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삼일절 아침, 아직 꿈나라에 가 있는 나은공주를 깨웠습니다. 부스스한 얼굴로 “오늘은 유치원 안가는 날인데 늦잠 자면 안돼?”랍니다. “오늘은 재미있는데 갈거야” “어딘데?” “가보면 알아” 그제야 마지못해 일어납니다. 오늘 갈 곳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삼일절 기념식. 국경일을 그저 “유치원 땡땡이치는 날”로만 여기는 아이에게 우리 역사를 가르치기 위함이랍니다.
시간 딱 맞춰 도착했더니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이미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입구에서 태극기도 나눠주네요. 아빠 하나, 나은공주 하나 얻었습니다. 태극기 얻었다면서 신나게 흔듭니다.
행사장에는 나은공주 말고도 아이들이 여럿 보이네요.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행사가 시작하고 애국가와 함께 선국선열을 향한 묵념을 했습니다. 다들 눈감고 묵념하는 분위기에 나은공주는 영문도 모르면서 눈감고 묵념.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후 독립군가를 부릅니다. 듣기만 해도 우렁찬 노래입니다. 그 시절 우리 독립군이 만주 벌판에서 저렇게 군가를 부르며 일본군과 싸웠겠지요.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아 행사를 마쳤습니다.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 삼창도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나은공주에게 삼일절이 어떤 날이며 대한독립만세가 무슨 뜻인지, 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지 일본이 우리를 지배했던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유관순 열사가 나오는 동화책을 찾아서 읽어주고 인터넷에서 동영상도 보여주었습니다. 일곱 살 아이가 이해하기는 아직 무리인가 봅니다. “왜놈 순사가 뭐야?” “일본 경찰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을 탄압한 나쁜 놈들이야” “탄압이 뭔데?” “나은이는 하고 싶은데 못하게 막고 감옥에 넣는 거야” 끝없이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진땀 뺍니다.
역할극도 해 보았습니다. 나은공주가 유관순 열사, 아빠가 일본 순사입니다. 양손으로 태극기를 흔들면서 “대한독립만세”라고 외치는 나은공주에게 아빠가 밀대를 총 대신 들고 “손 들어!”라고 하니까 나은공주도 숨겨둔 물총을 들고 “내 총을 받아라” 서로 빵야빵야. 뭔가 얘기가 완전히 다른 쪽으로 흘러가지만 어쨌든 재미있네요. 이번에는 바꿔서 아빠가 유관순, 나은공주가 일본 순사. 밀대를 마구 휘두르는 나은공주를 피해서 도망가야 했습니다.
삼일절 기념으로 태극기 그리기를 해봤습니다. “아빠가 도와줄까?” “아니야. 내가 그릴 수 있어” 사궤가 조금 어려운 듯 하지만 쉽게 따라 그립니다.
앞으로 학교 가서 다 배우겠지만 아이에게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로 알려주는 것도 산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여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