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워킹맘들은 울고 싶다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워킹맘들은 울고 싶다
  • 칼럼니스트 김신희
  • 승인 2017.09.18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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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립유치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가?

[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금요일 퇴근 무렵 사립유치원이 집단휴업을 철회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다섯 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도 해당하는지라 지난주 9월 18일(월) 1차, 그리고 이후 9월 25일(월)부터 일주일간 2차 휴업을 하겠다는 통신문을 보고 당장 워킹맘으로서 가장 먼저 당연히 아이를 돌볼 고민부터 들었다.

'아이를 종일 누구에게 부탁하지?'

'나 올해 연차 며칠이나 남았지?' 였다.

그러나 몇 시간되지 않아 철회를 다시 번복해 9월 18일은 휴원이 확정됐다. 그러다 번복을 또 번복해 다시 9월 18일 정상등원을 하는 걸로 연락이 왔다. 워킹맘 칼럼도 쓰고 있지만 당장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도 포함된 일이라 날선 의견을 내는 것이 조심스러워 이 사태에 대해서는 그 날 아이를 돌봐줄 백업을 구하는 것 이외에는 사태 자체에 대한 생각의 레이더를 한동안 내려놓았었다. 그러나 이렇게 번복에 또 번복이 계속되니 감정이 동요되기 시작했다. 분명 며칠 전에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을 때만 해도 그냥 뭔가 내가 다 헤아리지 못하는 사정이 있으려니, 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뭔가 속사정이 켜켜이 있으려니 했었는데도 말이다.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의 근본원인은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유치원과 동등한 수준의 정부지원금을 요구했고 이것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사립유치원이 왜 공립유치원과 동일한 정부지원을 요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이외의 필요한 학부모를 통해 결코 적지 않은 원비로 받고 있는데 학부모가 원비를 내리라고 데모를 한 것도 아닌데 요구의 배경이 단지 이것 뿐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사립유치원의 비용을 국공립 수준의 부담으로 내리면서 더 이상 국공립유치원을 짓는 대신 그걸로 사립유치원을 정부가 지원하면 실질적으로 학부모 부담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 해왔다. 적어도 내가 들은 논점의 포인트는 이것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학부모 쪽은 그렇게 요구한 적이 없다. 근본적으로 왜 사립유치원이 국공립 수준의 지원을 요구하는지, 그렇게 동등한 수준의 지원금의 세수를 마련하려면 그 세원이 세금에서 나갈 거 그리고 감사는 또 안 받겠다는데 적어도 논리를 일관성 있게 주장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학부모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냥 사립유치원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건 오로지 내 생각일 뿐인가?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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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사립유치원은 교육기관이지만 그와 동시에 영리조직이고 수익을 낸다. 그런데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갑작스런 휴업통보의 피해는 소비자인 학부모와 원생의 몫인데 이 부분에는 책임이 있다. 어느 단체이든 누구든 주장을 할 권리가 있고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라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덕목이다.

그러나 그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집단휴업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매우 극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회사와 같은 사조직에서 파업을 한다면 이것은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피해를 준다. 사업주는 당장 매출을 잃게 되고, 파업 중인 피고용인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 임금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이 사태에서의 피해자는 정부-한유총이 아니라 '아이들과 학부모'라는 점이다. 유치원을 돌아가게 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학부모가 이미 부담했고 따라서 아이들은 교육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결국 워킹맘은 연차확인과 백업을 위한 사람찾기로 전화돌리기를 몇 번 반복했는지 모른다. 휴업을 대비해 그날 아이돌봄을 백업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서... 이 갈등의 당사자는 아이들과 학부모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 고군분투기 ‘워킹맘의 딸’의 저자이며 14년 차 직장인이자 다섯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해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다.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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