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정말 감사한 말"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정말 감사한 말"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08.23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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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림책 '유기견 영남이' 유진 작가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하 국어청)은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그림책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1인 공연극'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첫 무대를 올렸다. 구연동화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그림과 글을 쓴 작가가 직접 아이들 앞에 선다는 것이 특징. 첫 공연에는 모두 13명의 작가가 동참했다. 20일 공연을 마친, 동화책 ‘유기견 영남이’의 유진 작가를 만나 그림책과 1인 공연극 이야기를 물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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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 본인 소개 좀 해주세요.

 

“저는 유진입니다. 2012년 ‘똑같아요’라는 책으로 데뷔했고요, ‘재미있게 먹는 법’, ‘드로잉 탐정단’, ‘유기견 영남이’ 등 매년 한 권씩 내고 있어요.”

 

Q. ‘유기견 영남이’가 이번에 공연하신 작품이죠?

 

“네, 실제 저희 집에서 키우는 개 이야기입니다. 유기견을 부산에서 입양 했는데 영리한 남자를 줄여 영남이라고 불러요. 처음에 영남이가 집에 와서 쓰레기통 뒤지고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고 밤에 많이 울어 이웃에 피해를 줬어요. 왜 아무도 이런 얘기는 해주지 않았나 싶어 원망스럽기도 했죠. 갈등 끝에 영남이를 진짜 가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한 것을 담은 내용입니다. 연극은 입양되기 전, 임시 유기견 보호소에서부터 출발해요. 그림책에선 사람 위주였는데 연극에서는 영남이 속마음을 직접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Q. 이번에 1인 공연극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한 교육기관에서 그림책과 공연의 만남을 실험적으로 했는데 화제가 많이 됐었어요. 저도 공연을 본 적이 있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국어청에서 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지면으로만 전달되던 이야기가 소리나 공간, 소품 등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체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Q. 얼마동안 어떻게 준비를 하신건가요?

 

“국어청에서 20차시에 걸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3월부터 매주 화요일 모여 책 읽기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책상에 앉아 그림 그리고 글 쓰던 작가들이라 내성적인 분들이 많아 밖으로 소리를 크게 내는 걸 어려워했어요. 유홍영 선생님(한국마임협의회 회장, 극단사다리 예술감독)께서 잘 지도해 주셔서 덕분에 이야기를 대본화하고 소품으로 단순화해 표현하는 것 등 하나씩 배우면서 준비했습니다.” 

 

Q. 첫 공연, 데뷔 소감이 어떠세요?

 

“실제 첫 데뷔 무대였는데요, 아이들과의 만남이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소란스러운 가운데서도 잘 한 것 같아요. 극에서는 재미 요소도 넣고 그러다 보니 성공적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는데 웃음 포인트 때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 짜릿했어요.”

 

Q. 공연 준비하실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으세요?

 

“그림 그리고 글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극 준비랑 출판 작업 병행을 못해서 출판사와 약속이 펑크 난 경우도 생겼습니다. 책 몇 권 내는 것과 같은 에너지를 쏟았어요. 소품 만들고 해보고 안 돼서 폐기하고 또 만들고, 쇼케이스 때는 잘 됐는데 공연 전 날, 강아지 목이 부러져서…. (웃음)”

 

Q. 그림책을 만들 때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완전 다른 작업이더라고요. 그림 그릴 때는 캐릭터를 만들어 대사에서 캐릭터가 느껴지게 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직접 그 주인공이 돼서 말을 해보고 소리를 내보고 하니까. 개가 돼서 개 흉내도 내보면서 전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공간과 소리까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많은 걸 느끼게 됐습니다. 정말.”

 

Q. 그럼 공연을 통해 작품 활동에 전환점이 될 수 있겠어요?

 

“네, 표현에 대한 기법, 연출력, 이야기 구성 등만 갖고 고민해 왔던 데서 공간을 느끼고 캐릭터를 피부에 와 닿게 느끼게 하는 것, 입체적으로 느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는 책 제작하면서 극으로 만들어지면 어떻게 표현할지까지 고민하게 됐어요. 캐릭터로만 아이를 그렸다면 이제는 그 아이가 돼서 직접 걸어보고 다시 책상에 앉게 되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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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림책 작가로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보람이 있다면요?

 

“모든 작가가 느낄 것 같은데, 자기 의심요. 중간쯤 작업하고 나서 되돌아보면 너무 못한 거예요. 유치하고, 하찮고, 그림도 맘에 안 들고, 사막 중간에 온 느낌이랄까요. 다시 돌아갈까 고민하게 되는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는데 그 때가 힘들어요. 글과 표현이 유기적으로 잘 맞아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것도 쉽지 않고요. 자기 부정, 자기 비하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마무리되면 그래도 잘 왔다 그런 생각이 들죠. 저도 '유기견 영남이' 책 채색까지 끝내놓고 폐기하고 다시 했어요. 그런 자기와의 싸움이 어렵지만 간혹 아이들에게 ‘저도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어요’란 얘기를 들으면 정말 감사해요.”

 

Q. 독자들이 ‘이렇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다면요?

 

“그림책이 다른 매체와 다른 점은 전달하는 사람의 목소리 향기, 분위기가 다 포함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처음 그림책을 접할 때, 책을 읽어주시는 부모님들이 텍스트 따라 읽기보단 아이에게 기분까지 전달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 내용은 재미없을 수 있지만 책을 읽은 그 날을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목소리도 바꿔가면서 구연동화 하듯이 해주고 나면 아이가 혼자 읽을 때 따라 해보더라고요, 처음과 다르게 읽으면 처음처럼 해달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통해 아이 습관을 바꿔야겠다든지 목적을 갖고 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종의 미화된 잔소리가 아닐까요? 아이들에게 책이라는 동네가 행복한 보루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살다보면 힘들고 지칠 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

 

Q. 그림책 작가 중에 여성 작가가 많으신 것 같아요?

 

“네, 그림책 작가가 직업으로서 어렵다 보니 남자가 적은 구조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전달하는 성 역할 등 분명하게 드러나더라고요. 아빠 작가의 특징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활동 위주의 책을 만들게 됐어요. 움직이고, 뛰고, 범인도 찾아보면서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Q.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국내에선 소심하게 책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해외에는 뮤지컬, 영화 등 응용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외국 작가들 경우에는 2차 제작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 시리즈를 낸다든지 극으로 해본다든지 하는 시도가 있어요. 이번 공연이 동료 작가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림책도 발전하고 독자들 관심도 높일 수 있도록 내년에도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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