에는 보육교직원의 8시간 근무가 명시돼 있지만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은 휴게시간 없이 평균 9시간 이상의 노동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9시간 근무시간에 포함되는 일은 ▲보육 ▲청소 ▲수업준비 ▲평가 ▲상담 ▲관찰 ▲관련서류작업 등으로 1일 근무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보육교사들은 야간과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며 과도한 노동으로 쉽게 병들고 이직을 자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08년부터 8시간 2교대 근무, 5시간 근무와 3시간 연구시간을 보장하라는 ‘8253’제도를 도입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하루 중 아동학대가 가장 빈번하고, 교사가 가장 힘든 때가 점심시간과 등·하원시간이다. 일대 다수가 상호작용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점심시간을 교대시간으로 잡아서 2교대 근무를 하자는 것이다.

나머지 3시간은 아이들 보육과는 별개의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인성교육’이란 말로 교사들을 예비학대자로 취급, 교육받아야 될 대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스스로가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간이 이 3시간의 연구시간이 될 것이다.

◇ 보육 현안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영유아보육법 기준보다 높일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보육사업안내를 확정했다. 보육교사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지난 3월 2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호연 의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영유아보육법 기준보다 높일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보육사업안내를 확정했다. 보육교사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지난 3월 2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호연 의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보육교사의 근무요건 중 가장 개선돼야 할 점을 꼽는다면?

가정어린이집 원장의 담임 겸임 폐지와 정원초과 지침(탄력보육)폐지다.

OECD 국가의 교사 대 아동비율 평균을 봤을 때 우리나라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안 난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기본전제가 다르다. 다른 나라들은 육아휴직이 지켜지고 양육수당도 나오는 등 사회적 모성권이 보호된 상태다. 또한 보육시설 운영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하며 우리처럼 민간시설이 많지도 않다.

인력의 기본 전제 세팅도 다르다. 청소 담당, 정리 인원, 행정 인원이 따로 있다. 또한 교사가 연차를 냈을 때나 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상시적으로 있다. 각 반별로 보조교사까지 있다. 이 모든 걸 한명의 교사가 다 해야 하는 우리와는 천지 차이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교사대아동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탄력보육’이란 지침으로 이보다 더 많은 원아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낮춰져야 된다고 보나?

초과인원 인정지침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정원을 지키는 6개 광역시를 빼고는 거의 모든 지역이 2명 정도는 상시적으로 초과운영 되고 있다. 여기에 원장이 담임겸임을 하고 교사가 담임 반 아이들까지 맡게 되면 교사대아동비율이 2배가 되는 거다. 이것은 교사들의 처우 문제를 떠나 아동 인권이 떨어지는 비인권적인 상황이다.

영유아의 개별성 존중과 보육교사의 인권보육 지원을 위해 교사 대 아동비율도 축소돼야 한다. 현재 교사대아동비율은 너무 잔인한 수준이다.

원장이 겸임을 안 한다는 조건 하에선 0세 반의 경우는 아이를 2명까지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1명을 업고 1명을 안으면 된다. 그런데 3명이 되면 1명을 안고 나머지 두 명을 양쪽에 둬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다.

교사대아동비율은 만 2세는 1:7인데, 만 3세가 되면 갑자기 배인 1:15가 된다. 한 살 더 먹었다고 발달의 정도가 확연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고만고만한 아이들인데 어떤 근거로 배가 되는지 모르겠다. 만 3세는 12명 정도면 좋겠다. 6~7세는 20명이 아니라 16명 정도 되면 좋을 것 같다.

-지난 9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맞춤형보육 이후 어린이집 교사 고용 사항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8시간 기준 정규직이 맞춤형보육 시행 이전보다 많이 줄었나?

전국 곳곳에서 이 건으로 상담이 들어왔다. 원장이 맞춤형보육은 인건비가 80%밖에 지원이 안 되므로 6시간만 근무하라고 통보 받았다고 들었다. 내 월급에서 외부적 요인으로 갑자기 3~40만 원이 깎이는 것을 강요받는 것은 차별이다. 내가 스스로 내 근무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교사들의 선택권은 없다. 그래서 아예 교사를 그만 두거나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거다.

