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상처받은 아이, 어떻게 대처할까?
친구에게 상처받은 아이, 어떻게 대처할까?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7.04.17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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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에 공감해주는 것이 최고의 치유랍니다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어제 저녁 문득 나은공주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 물어보니 유치원에 있는 아무개 친구가 없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더군요.

​유치원에 같은 또래의 여자 아이가 있는데 그동안 나은공주가 꽤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선생님 안 볼 때마다 걸핏하면 옆구리를 몰래 꼬집어서 유치원에 얘기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안 그런다고 하던데 요즘은 이래저래 자꾸 참견을 한다더군요. 공주 옷은 입지 마라, 머리는 짧은 것이 좋다, 여왕은 내가 할 테니 시녀는 네가 해라, 아무개랑 놀지 말고 나하고만 놀아라 등등. 제가 천천히 들어보면 그 아이 입장에서는 정말로 미워서 괴롭힌다기보다는 아직 사리 분별이 미성숙하다보니 나름의 애정 표현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이유가 어떻든 당사자가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죠.

원래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일이 타인과의 관계이죠.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집에 있을 때부터 어떤 친구이건 다 잘 지내왔는데 요즘 들어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느끼나 봅니다. 친구와 갈등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아이가 컸다는 얘기도 되겠죠. 물론 아빠의 입장에서 본다면 유치원에 있는 모든 친구들과 다 잘 지냈으면 싶고, 어디를 가든 이런 친구도 있고 저런 친구도 있으니까 다 귀담아 듣지 말고 적당히 한 귀로 흘리면서 마음의 내성을 키웠으면 싶기도 합니다. 그 아이가 악의가 있다기보다는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나은공주가 온순한 성격에 친구들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보니 편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는 모양입니다.

아빠로서 ​​이럴 때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가 가장 고민이 됩니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다니 어지간히 화가 났나 봅니다. 하지만 “친구가 너 미워서 그러는 거 아니야. 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지”라거나 “그렇다고 친구를 미워하면 안돼” 따위의 교과서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죠. 또한 “너는 왜 맨날 남에게 당하고 사냐?”라고 나무라는 것은 이미 상처받은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줄 뿐이죠.

지난번에는 “그 친구가 싫다면 같이 놀지 말고 떨어져 있어 보는 것은 어때?”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내가 듣기 싫은 말은 “싫어!”, “너나 잘해”라고 단호하게 감정을 표현해 보라고도 얘기했습니다. 알겠다고 했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타고난 천성이 워낙 온순하고 남에게 싫은 말 못하는 성격이라 똑 부러지게 말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그 친구는 나은공주가 좋다면서 어디를 가나 졸졸 따라다닌다는군요. 자기가 하는 말이 친구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모르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제가 그 아이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죠. 또한 부모가 무조건 개입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도 감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자기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마음이 해소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제는 “그 친구 때문에 나은이 마음이 너무 아픈가 보구나” 토닥거려 주었습니다. 그러자 나은공주도 슬픈 표정으로 “응”이랍니다.

“그 친구가 나은이에게 왜 그러는 걸까?”
“나도 몰라. 그런데 걔는 선생님에게 선생님 말 안 듣는다고 맨날 혼나”
“음···. 그럼 아빠가 그 친구 혼내줄까?”

그러자 나은공주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니 괜찮아. 내가 이겨내야지. 내 일이잖아.”

그 말에 뭉클하더군요. 이런 대견한 면이 다 있을까 싶었습니다.

“나은이는 씩씩하구나.”
“아니, 나 안 씩씩해.”
“사람은 누구나 용감하지는 않아. 어른도 안 용감한 사람 많아. 그런데 나은이는 내 일은 내가 하겠다고 하잖아. 그게 바로 씩씩하고 용감한거야.”

그리고 꼭 안아주었습니다.

상처받은 아이에게 최고의 치유는 부모가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비록 아빠 닮아서 엄청 소심한 성격이면서도 나름 어른스러운 데가 있는 것이 너무 예쁩니다. 이미 아빠보다 훨씬 강하다는!

상처받은 아이에게 최고의 치유는 아이의 말에 공감해주는 것 아닐까요? ⓒ권성욱 
상처받은 아이에게 최고의 치유는 아이의 말에 공감해주는 것 아닐까요? ⓒ권성욱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여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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