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워킹맘의 주말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워킹맘의 주말
  • 칼럼니스트 김신희
  • 승인 2017.05.30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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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나의 영혼은 또 몇 번이나 탈출할까?

[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워킹맘의 주말은 분주하게 아이를 챙기고 겨우 로션을 찍어 바르고 뛰어나가는 평일 아침과는 달리 목 늘어난 티셔츠에 화장과 머리 감기는 생략한 그냥 동네 아줌마로 시작한다. 워킹맘의 주말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다.

 

일하는 엄마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 부족한 아쉬움을 만회해보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주말에라도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주말을 시작한다.

 

"아이야, 엄마가 버럭해서 미안해." ⓒ김신희

 

열심히 밥 차리고, 치우고를 반복하고 이제 미세먼지가 물러난 파란 하늘에 햇살까지 눈부시니 나가자는 아이의 손에 이끌려 동네 놀이터부터, 놀이공원까지 열심히 돌아다니며 아이의 응석과 요구를 잘 받아주다. 그러다 오후 즈음 나른하면서 피곤해질 무렵 아이의 고집이 폭발하면서 나의 체력은 바닥을 찍고 분노지수가 치솟을 때 나도 모르게 갑자기 아이에게 버럭 하게 된다.

 

그대로 집에 들어와 또 밥 차리고 치우기를 반복한 뒤 설거지를 하면서 갑자기 허탈한 마음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렇게 사는 삶도 쉽지 않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하지만 늘 쳇바퀴 도는 삶이 좀 허무하고 지루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가슴 뛰는 삶을 살던 것이 언제였을까?’

 

감상에 젖을 때 즈음이면 세탁이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빨래 널고, 청소기 좀 돌리고, 아이가 어질러놓은 장난감 좀 치우다가 그 사이에 나의 버럭에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다시 아이와 집 앞 산책이라도 나갔다 들어오면 어느덧 어둑어둑해져 온다. 후딱 간 이틀의 주말에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워지는 시간도 잠시, 다음 날 유치원 보낼 준비를 끝내고 온라인으로 장을 봐두고 아이 씻기고 책 읽어주면 주말도 끝나있다.

 

몸은 피곤하고 감정은 복잡하고 마음은 허무하니 뭔가를 주섬주섬이 먹게 된다. 과자, 커피 3-4잔은 기본. 체력이 바닥인 날엔 하는 수 없이 낮엔 돈가스 저녁은 치킨으로 때운다. 영혼에도 위로가 필요하니 아이가 잠든 밤에는 맥주로 마무리한다. 이렇다 보니 뱃살은 이미 두둑하다. 복직하면서 겨우 뺀 살은 이미 다 돌아와 버렸지만 먹지라도 않으면 더욱더 버럭 하거나 영혼이 탈출한 채 놀이터에 앉아있는 나를 보게 된다.

 

그러다 잠시 옆을 보면 나와 똑같은 상태로 노는 아이를 지켜보는 다른 아이 엄마를 발견. 우리는 둘 다 좀비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마음속 대화를 나눈다 '댁도 나와 같은 상황이군요.'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좀 먹어야겠다 싶다.

 

며칠 전 아이와 함께 간 공원에서 아이가 분수에 뛰어다는 걸 지켜보다 주변을 돌아보니, 나와 똑같은 아이 엄마가 있었다. 영혼이 가출한 멍한 눈으로 그녀는 치킨까지 시켜 먹으면서 눈은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딱 나와 같은 상황.

 

근데 그 옆을 보니 신기하게도 아이들 사이에서 아직 눈빛이 살아 있는 아이 엄마가 보였다. 근데 자세히 보니 세상에 아이가 셋이다. 그것도 아들만 셋. 아들 셋이 너무 똑같이 아빠와 닮아서 조카나 친구라고는 조금도 의심이 되지 않는 상황인데 아이 엄마의 눈빛은 물론 영혼이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갑자기 아이 고작 하나로 힘겨워하는 나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그녀의 정신력, 생활력, 출산력의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 정말 궁금해졌다.


다시 주말이 다가온다. 이번 주말 나의 영혼은 또 몇 번이나 내 몸에서 탈출과 컴백을 반복할까? 아이에게 버럭 하지 않고 초심대로 아이와의 주말을 보내기 위해 체력이나 먼저 보강해야겠다.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 고군분투기 ‘워킹맘의 딸’의 저자이며 14년 차 직장인이자 다섯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해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다.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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