-교사 고용사항 악화 외에도 맞춤형보육의 문제점이 있다면?

부모의 선택권이 박탈된 것이 문제다. 맞춤형보다는 종일반을 보내려고 허위서류를 작성하는 엄마들이 많다. 이를 종용하는 원장들도 있다. 정부 스스로가 부모들이 불법을 자행하도록 방조하고 있다.

내가 놀고 있지 않는다는 자술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도 문제다. 엄마가 아이를 시설에 보내놓고 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인과 놀면서 엔도르핀이 생기고, 그래서 내 아이를 보는데 양육부담이 줄어든다면 아동학대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내가 행복한 권리를 남들이 재단할 수는 없다. 맞춤형보육은 내 개인 신상을 털어야 하는 엉터리 정책이다.

-한민련, 한어총은 지난 3월 성명서를 내고 초과보육 확대는 필요한 일이라며 허용해도 보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민련은 “가정의 이사 등 현장에서의 사정으로 인해 정원 내 탄력 보육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했다. 초과보육은 현장의 여건에 따라 이뤄질 수도 있는 사항이라 생각하나?

어린이집 운영을 하면 ‘자연감소율’이라는 것이 생긴다. 4~5명 정도는 어린이집을 나가거나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상식적인 부분이다. 이것 때문에 초과보육을 해야 한다는 것은 반인권적이다. 초과보육은 어떠한 말로도 합리화 시킬 수 없다. 이들의 주장은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초과보육을 해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초과보육 시행은 아동인권적으로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부모들의 권리가 지켜지는 따졌는지를 묻고 싶다. 이들의 주장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너무 몰염치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수익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예산을 받는 공공사업이다. 어린이집에서 돈을 덜 벌어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안 되는 사업을 붙잡고 있지 말라는 말이다.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이상 권리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안 되면 어린이집 운영을 하면 안 된다.

-일부 어린이집단체는 보육교사의 고용안정을 위해 반별인건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어린이집 대상 정부의 보육비 지원은 어떻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보나?

이들은 우리 교사들을 위해서 반별인건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여태까지 보육료에 산정된 인건비대로 교사들에게 월급을 준 원장은 없다. 인건비도 제대로 안 주고 초과보육까지 하면서 반별인건비를 받는다면 그 비난을 어떻게 받을지 모르겠다.

엄마들에게 주는 바우처도 폐지돼야 한다. 바우처 관리감독이 잘 안 돼서다. 4만 3000여 개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200명 밖에 안 된다. 새고 있는 세금을 관리·감독을 하는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

보육비 지원은 시설별 지원을 해야 된다고 본다. 현재는 보육료 결제를 대리결제형식으로 부모가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원장이 돈을 횡령하더라도 민간시설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현재는 부모가 원장에게 내 보육료를 당신이 횡령했다고 고소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시설별 지원을 하면 횡령의 근거를 만들 수 있다.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의무화를 반대하고 있다면 반대의 이유를 듣고 싶다. 또한 미설치로 인한 부모들의 불안을 잠식시킬 만한 대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CCTV 의무설치를 반대한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아동인권 실현을 할 수 있는 보육현장이 필요하다. 가해행위 처벌기준은 이미 다 만들어진 사항이다. 아동학대가 생긴다면 가해행위에 대해 기준에 맞춰 처벌하면 된다.

아동학대의 근본대책은 아동인권이 지켜지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다. 인권이 지켜지는 곳은 어떤 현장이어야 하는지, 법과 제도는 뭐가 있어야 하는지, 학대를 당한 아동의 부모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뭔지, 아이들이 인권침해를 받았을 때 도와줄 수 있는 방법 등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CCTV로는 아동학대를 막을 수 없다.

◇ 우리 보육의 미래

-지난 10월 5일 열린 한국보육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천정배 의원은 어린이집평가인증제도 운영과 관리가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인증을 위한 준비에 교사의 노동력이 동원돼 교사들의 고충도 크다고 들었다. 인증제에 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보육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정부의 유일한 척도가 평가인증이다. 그런데 왜 아동학대가 줄지 않을까? 평가인증이란 제도가 잘 실시되고 있다면 아동학대가 없어야 하고, 급식비리가 줄어야 한다.

