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공감] 전업주부의 시간이 인생의 ‘공백’이라니...
[엄마 공감] 전업주부의 시간이 인생의 ‘공백’이라니...
  • 정리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07.21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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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엄마공감 '노는 여자' 당선자 최유리 씨

【엄마 공감】노는 여자(내가 흘린 땀은 다 어디로…?)
 
‘나’로 살던 내가 ‘엄마’로 성장하면서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 어디 털어놓을 곳은 없을까. 베이비뉴스는 엄마가 되고 성장해가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엄마 공감' 사연 공모 이벤트를 진행한다. '엄마 공감'은 '나'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른 엄마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된다. 엄마들의 꾸밈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 편집자 말


방금 청소한 거실입니다. 아이가 있다 보니, 분명 청소하고 정리한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그대로라 ‘멘붕’이 올 때가 하루에도 몇 번이네요. ⓒ최유리
방금 청소한 거실입니다. 아이가 있다 보니, 분명 청소하고 정리한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그대로라 ‘멘붕’이 올 때가 하루에도 몇 번이네요. ⓒ최유리


저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 통신사 상담업무를 했어요. 하루에도 백 명이 넘는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좋은 소리, 나쁜 소리, 별의 별 말을 다 듣곤 했죠. 당연히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에 감정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죠.


하지만 그때는 나에게 금전적 여유를 주는 일이었고, 어차피 개인적으로 만날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래 마음에 담아두진 않았어요. 그리고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진상’ 고객들을 상대해주는 상위 부서가 있어서 제 짐을 덜어낼 수도 있었죠. 그리고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해도 동료들과 수다도 떨고, 가끔은 저에게 선물도 주며 나름 잘 지내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주부가 되고 아이가 찾아오고 나서는 상황이 200% 달라졌어요. 임신부터 출산에 육아까지…. 왜 그런 말 있잖아요. 결혼해서 애 낳고 나면 엄마 마음 알 거라는…. 전 그 말을 들어도 그냥 흘려들었어요.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그 까짓 것 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 직장을 관두고 전업주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을 때는 나름 혼자서 자신했던 것 같아요. 내가 시간계산만 잘하고 집안일과 육아의 분배만 잘하면, 시간적인 여유도 생길 거고 그럼 자기계발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낼 수 있을 거라고요.


하지만 집안일은 정말 끝이 없는 미로 같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준비하고, 밥을 먹고 나면 설거지하고, 그리고 설거지 끝나면 집 안 청소하고…. 출산하고 나서는 아이 돌보는 일까지 추가되다 보니 그 어디에도 제 시간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정말 쉽게 생각했구나’라고 좌절을 하기도 여러 번이었어요. 가끔 주말에 신랑이 집안일 도와준다며 이불 좀 베란다에서 털어주고 청소기 한번 밀어주고 생색 낼 때는 “내가 나가서 돈 벌어올게!”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직장 다니면서 일하는 건 제가 일한 게 티라도 나고, 잘하면 성과급도 받고 인정도 받잖아요. 하지만 전업주부는 가족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냥 ‘노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체해줄 사람이 없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위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죠. 매일 쓸고 닦아도 나오는 먼지에, 그냥 진공 상태에서 숨만 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예전에, 해외에 이민 가서 사는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나라에서 전업주부의 삶이란 “공백”으로 취급된다는 내용이었죠. 내 가족을 위해 음식을 하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내 인생의 공백이라니…. 그 시간 동안 저는 잘 살고 잘 지내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빈 페이지에 해당한다는 사실.


그래도 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니, 이 전업주부의 삶만큼 아이러니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제 평생직장에 들어와서 인정도 못 받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죽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텐데, 내 자아를 찾는 일이라도 다시 시작해봐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루에도 몇 번씩은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랑하는 아이와 신랑이 집에 들어와 마음 편히 쉬고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게 안식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는 없기에, 저는 오늘도 집안일을 합니다. 그렇게 티 낼 수도 없고 티도 안 나는 일을 매일매일 합니다. 가끔 아이가 저를 껴안아주며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고, 신랑은 “당신 없으면 나는 어떻게 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저에게 보여주는 애정을 야금야금 먹으며 오늘도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 원고 모집 = 베이비뉴스는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다른 엄마들과 공유하는 '엄마 공감' 사연 공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월 새롭게 제시되는 주제에 맞는 엄마, 자신만의 이야기를 꾸임없이 풀어 놓아주세요. 매달 달라지는 주제는 베이비뉴스 네이버 포스트(http://post.ibabynews.com)에 공개됩니다. 아래 메일 주소로 엄마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재미난 원고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사로 실어 널리 알리겠습니다.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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