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강요하는 5월, 워킹맘의 어깨는 무겁다
부담 강요하는 5월, 워킹맘의 어깨는 무겁다
  • 칼럼니스트 김신희
  • 승인 2017.05.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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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퐁당 공휴일부터 어린이날, 어버이날까지…

[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퐁당퐁당 휴일로 시작한 5월. 근로자의 날, 석가탄신일 그리고 어린이날은 공식 휴일이고, 공휴일은 아니지만 부담스러운 어버이날이 있다. 김영란법으로 부담이 덜해지긴 했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부담스러웠던 스승의 날도 있다. 그리고 대통령선거일까지.

집에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있다면 초등학교 단기방학도 포함돼 한숨이 늘겠지. 5월 달력을 바라보며 휴일과 각종 챙겨야 하는 날들을 생각하면 워킹맘이라면 당연히 복잡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우선 근로자의 날이라고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쉬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일부 유치원, 어린이집은 휴무인 날이 있다. 또한 베이비시터를 쓰고 있다면 이것도 애매하다. 나는 출근을 해야 하는데 시터는 "다른 시터들은 이 날 쉰다"며 휴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쿨하게 나도 함께 일을 하지 않는다면 다 같이 쉬는 해피엔딩이 되겠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결국 아이를 맡아줄 누군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어렵게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거나 휴가를 내 첫 주를 보냈다면 그 다음 난관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다. 아이는 어린이날 기념으로 부모와 함께 나들이를 기대하거나 새로 나온 장난감을 선물로 기대할 것이다. 요즘 장난감은 참 헉 소리가 나도록 눈 돌아가게 비싼 것들이 대부분이다. 친구는 갖고 있는데 나만 없다고 풀이 죽어 있는 아이를 보면 워킹맘이라 '평소에 같이 보내는 시간도 적은데 이렇게 라도 아이를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지갑을 열 것이다.

그리고 며칠을 더 지나면 어버이날이 있다.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감사의 날인데 언제부터인가 지갑이 가벼워지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부담의 날이 돼버린 것도 같다.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한 번씩 오가며 식사라도 하고 용돈이라도 조금 드리고 나면 정말 지갑은 가볍다 못해 구멍이 날 지경이다.

"왜 당신 부모님께는 이렇게 하는데 내 부모님께는 똑같이 안 하냐"며 부부가 의견 충돌이 나기도 하고, 같은 부모의 자식인데 어떤 형제는 '오니 안 오니', '누구는 비용을 내니 안 내니' 의가 상하기도 한다.

오순도순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날이 어쩌면 부담스러운 의무의 날이 되기도 하고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진 터라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날에 각기 지지하는 후보나 정치색이 달라 가족 간에 의가 상하는 날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지갑만 구멍이 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까지 구멍이 나 휑한 마음으로 영혼 없는 인사와 식사 자리로 마감하는 어버이날이 되기도….

 ⓒ김신희
ⓒ김신희


그러고 보면 5월은 너무나 잔인하다. 부담을 강요한다. 휴일이더라도 휴일을 쓰지 못하는 워킹맘들에게는 또 다른 임시 보육자를 찾게 하는 추가 부담이 안겨지고, 각종 날들은 지갑과 마음에 부담을 준다.

동방예의지국이니 '효도'니 하는 따뜻했던 정을 나누는 날이 그냥 부담스러운 날들로 변해버리고 만다. 그러고 보니 5월은 너무나 요구하는 것들이 많은 달이다. 일하면서 어린이날에는 좋은 부모가 되기를 강요하고, 어버이날에는 효도를 하기를 강요받는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정치개혁이나 사회 변화보다 더욱더 간절히 바라는 변화가 있다. 바로 5월이 부담스럽지 않은 달이 되기를 바라는 바람이다. 정도껏 할 수 있는 만큼만 서로 기대하고 받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효도를 하는 것은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지 이로 인해 가족이 의가 상하거나 부부싸움을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이 유치원에서 회사로 보내준 어버이날 카드. 아이가 벌써 커서 이런 것도 보냈구나 싶은 기특한 마음도 들지만 유치원에서 하라는 대로 그냥 따라 했을 아이에게 '커서 효도할게요'의 문구가 들어가 있는 걸 보니 벌써부터 내 아이도 효도를 강요받고 있는 것 같다.

"아이야, 엄마는 괜찮다. 부담 갖지 말렴! 나중에 네가 커서 워킹맘이 됐을 때 나를 포함한 엄마 세대의 워킹맘이 느끼는 부담감을 물려주고 싶지 않구나."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 고군분투기 ‘워킹맘의 딸’의 저자이며 14년 차 직장인이자 다섯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해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다.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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