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진 않나요?
'워킹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진 않나요?
  • 칼럼니스트 김신희
  • 승인 2017.07.2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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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복잡하다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세요"
[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워킹맘으로 살아가며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아이가 갑자기 아픈데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동동거릴 때 ▲내 힘으로는 도저히 끝낼 수 없을 만큼의 일이 남아 있는데 도와달라는 말도 못 하고 끙끙거릴 때 ▲마음만이라도 내 편이 돼 줬으면 하는 남편이 남의 편처럼 느껴지는 때 등 쉽지 않은 순간들은 늘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 딱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내가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아이에게 버럭 한 뒤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며 이미 엎질러버린 멘탈을 수습하지 못 할 때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사실 아이가 요구하는 것은 그저 지극히 아이의 관점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유치원에 안 가고 엄마랑 놀겠다고 떼를 쓸 때 ▲잠잘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더 놀겠다며 장난감을 거실 한복판에 쏟아 부을 때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집에서 잠시 전화를 받는 사이에 와르르 우유 컵을 엎질러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든 때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버럭 하고 울고 있는 아이 앞에 다시 아차 싶다.

 

하지만 이미 상처를 주고 난 뒤가 돼 버린다. 아이는 회복력이 너무도 빨라서 잠시 뒤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엄마 좋아!"하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조금 전에 내가 아이에게 보인 행동에 자괴감이 커진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그래서 늘 엄마를 고파하기에 엄마와 있고 싶다는 것은 당연한 감정인데 그걸 어르고 달래며 설득시키면서, 내 출근시간에 늦을 까봐 마음 졸이는 것이 이미 몇 번 반복된 패턴이다.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돌봐야 하는 것에 부담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순간의 감정을 관리하지 못 하고 아이에게 버럭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이 감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또 다른 사실이 숨겨져 있다. 워킹맘에게는 어느 정도 이상의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 왜 나만 이렇게 혼자서 애를 쓰는지, 아이 아빠는 왜 충분히 육아와 가사에 참여하지 않는 건지, 왜 가족들은 내가 이렇게 동동거리고 사는데 나를 도와주지 않는가.

 

직장에서도 남녀평등은 외치기만 하고 좋은 프로젝트는 다 남자동기들이 가져가고 나는 늘 그 뒤치닥 거리만 하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이다. 왜 이런 피해의식이 드는 걸까?

 

요즘 아빠들은 우리세대의 아버지와는 확연히 다르게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도 모든 육아와 가사의 1차 책임은 '엄마'라고 강요되고 또 엄마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워킹맘으로서의 엑스트라부담을 덜어 놓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인구절벽이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네 말은 쉽지만 아직까지는 이전 세대가 만들어놓은 조직의 권력과 환경은 남성들에게 월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회는 변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는 한 순간에 오지 않는다. 워킹맘이 일하고 아이 키우는 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공평하고 상생적인 방향으로 가게 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감정 관리의 방법은 '나만 힘들게 일하고 아이 키우는 것 같다, 남들은 다들 모르는 것 같다'는 '워킹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은 노력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스스로가 관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드는 것 같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단력 돼 단단한 몸과 체력을 기를 수 있듯이 감정도 감정근육을 단련시켜 감정조절력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나만 힘들어'라는 생각을 지속하기 보다 어느 날 점심시간을 내어 혼자서 따뜻한 차와 이어폰으로 음악을, 그리고 작은 노트에 지금의 감정을 적어보자.


그렇게 내가 내 감정을 관찰하기를 꾸준히 반복한다면 어떤 상황이 어렵고, 그런 때 어떤 감정이 오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 버럭 한 이유가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 사실에 대한 피해의식이었는지, 왜 이 모든 것을 혼자 하고 있는지 부담감인지, 소외감인지, 우울감인지 조금 더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워킹맘은 사실 너무 많은 것들 것 챙기느라 정작 자신 그리고 하루하루의 내 감정을 들여다 볼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워킹맘 피해의식'에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다. 시간은 부족하고, 요령도 없고, 체력까지 부족해 표정은 늘 흙빛이었고 감정이 늘 날카로웠다. 그러나 이렇게 내 내면 들여다보기를 꾸준히 해보니 무엇이 나를 괴롭히고 있고, 어떤 생각들이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

 

날씨나 계절 또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체력의 저하도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감정에는 일정한 패턴도 있어 보였다. 그러다 보니 감정이 바닥을 칠 때도 다시 좋은 날이 온다는 것에 위안 삼았고, 내 부족함으로 아이에게까지 버럭하는 일들을 점점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버럭한 뒤에 후회했던 패턴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킹맘이라 힘들다면, 감정이 복잡하다면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전에 스스로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먼저이고, 이를 통해서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데는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감정의 힘은 생각보다 파워풀하다.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 고군분투기 ‘워킹맘의 딸’의 저자이며 14년 차 직장인이자 다섯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해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다.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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