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과 워킹대디의 육아기여도, 생각 차이는?
워킹맘과 워킹대디의 육아기여도, 생각 차이는?
  • 칼럼니스트 김신희
  • 승인 2017.08.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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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중심을 현재의 내 가족으로 이동해야"

[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 똑같이 일하고(돈 벌고), 같이 낳았는데 왜 육아와 가사는 내가 혼자 다 하고 있지? 남편은 대체 뭘 하는 거야?'

물론 요즘은 워킹대디가 육아휴직을 하고 출산 후 복직하는 아내와 바톤터치해 아이를 돌보는 경우도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워킹맘이 혼자서 육아와 가사를 해결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많은 가정에서 엄마, 아빠가 함께 일하더라도 아이를 돌보고, 가정을 챙기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인 것 같다.

나 역시 육아와 가사의 분담을 두고 많은 의견차이를 경험했고, 결국은 내가 다 해야 하는구나 억울한 날들도 많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는 합의를 본 부분도 있고, 여전히 의견차이를 보이는 영역도 있고, 아예 이건 안 되겠구나 포기한 것도 생겼는데 어느 날 나와 아이 아빠의 육아 참여도를 이야기 하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내가 대부분의 육아와 가사를 다 하고 있어서 억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 아빠는 자신이 육아와 가사에 50%를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 엄청난 온도차이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싶어 나는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는 '아니, 말이 돼? 내가 낳고, 내가 기르고, 돈도 벌고 다 하는데 어디를 봐서 반반이라는 거야? 내가 어쩌다 방전되는 주말에는 아이 데리고 나가서 외식하거나 본가에 가서 밥 얻어먹고 오는 구만 대체 어떤 근거로 50:50이라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다가 아이 아빠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엄마가 일을 하기 시작한 워킹맘 1세대인 현재 30대를 기준으로 그들이 자라온 성장배경과 가족관계를 살펴보자.

결혼이라는 것은 각각의 다른 두 사람이 독립해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것이지, 이 중의 하나가 다른 가족의 일원으로 소속되는 것이 아니다. ⓒ베이비뉴스
결혼이라는 것은 각각의 다른 두 사람이 독립해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것이지, 이 중의 하나가 다른 가족의 일원으로 소속되는 것이 아니다. ⓒ베이비뉴스

나는 특이하게 당시에 아주 드물었던 워킹맘 엄마를 둔 경우였지만 (다시 강조하지만 아주 드물었다) 현재 워킹맘 1세대의 부부들이 한창 자라던 70~80년대에는 아빠는 밖에서 일을 해 경제를 담당하고, 엄마는 안에서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것이 보편적인 그림이자 미덕이었다.

한창 한국이 경제성장의 로켓에 올라탄 시절이라 아빠들은 밖에서 산업의 역군으로 돈벌이 하느라 집을 돌볼 상황도 못됐고, 엄마는 당연히 아이들 잘 기르고 시댁에 효도하는 것이 당연한 역할이었다. 각자 상황에 불만이 없었을 리 없었지만 여자는 조신하게 있다 남편 잘 만나, 시부모 봉양 잘 하고 아이들 잘 키우라는 조선왕조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부모와 사회적 배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현재의 워킹맘 1세대와 그의 남편들이다.

고작 한 제너레이션의 차이일 뿐인데 그 사이에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제 경제적으로 일부 고소득자와 튼튼한 금수저 태생이 아니고서야 부부가 같이 벌지 않으면 가정을 유지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일하는 여성들의 가치관도 조선시대에서 서구사회의 가치관으로 초고속 이동하게 됐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워킹맘의 남편들이 본인의 배우자인 워킹맘을 비교하는 기준은 바로 본인의 '어머니'다. 본인의 어머니가 매일 야근하고 들어오는 아버지를 밤늦도록 기다리고,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 정성 들여 아침상을 차리고, 아이들을 키우며, 모진 시집살이를 견뎌냈던 기억만을 한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아내는 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지금의 아내는 그 때의 엄마와 달리 일을 하고 있으며, 그 때의 어머니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출산해 체력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반면에 워킹맘이 남편을 비교하는 준거 기준은 미디어에서 보는 다정한 남편들이거나 사구사회(미국이나 스웨덴)의 남편들이다. 서구사회의 경우에는 그들은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를 오래 전에 겪었으며 그보다도 근본적으로 사회문화적 배경이 '개인'으로 맞춰져 있는 근본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사회의 대상들을 기준점으로 살고 있다.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은 아예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들어 보이는 대상이니 이를 기준점으로 삼는 것은 더욱더 비현실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워킹맘과 워킹대디의 육아참여에 대한 온도차이는 심할 수밖에 없는것 같다. 여자들은 너무 급진적이고 남자들은 아직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 역시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온도의 차이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서로 다른 준거 기준으로 불평만 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육아와 가사를 혼자 도맡아 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상황을 견디고만 있을 수도 없다. 결국 핵심은 속도가 느리더라도 같이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고민이 된다. 이전에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대체 뭘 어찌해야 현실적 변화가 오고 육아 참여에 대한 온도차이를 줄일 수 있을지를 생각해봤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나의 결론은 부부가 중심인 가정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혼 이후에도 부분적으로 또는 그보다 많은 비중이 양가의 부모에 속해있는 경우가 많다. 가사나 육아의 도움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마인드 역시 독립하지 못하고 여전히 본가의 소속으로 머물게 되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각각의 다른 두 사람이 독립해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것이지, 이 중의 하나가 다른 가족의 일원으로 소속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늦은 결혼과 출산, 육아의 현실적인 도움이나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해 어떤 형식으로든 많은 부분들이 100% 원 가족에서 분리되지 못하고 또 다른 가정을 꾸려나간다.

그러다 보니 몸은 독립된 가정에 있으나 의식은 여전히 원 가족에 속해서 그 가족의 살아온 방식으로 현재의 가족을 비교하게 된다. 모든 중심을 현재의 내 가족으로 이동해야한다. 그래야 가치관도 생활방식도 현재를 살 수 있게 되고, 내 어머니를 기준으로 아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내의 파트너인 남편으로서 현재의 아내를 볼 수 있고, 부부가 함께 꾸려나가는 가정의 중심으로 육아와 가사가 함께 해나가야 하는 일임을 깨달을 수 있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워킹맘들은 그 시대의 알파걸들이다. 변화의 속도에 적응해 경쟁력을 키워오고 지금까지도 조직에서 생존하고 있는 똑순이들이다. 서구의 가치관으로 자라와 사회적 성공을 이뤄낸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남편들이 변화 중이라는 것이다. 잔소리만을 퍼붓거나 또는 '어차피 말 해도 안 돼' 식으로 포기하면 안 된다. 혼자 모든 독박을 쓰지 않고 내가 아이를 가르치듯 남편에게도 하나씩 알려줘야 한다. 언제 그렇게 하냐며 속이 터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변화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 고군분투기 ‘워킹맘의 딸’의 저자이며 14년 차 직장인이자 다섯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해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다.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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