평가인증은 교사들을 쥐어짜서 평가인증 점수를 최대한 높게 받아내는 용도로만 쓰이고 있다. 인증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명분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다. 복지부는 인증에 필요한 예산은 증액하면서 보육현장을 바꿀만한 노력은 안 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참여연대와 참보육을위한학부모연대, 공공운수노조보육협의회 등이 마련한 '맞춤형 보육에 대한 학부모, 교사의 곡성' 집담회가 열렸다. 김호연 의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6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참여연대와 참보육을위한학부모연대, 공공운수노조보육협의회 등이 마련한 '맞춤형 보육에 대한 학부모, 교사의 곡성' 집담회가 열렸다. 김호연 의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6월 ‘맞춤형보육에 대한 학부모, 교사의 곡성’ 집담회에서 부모육아휴직제 강제 실시를 주장했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우리는 이미 법과 제도가 잘 정비돼 있다. 사업장에서 이 제도를 상시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제’를 넣었다.

우리 아이들의 보육을 어린이집의 문제로만 보는 패러다임을 깨지 않으면 우리 아동들의 인권은 지켜질 수 없다. 모성보호권이 지켜지는 사회변혁이 있어야 아동 인권도 향상되는 것이다.

-보육교사이면서 아이 부모이기도 하다. 부모가 선생님에게 어떻게 대해줬음 하나? 하고 싶은 말은?

교사에 대한 신뢰가 낮아 교사를 의심의 눈으로만 보는 부모가 많다. 부모들이 교사를 판단하는 기준은 나에게 친절한지의 여부다. 하지만 교사는 부모에게 ‘서비스’할 필요가 없다. 애만 잘 보면 된다. 부모의 책임을 방기하는건 괜찮고 교사에게 모든 걸 희생하기를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다.

엄마들은 선생님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선생님 우리 애한테 그렇게 말하셨어요?”, “ 옷을 왜 이렇게 입혀보냈어요? 머리는 왜 이렇게 묶었어요?” 등이다.

현장교사들은 부모들에게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육교사를 하대하면서 자신들의 아이 인권이 지켜지길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다.

교사가 부모에게 받고 싶은 질문은 “선생님은 어떻게 보육교사가 되셨어요?”, “내 아이가 당신을 보람있게 한 적은 있나요? 어렵게 하진 않나요?”, “가정에서 내가 이 아이와 해야 할 일은 뭔가요?”, “선생님은 교사로서의 철학이 뭔가요?”,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어떤 교육들을 받고 있나요” 같은 질문이다.

아이를 낳았으면 당연히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이 있고 희생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자신은 희생하지 않으면서 교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놀부심보일 뿐이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더불어 아이와 교사, 부모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서 추구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왜 아동학대가 줄어들지 않을까?” “아이들이 행복한 보육현장은 어때야 하지?” 라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의 촛불시위를 이끈 원동력처럼 “난 이제 좀 행복하고 싶어”라는 반문이 나올 때가 됐다. 이제는 어린이집 질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보육현장 전문가, 교수들이 대안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그 대안들을 합리적으로 걸러내야 된다. 단, 부모가 행복하게 아이를 맡길 권리, 아동이 행복하게 자랄 권리, 교사가 행복하게 일할 권리 3가지가 지켜져야 한다.

-선배 보육교사로서 현재 보육교사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보육교사로서 남기고 싶은 말은?

일단은 당신의 권리인 보육노조에 가입을 해라. 그리고 궁금한 것은 우리에게 물어봐라. 아무 데나 싸인하지 마라.

(교사로) 와 줘서 정말 고맙다. 당신들은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지금의 보육현장 때문에 실망하고 떠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들이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보루다. 부모마저도 보육 현실을 모른다. 아이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곳은 교사그룹밖에 없다. 아동인권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할 때다. 그리고 자부심을 갖기를 바란다.

그래도 보육현장이 이만큼이라도 돌아가는 건 교사들이 진짜로 소명감을 갖고 일하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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