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교육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최고의 사교육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7.02.20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빠와 딸 둘만의 데이트, 그속에서 얻는 소중한 경험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주말에 적십자사에서 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아내. 의무 교육인데다 그것도 하루 종일이랍니다. 이번 주말은 별 수 없이 아빠와 나은공주 둘만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군요. 마침 직장 동료가 꼭 가보라며 추천해준 장소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아이 얘기를 하다보면 종종 좋은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토요일 아침, 늦잠 자고 있는 나은공주를 깨웁니다. "오늘은 안 나갈래. 집에서 TV볼래"랍니다. 얼마 전에만 해도 주말만 되면 "오늘은 어디 갈거야?" 초롱초롱한 눈빛과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묻더니만 요사이 좀 춥다고 안 나갔더니 벌써부터 게으름 모드입니다. "나은아, 오늘 아주 재미있는데 갈건데 안 갈거야?" "어딘데?" "가보면 알아" 그제야 마지못해 따라나섭니다.

아이와 둘만의 주말, 야외로 나갔습니다. ⓒ권성욱
아이와 둘만의 주말, 야외로 나갔습니다. ⓒ권성욱


오늘 갈 곳은 집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양산 3D 과학체험관.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했는데 5분 정도 늦었네요. 그래도 사람들이 막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니 딱 맞추어 도착한 듯. 건물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인체탐험관, 공룡탐사관, 항공우주관, 로봇관, 갤러리관, 3D 영화관, 4D 체험관 등 멀티 플레이 기기를 이용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체험들이 많았습니다. 안내하시는 직원을 따라 다니며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게임도 하고 4D로 하는 5분짜리 바닷속 체험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많아서 한번 하려면 줄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말입니다.

2시간 동안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끝나고 "재미있었어?" 물었더니 "응 재미있었어. 다음에 또 오고 싶어"랍니다. 아침에만 해도 귀찮은 표정으로 집에서 TV나 보겠다고 하더니만. 양산시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도 무료. 집에서 좀 더 가까우면 자주 올텐데 싶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침에 눈을 뜨면 동네 아이들과 함께 이 골목, 저 골목, 놀이터를 종횡하면서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지금은 도심지에 그런 공간도 없을 뿐더러,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가서 체험이라도 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죠.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잘 찾아보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시민들을 위해 운영하는 공간이 많습니다. 국시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과학관, 전시관, 공공 도서관, 문화회관 등.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들이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딸을 위해 만든 아빠의 주먹밥. ⓒ권성욱
딸을 위해 만든 아빠의 주먹밥. ⓒ권성욱


집으로 오는 길에 "오늘 점심은 뭐 먹고 싶어?" "지난번에 먹었던 미니언즈 주먹밥!"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주먹밥을 만들어 준 것이 생각났나 봅니다. 나름 맛있었던 모양. 굳이 아빠의 주먹밥이 먹고 싶다면야! 집에 도착하자 말자 손 씻고 실력 발휘에 들어갑니다. 우선 비상용으로 보관해 둔 햇반 두개를 꺼내어 적당히 데운 후 후라이팬에 붓고 카레 가루를 뿌립니다. 깨소금과 소금, 버터를 넣어서 달달 볶습니다. 가운데에 비엔나 소시지를 넣고 주먹밥을 주물주물. 주먹밥에 붙일 눈은 나은공주의 몫. 치즈에 빨대를 찍어서 눈을 만들고 주먹밥에 붙이면 끝.

인터넷에서 본 솜씨좋은 엄마들의 작품에 비하면야 조잡하지만 부녀가 협동으로 만든 작품이랍니다. 시식으로 하나 입에 넣더니 "맛있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웁니다.

오후에는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길가의 모든 것들이 아이의 놀잇감이네요. ⓒ권성욱
오후에는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길가의 모든 것들이 아이의 놀잇감이네요. ⓒ권성욱


오후에는 가까운 공원에 산책. 지난 주만 해도 추워서 나갈 엄두도 못 냈는데 어느새 봄이네요. 날이 완전히 풀렸습니다. 사람들도 많습니다. 다들 가족 나들이 나왔나 봅니다. 나은공주의 손을 잡고 가로수 사잇길을 걷습니다. 저만치 나무에 꽃이 열려 있습니다. 빨간 꽃입니다. "아빠 저 꽃은 이름이 뭐야?" "모르겠는데. 동백꽃일까?" 나은공주가 너무 예쁘다면서 엄마 갖다 드리겠다고 하나 따달라고 합니다. 따주었더니 "내가 이 꽃에 이름을 붙었어. 루시아라고 해" 그새 국적불명의 이름까지 붙였네요.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발밑에는 솔방울과 낙엽이 한가득 떨어져 있습니다. 솔방울을 주워서 던지기 놀이도 하고 막대기로 흙바닥에 그림도 그립니다. 솔방울과 낙엽도 몇개 주워왔습니다. 간만에 솜사탕을 사주려니 안 팔아서 대신 핫도그를 두개 사서 아빠 하나, 나은공주 하나 서로 입에 물고 걸어갑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얼마 전에 산 커다란 전지를 꺼내어 거실 바닥에 놓고 함께 그림을 그립니다. 주워온 솔방울을 씻어서 도장 찍기를 해 보고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서 찍기 놀이도 해 봅니다. 어느 새 하루가 다 지나고 어느 새 저녁입니다. 아내도 집에 왔습니다. "엄마, 엄마 주려고 꽃 가져왔어. 이름이 루시아야" 기다렸다는 듯 나은공주가 꽃을 내보입니다. 모처럼 아이와 함께 해서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아이에게 최고의 사교육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 얻는 다양한 경험이 아닐까요? ⓒ권성욱
아이에게 최고의 사교육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 얻는 다양한 경험이 아닐까요? ⓒ권성욱


언젠가 신문에서 영유아기때부터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습 부담도 클 뿐더러, 경제적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이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부득이 학원 등에 맡길 수 밖에 없는데다, 온갖 육아 정보가 넘쳐나고 부모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모든 교육을 부모가 책임지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만큼 최고의 사교육이 어디에 있을까요.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도 부모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손을 잡고 야외에 나가 함께 뛰어놀고 다양한 체험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 민간에서 운영하는 값비싼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도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면 얼마든지 저렴하면서 좋은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또한 자연을 보고 느끼게 하고 집에서 함께 요리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뇌에 힘을 넣어주는 것은 돈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입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여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