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아이에게 화내는 엄마, 자신의 불안 때문”
오은영 “아이에게 화내는 엄마, 자신의 불안 때문”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08.28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일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개정출간 기념 강연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아이를 키우면서 불안하다는 것은 여러분이 아이를 사랑하는 좋은 부모라는 거예요.”


‘국민 육아멘토’ 오은영 원장은 불안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안을 부정하지 말고 불안의 시작이 어디인지 파악해보면 된다는 것.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동 교보타워 다목적홀에서 열린 오은영 원장의 강연회는 불안한 엄마아빠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자리였다.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및 학습발달연구소 원장과 오은영아카데미 원장, 그리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은영 원장. 이번 강연회는 2011년 출간된 오 원장의 저서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가 지난 7월 개정 출간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100여 명의 참석자들 가운데 이삼십 대 ‘육아맘’들의 모습이 가장 흔했지만, 아빠 혼자 온 경우, 엄마아빠가 함께 온 경우도 여럿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과, 손자·손녀를 키우는 할머니, 그리고 나중에 아빠가 됐을 때를 준비하기 위해 왔다는 미혼 남성도 눈에 띄었다.


오은영 원장은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청중들에게 말을 걸었다. 표현 그대로, 강연이라기보다는 대화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의 진솔한 경험과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넘치지 않는 위트’를 곁들어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갔다. 이야기의 시작은 너무 작고, 너무 약하고, 너무 ‘불안했던’ 자신의 과거 이야기였다.

 

◇ “극단적 사랑”의 크기만큼 커지는 엄마의 ‘죄책감’

 

“같은 대학, 같은 과 동기와 9년간 연애 끝에 결혼했어요. 그런데 5년 동안 아이가 없었어요. ‘내가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을까?’ 저는 아이를 정말 예뻐하는 사람인데도,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제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거예요. 마음 따라 몸도 움직인 거죠. 해야 할 일은 많고, 능력 없다는 말은 죽어도 듣기 싫고…. 두려움 있었던 거예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내 불안의 중요한 요소들이었어요.”


강연은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들의 불안 이야기로 이어졌다. 우리는 왜 불안한가. 특히 부모가 되는 순간, 우리는 왜 극도로 불안해지는가. 오 원장은 인류는 과거부터 “불안을 동원해서 우리를 지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꼭 필요한 정도의 불안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우리의 미래와 성장을 부정적으로 방해하지도 않아요”라며, 불안을 무조건 부정적인 감정으로 보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부모의 미래와 아이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오 원장은 우리 부모들이 갖는 불안의 원인을 신화에 투영된 한민족의 ‘모성의식’ 속에서 찾았다.


“한민족의 엄마는 자발적으로 동굴로 들어가요. 맛있는 걸 안 먹고 쑥과 마늘을 먹죠.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알을 낳고 품었다가, 완벽한 결점이 없는 아이로 태어나게 해서 신전 밑에 바쳐요. 이게 신화 속에 투영된 한민족 모성의 뿌리죠. 극도의 배려, 극단적 사랑.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선(善). 하지만 그렇게 극단적인 선을 실천하지 못할 때 엄마가 느끼는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예요.”


오 원장은 그 ‘죄책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병원 응급실을 꼽았다. 아픈 아이를 업고,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허둥지둥 응급실에 오는 엄마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라고 대성통곡 하는 엄마들의 모습에서 그 죄책감과 불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교보타워 다목적홀에서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개정판 출간을 기념하기 위한 오은영 오은영아카데미 원장의 강연회가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교보타워 다목적홀에서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개정판 출간을 기념하기 위한 오은영 오은영아카데미 원장의 강연회가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 아이들은 상처를 받았다고 해요”

 

그리고 평상시에 그 불안을 읽을 수 있는 때는 바로 양육을 하다가 화를 내는 상황. 오 원장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것은 “엄마 성질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불안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말을 안 듣고 떼를 쓰는 상황이 너무 불안해서 엄마가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그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어서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럴 때 엄마의 머릿속에는 ‘떼쓰는 애를 여기서 오냐오냐 봐주면 나중에 감당이 안 된다. 절대 물러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도 생긴다고 한다.


엄마의 불안이 심해지면, 아이를 협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너 엄마 말 안 들으면 병원 가서 왕주사 맞아야 돼!”라는 말이 바로 그런 것. 엄마가 생각한 정답대로 아이가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불안을 못 견뎌서 나오는 말들이다. 오 원장은 심지어 “협박을 협박이라고도 생각 안 하고, 아이한테 도움 되는 얘기를 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정말 흔하다고 꼬집었다.


불안이 더 심해지면 협박은 모욕으로 발전한다. “너 이 정도로 공부해서 대학은 갈 수 있겠니? 니가 대학을 가면 전 국민이 다 대학 가겠다.” 오 원장은, 아이는 이 한 문장을 아이와 엄마가 완전히 다르게 기억할 거라고 말했다. 엄마는 “이 정도”라고 말해도, 아이는 “이 따위”라고 기억할 거라는 말이다. 모욕당했다고 기억하는 거다. 오 원장은 이런 왜곡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잘 처리하지 못한 부모들 때문에 생긴다고 말했다.


“부모는 애를 위해서, 오로지 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고 착각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크고 나면 ‘자라면서 부모한테 상처 받았다’고 말해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 건 알기 때문에 부모를 싫어하진 않지만…. 그런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보면 평생 아이를 사랑하고 희생해온 너무나 평범한 부모들이에요.”

 

◇ “불안을 빨리 인정하고, 한 발 물러서서 감정의 정체를 찾아야”

 

그럼 이 불안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오 원장은 자신이 불안하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고 직면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걱정스러움, 안쓰러움, 초조함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다양하게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불편한 감정은 불안으로 쉽게 바뀌고, 불안이 선을 넘으면 화를 내고 분노하게 되는 것. 오 원장은 “불안하다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한 발 물러서서 불편한 감정의 정체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불안은 감정의 종류이자, 정서의 일부예요. 불안을 잘 다루고 소화하려면 정서와 감정이 잘 발달돼야 하죠. 아이들의 정서와 감정은 후천적으로 발달해요. 그런데 그걸 가르쳐야 하는 우리들의 감정발달이 잘 안 돼 있을 가능성이 큰 거예요. 이 불안을 빨리 느끼고 직면하지 않으면 아이와의 관계도 안 바뀌어요.”


왜 지금의 부모세대는 감정발달이 잘 안 돼 있을까. 그 이유는 부모들의 윗세대가 택한 양육방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오 원장은, 아이를 굶기지 않고 가르치는 것만이 중요했던 시대, 그 험난한 시대를 지나오면서 부모들은 지독한 훈계로 아이들을 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해보다 훈계가 앞서는 양육방식을 체험한 지금의 젊은 부모들도 아이가 표현하는 부정적 감정을 수긍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다.


“동의는 되지 않지만 네 마음은 알아들었다”는 것. 오 원장은 “잘했다”가 아니라 “알겠다”가 먼저 나오는 양육방식을 익히라고 당부했다. 오 원장은 여기서 ‘똘레랑스’를 언급했다. “무조건 참는 게 아니라 관용하고 견뎌주는 것”을 말한다. 사랑하는 아이와 “할 말은 하되”, “노여움은 빼고”, “승복을 받아내지 말며” 대화하는 것.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오 원장의 강연은 이 세 가지 대화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부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안전한 대상이어야 해요. 그러한 부모라는 창틀을 갖고, 아이는 세상을 내다보는 거거든요. 고목의 그늘처럼, 아이의 감정에 누울 자리, 다리 뻗을 자리가 돼야 하는 거죠.”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