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나눔
엄마라서,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나눔
  • 정리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09.0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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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모유 한 방울이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부릅니다

[특별기고] 박은영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장

 

“출산하면 당연히 저절로 모유가 나온다고 생각해 아무 준비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퇴원 후 모유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애기가 한쪽 젖을 거부하는 거예요. 분유를 먹였더니 계속 토하고 배고파 울다 울다 지쳐 잠든 아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마음. 그래서 젖량을 늘이기에 돌입했고 젖몸살로 생살이 찢기는 듯한,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을 참고 펑펑 울며 모유수유를 했습니다. 점점 젖량이 늘어나서 우리아기가 먹고도 남았는데, 할 수 없이 남는 모유를 버릴 때마다 갓 태어나 가녀린 목소리로 울어대던 그때의 아기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던 중 모유은행을 알게 되었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저의 나눔으로 한명의 아기라도 한 끼라도 배고파 울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합니다.” -2017년 2월 장00 산모 사연-

 

모유은행은 건강한 수유부로 부터 남는 모유를 기증받아 안전한 공정과정 및 미생물검사를 거쳐 모유가 필요하지만 수유 받지 못하는 영아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유은행의 역사는 190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처음 설립되었고 그 어떤 인공수유제품도 모유의 우수성을 흉내 낼 수 없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모유은행이 북미를 비롯한  영국, 호주, 일본 대만 등에 개설 증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의 모유은행은 2006년 6월 시범사업기간을 거쳐 2007년 8월 16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모자보건센터 내 모유은행의 정식명칭을 통해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게 됐습니다. 그동안 650여 명이 기증했으며, 수혜 받은 아기들은 약 800명을 넘어섰습니다. 꾸준히 활동해 오는 동안 힘들 때도 많았지만(杯水车薪‧배수거신) 산모분들의 진솔한 마음들을 접하며 힘을 얻고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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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증절차‧수혜절차 까다롭고 엄격하게 운영

 

기증절차는 안정성 확보를 위해 부득이 까다롭게 운영합니다. 출산 후 12개월 이내 수유부가 기증의사를 밝혀오면 전화상으로 기증적합 여부를 상담합니다. 동의서와 함께 6개월 이내의 혈액검사지(간염, 성병, 에이즈 등)를 제출해야 하고, 본원 모유은행의 산부인과 교수, 소아청소년과 교수 및 국제모유수유전문가 등 7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최종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위원 중 한 명의 반대라도 있을 경우 기증할 수 없습니다. 적합결과를 받은 신청자에게 결과를 알려드린 후 교육을 진행합니다. 안전한 이송을 위해 냉매가 포함된 운송물품, 수유팩을 보내고 경비는 저희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영하 20℃의 냉동고에 보관된 기증모유는 62.5°C에서 30분간 저온살균, 급속냉각, 미생물검사를 거칩니다. 엄격한 과정을 거쳐 안정성이 확보된 기증모유는 드디어 아기에게 갈수 있는 상태로 준비가 완료됩니다.

 

수혜절차도 엄격합니다. 1차 전화상담 후 필요한 서류심사(진료소견서, 진단서)를 거쳐야 합니다. 이른둥이를 출산한 산모는 아기가 직접 엄마젖을 빨 수 있는 힘이 생길 때까지 유축기로 짜서 아기에게 먹입니다. 직접 젖을 물리는 엄마보다 모유량이 적습니다. 반면 애기는 성장하면서 먹는 양은 늘어나기 때문에 그 부족영양분을 모유로 대체받도록 합니다. 그 외, 분유 알레르기가 있는 아기, 출산 후 산모가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아기이거나 입양아에게 공급됩니다. 수혜순위도 심사위원단이 정한 순위에 따라  정해지며, 공정과정에 소요된 최소한의 비용을 받고 보냅니다.

 

◇ 기증해주시는 어머님들께 온 마음으로 감사와 존경을…

 

모유은행을 이끄는 사람들은 “이 세상 아기들에게 모유 먹을 권리를 찾아줍시다.”, “유대체품도 모유입니다.” 주장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지극한 마음만으로는 변화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과학적 근거, 주장의 목소리, 정치적 힘이 실려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당장 사회적 압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익이 생기는 일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앞으로 십년대계, 백년대계를  꿈꾸면서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백년대계를 꿈꿀 수 있는 경제적 여력과 정서적 힘이 충분히 생겼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최소비용으로 받은 금액으로 장비 및 비품, 미생물 검사비, 인건비 등에 소요되는 운영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보건복지부 등과 같은 국가기관에서 영유아 사업책으로 모유은행에 뛰어들어 지역별 네트워크와 같은 구축체계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또한, 신임할 수 있는 기관에서 운영해 모유수유율도 높일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함께 수반될 때 대한민국의 모자보건이 향상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토록 넓은 세상에서, 이토록 많은 직업 중에 조산사의 길을 선택해 30여 년을 걸어 왔습니다. 그 길에서 모유은행을 만났습니다. 우리 아기들에게 성장을 주는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순간들이 참 행복합니다. ‘엄마라서,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기증!’이라고 외치며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으신 위대한 대한민국 어머님들께 온 마음으로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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