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태, 임산부가 꼭 새겨야 할 사건
가습기살균제 사태, 임산부가 꼭 새겨야 할 사건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08.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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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태아 기형유발물질’ 최신경향 심포지엄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저출산 시대.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그만큼 아이 출산도 늦어지고 있어 건강한 태아 출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임신 전이거나 임신 중인 여성은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면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덜 줄 수 있을까.

 

태아 기형유발물질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한국마더리스크프로그램이 지난 20일 제일병원 모아센터 대강당에서 생식발생독성연구회와 제일병원 주산기과 주관으로 ‘2017 생식발생독성 및 마더리스크 프로그램 최신동향’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태아 피해사건,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 등 관심이 높은 주제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 외 ▲생체영상기법을 이용한 생식독성평가 ▲임신 중 약물노출과 태어난 아이의 알레르기 질환 ▲임신 중 환경노출과 어린이의 신경행동발달 ▲Herbal medicine in pregnancy 등 총 4개 섹션으로 나누어 15개 주제에 대해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발표에 나섰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준동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제일병원 모아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2017 생식발생독성연구 및 마더리스크 프로그램 최신경향 심포지엄에 참석해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의한 태아피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준동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제일병원 모아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2017 생식발생독성연구 및 마더리스크 프로그램 최신경향 심포지엄에 참석해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의한 태아피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가습기살균제 태아 피해…미리 막지 못해 사과

 

박준동 서울대병원 소아중환자실 진료실장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에게 사과를 드린다. 그 때 조금만 더 잘했으면 수 백 명의 산모와 어린이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그걸 알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해 입을 뗐다.

 

박 교수는 이 사과문을 지난해 9월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뉴스레터 전문가 정책기고 글에 썼던 글귀라며 2008년 교신저자로 발간한 ‘2006년 초 유행한 소아 급성간질성폐렴’이란 논문 발표했던 때, 그 때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던 데 대해 미안함을 거듭 사과했다.

 

박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태아피해 판정 기준은 산모가 가습기살균제 폐질환 1~2단계를 전제로 임신 중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있는 ▲유산·사산 ▲조산, 부당경량아, 태아곤란증 및 이에 수반돼 발생하는 의학적 문제 ▲출생아의 문제가 산모의 상태와 상당한 의학적 개연성이 있는 경우 ▲임신 중 가습기 살균제 노출이 없었더라도 임신 이전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폐질환 1~2단계의 신체적 피해를 입은 산모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해 태아에게 나타난 상기 피해의 경우 등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태아 피해 판정 신청은 총 42명으로 생존 31명, 사망 5명, 유산 2명, 사산 4명이다. 판정 결과, 인정 17건, 불인정 6건, 보류가 19건. 태아판정기준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고,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태아, 신생아 시기 발생한 증상의 의학적 개연성이 부족하면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산모가 가습기살균제 폐질환 1~2단계가 아닌 경우와 자료부족으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는 보류하고 있다.

 

박 교수는 “가습기살균제는 얼마나 많이 노출됐는가가 굉장히 큰 요인인데 입자크기에 따라 폐에 직접 농축될 수 있고 침착되는 위치가 달라진다. 모세기관에 침착되기 때문에 혈류에서 태반을 통해서 폐로 전달된다”며 “노출력이 있는 환자군 코호트 구성과 추적 관찰 프로그램 구성, 다분야 전문가 협력체 구성해 유해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임산부, 영유아,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석 단국대 제일병원 연구원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제일병원 모아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2017 생식발생독성연구 및 마더리스크 프로그램 최신경향 심포지엄에 참석해 '여성과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은석 단국대 제일병원 연구원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제일병원 모아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2017 생식발생독성연구 및 마더리스크 프로그램 최신경향 심포지엄에 참석해 '여성과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임신부 저체중아 출산 가능성 높아...공간별 유해화학물질 예방 수칙 제시

 

“여성은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부터 얼굴과 몸에 바르는 화장품까지, 이 속에 든 화학물질이 126가지다.”

 

박은석 단국대 제일병원 연구원은 “여성과 생활 속의 유해화학물질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여성들은 평생 매일같이 요리·세탁·청소 등 가사 활동에 화학제품을 사용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 연구원은 “(여성이) 화학물질에 노출이 많은 데다 여성은 생리적으로 유해화학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는 대사경로와 기전이 남성과는 달라 남성에 비해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특히 여성건강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태아나 영유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상생활에서 노출 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로 ▲내분비계교란 추정물질-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알킬페놀류 ▲중금속-납, 수은, 카드늄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아세톤, 벤젠, 포름알데하이드, 톨루엔 등이 있다.

 

이들은 여성 건강에 ▲생식독성(자궁질환, 불임, 생리통, 성조숙증 등) ▲발암성(유방암, 자궁암 등 악성종양) ▲알레르기(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 ▲비만 및 대사장애(지방세포로의 분화촉진, 식욕중추 자극, 미트콘드리아 기능저하 등 우리 몸의 대사기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장애) ▲신경독성(두통, 어지럼증, 손 저림 등) 등을 일으킨다.

 

박 연구원은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임산부에게서 저체중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태아가 모체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해화학물질과의 접촉을 줄일 수 있도록 공간별 유해화학물질 예방 수칙을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화장대, 화장품은 자신의 피부에 맞춰 가능한 적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구입 시 성분표시를 확인하고 가능한 유해화학물질이 적게 함유된 화장품을 선택할 것, 매니큐어와 립스틱은 바르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고 사용하게 되면 통풍을 충분히 시킨 후 사용하라”고 권했다.

 

“욕실과 세탁실에서는 합성 향료를 첨가한 제품보다 무향제품을, 합성세제는 최소량만 사용하고, 세제를 사용해야 하는 세탁, 청소 시 고무장갑을 착용할 것”, “부엌에서는 몸집이 큰 생선에는 수은 등 중금속 농도가 높을 가능성이 커 섭취를 조절하는 것이 좋고, 음식 조리는 굽기보다는 삶거나 데쳐서 먹는 것, 조리 시 환기할 것” 등을 조언했다.

 

이어 “특히 새 집이나 집수리 후 3일 이상 환기시키고 새 가구나 목재는 사용 전 충분히 통풍시키는 것, 드라이클리닝 한 옷은 비닐 제거 후 외부에 3일 정도 두고 충분히 통풍 시킨 후 착용하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화학물질의 경우 피해 기사가 나와야 이슈가 된다. 화학물질은 일부러 노출되는 게 아니라 모르는 상황에 노출되는 것이라 노출환경이 다양하고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어떻게 노출됐는지 검증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가습기살균제 문제점에 대해 화공계 쪽은 알고 사고가 터지기 전에 경고 해왔다. 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관심도가 낮다.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할 임산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빨리 만들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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