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질아, 전어 구워놨으니까 돌아와" 가을이면 심해지는 지루성피부염
"각질아, 전어 구워놨으니까 돌아와" 가을이면 심해지는 지루성피부염
  • 정리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7.09.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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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각질관리 자제하고, 스트레스 관리가 뒷받침돼야

[기고] 존스킨한의원 수원점 이준섭 대표원장


수원피부한의원 존스킨한의원 수원점 이준섭 대표원장. ⓒ존스킨한의원 수원점
수원피부한의원 존스킨한의원 수원점 이준섭 대표원장. ⓒ존스킨한의원 수원점


‘가을 전어’만큼 이런저런 속담을 가진 생선도 드물 것입니다. ‘돈 생각 않고 마구 사들인다’ 해서 돈 전(錢)자가 붙었다는 말처럼 맛이 기가 막히고,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할 만큼 가을 대표 먹거리로 유명하다. 피부질환을 많이 보는 한의원 원장인 저는, 며느리가 집을 나가고서야 그 소중함을 알고 전어를 굽는 시어머니의 마음에서 지루성피부염 환자들을 떠올립니다. 무분별한 각질 스크럽 때문에 지루성피부염에 걸려 후회하며 화침시술을 받는 지루성피부염 환자의 만시지탄은 전어 굽는 시어머니와 꽤나 닮아있습니다.

전어가 맛있게 익어가려면 아직 반년은 더 기다려야하는 어느 봄날, 40대 후반 여성분이 지루성피부염으로 내원했습니다. 5년 전 따갑고 가려운 증상으로 시작된 지루성피부염 때문에 얼굴 부분 부분에는 반점처럼 붉은 얼룩들이 있었고 피부는 매우 얇아진 상태였습니다. 초기에는 피부과 약을 바르면 금세 가라앉던 증상들도 점점 약에 잘 반응하지 않게 되면서 다른 치료방법을 찾다 한의원에 내원하게 되었다고 하셨죠.

지루성피부염은 크게 스트레스, 수면 부족,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으로 인해 악화되는 남성형 지루성피부염과 과도한 필링, 스크럽 등으로 인해 피부보호막을 잘 생성하지 못하게 돼 붉은 반점 형태의 피부염이 나타나는 여성형 지루성피부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분 같은 경우는 후자에 속하는데, 여성형 지루성피부염은 대개 <경미한 증상→피부과 약에 호전→원인 치료 없이 방치→재발→쎈 약에도 잘 듣지 않아 이 병원 저 병원 전전> 과 같은 루트로 한의원을 찾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지루성피부염의 치료는 1)염증 완화 2)표피재생을 위한 화침시술 3)안정적인 피부면역력 획득, 이 3단계를 거쳐야만 재발을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이 환자분도 염증완화를 위한 청열해독약(한방 소염제) 계통의 탕약으로 치료를 시작했고,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은 점점 줄이도록 했습니다. 외치는 염증물질을 밖으로 배출하고 피부 면역력을 강화하는 화침시술을 진행했습니다. 화침 시술 후 염증이 완화되기는 하나 시술 후 2~3주가 지나면 다시 염증이 올라오기를 두 차례, 반복되는 염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환자분과 다시 상담했습니다.

수면시간도 늘였고, 자극적으로 먹던 식습관도 바르게 고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각질 스크럽 만큼은 끊지 못하고 있던 것이 발각됐습니다. 화침시술은 시술 후 생성되는 각질을 보호막 삼아서 진피층이 도톰해지는 작업을 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생긴 각질을 견디지 못하고 스크럽을 통해 벗겨내고 있었던 겁니다. 분노와 허탈함이 함께 밀려왔지만,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돈 생각 않고 마구 사들인다' 해서 돈 전(錢)자가 붙었다는 말처럼 맛이 기가 막힌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할 만큼 가을 대표 먹거리다. ⓒ존스킨한의원 수원점
'돈 생각 않고 마구 사들인다' 해서 돈 전(錢)자가 붙었다는 말처럼 맛이 기가 막힌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할 만큼 가을 대표 먹거리다. ⓒ존스킨한의원 수원점


특별한 관리 없이도 꿀피부 소리를 듣던 20대의 맑은 피부가 그리워 스크럽을 끊을 수가 없다는 환자분에게 슬며시 전어와 며느리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당장은 눈엣가시 같아서 구박한 며느리도 집 나가버리면 아쉬운 건 시어머니다, 보기 싫어서 긁어내버린 각질은 결국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다. 이것을 너무 미워하지 마시라, 각질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원장과 함께 전어를 구워 구수한 냄새를 폴폴 풍기자고 했고, 당장 눈물을 쏟을 것 같던 환자분은 어렵사리 동의했습니다.

보통의 경우 시술 일주일 후 내원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3일 뒤에도 한 차례 더 내원하시도록 해 각질을 감시했습니다. 보기 싫은 각질을 그대로 두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약속대로 그대로 두셨고, 화침시술이 반복될수록 호전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탕약은 염증 완화가 아닌 고표+보기혈제(피부세포 혈류량 강화)로 전환하면서 점차 피부가 도톰해지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반년이 흘러 진짜 전어가 구수하게 익어가는 가을이 될 무렵, 환자분의 피부는 많이 호전되어 얇은 화장도 가능할 정도가 됐습니다. 치료 마지막 날, 이후 주의사항 등을 알려드리며 치료 초반에 나눴던 전어이야기를 다시 추억했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 거라 생각지 못하고 그저 절망적이었는데, 이제는 기꺼운 마음으로 가을 전어를 먹으러 갈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하셨죠. 올해 가을에도 어느 횟집에서 가을전어 개시 할인 이벤트에 현혹돼 꼬소꼬소한 전어구이를 맛나게 드실 그 환자분을 떠올려봅니다.


*이준섭 원장은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천 소재 명신한의원, 위담한방병원, 존스킨한의원 잠실점과 분당점 진료원장을 거쳐 현재는 존스킨한의원 수원점 대표원장으로 피부, 탈모 환자를 주로 진료하고 있다. 또한 대한본초학회, 전통한의학연구회 황정학회, 한방미성형학회, 대한한방탈모학회 등에서 피부질환, 탈모에 관한 다양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학사학위를 취득한 경험을 살려 최근에는 ‘한방피부외과학의 인공지능시스템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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