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사생활 보호' 비밀출산제 도입 추진
'임산부 사생활 보호' 비밀출산제 도입 추진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09.29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비밀출산제 도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 공청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오신환 의원실
ⓒ오신환 의원실

 

“친생부모의 권리와 아동의 권리가 충돌된다고만 보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어느 부분을 먼저 해결해야하느냐가 아니라 동시에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한 생명이라도 거리에서 죽지 않도록 실질적 법안을 아동의 입장에서 아동 권리보호 차원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합니다."

 

28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비밀출산제 도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 공청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오신환 바른정당 국회의원(서울 관악을)은 이렇게 강조했다.


이번 공청회는 미혼모 등 임신·출산으로 인해 위기를 겪게 되는 임산부가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신생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수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대해 비밀출산제를 도입해 아동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친모의 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오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제 지역구인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지난 2009년 12월 ‘국내 1호 베이비박스’가 처음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베이비박스를 거쳐 간 영아만 해도 1200여 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에는 베이비박스 운영을 둘러싸고 미혼모의 영아 양육포기를 조장한다는 견해와 그나마 영아유기를 차단하고 있다는 견해로 찬반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는 미혼모 등이 아무와도 접촉하지 않고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그는 “베이비박스 자체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찬반논리를 떠나 어떻게 하면 곤경에 처한 임산부의 자유롭고 안전한 출산과 영아의 생명을 보장할 수 있는지 제도적 개선 마련을 목적으로 마련한 자리다. 각 분야 전문가 여러분의 다양하고 진정어린 의견 개진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 비밀출산제란 무엇일까?

 

박동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연구원은 ‘아동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비밀출산 및 임산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입법 제언’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먼저 특별법 제안 이유와 비밀출산의 개념을 정리하고 해외사례를 소개했다.

 

박 연구원은 비밀출산제에 대해 “본인의 신분을 밝히는 것이 어려운 임신여성이 자신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등의 신상정보를 밝히는 대신 가명으로 출산지원시설 등에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밀’의 의미는 친모의 정보를 전혀 밝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향후 자녀가 자신의 출생 관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녀가 일정 연령에 이르기까지는 그 정보를 밀봉해 국가에서 보관했다가 추후 자녀의 신청 등을 통해 그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밀출산은 아이의 출생의 기원을 알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본인의 신상을 밝히지 못하는 사유를 가진 친생모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 골자다.

 

특별법 제안 주요내용에는 ▲상담기관 설치와 운영-상담기관 설치 운영 체계와 상담원의 비밀유지 의무 등, 긴급 도움전화 설치와 상담기관의 정보제공, 긴급 아기보호소의 운영 ▲비밀출산에 대한 지원-출생증서의 작성 및 보관 등, 비밀출산 이후의 영아에 대한 출생신고, 비밀출산 이후의 영아보호, 후견개시와 입양의 지원, 친생모의 신원정보의 비밀보장 및 예외적 공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오신환 의원실
ⓒ오신환 의원실


◇ 비밀출산제 프랑스·독일·체코 해외사례 살펴보니…

 

프랑스, 독일, 체코의 비밀출산제는 영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합법적으로 친생모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그러나 출생아의 친생모에 대한 알 권리 허용 여부, 베이비박스 허용여부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보였다.

 

박 연구원은 “프랑스에서는 베이비박스를 금지하는 대신 국가가 공식적으로 비밀출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모(母)의 결정에 따라 친자관계의 단절이 인정되고 출생정보에 접근할 자녀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에서 윤리적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2000년부터 베이비박스가 설치되기 시작했고 익명출산이 가능하다. 익명성을 원하는 친생모의 이익과 자녀의 출생 관련 사실을 알 권리를 모두 고려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갖고 장기간 논의를 거쳐 2013년 8월 28일 ‘임신여성의 지원확대 및 신뢰출산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2014년 5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독일은 임신갈등상담소 운영을 통해 여성이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상담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또 비밀출산 후 양부모의 자녀입양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있기 전까지 보통 1년 이내에는 원칙적으로 자녀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체코 역시 비밀출산을 원하는 산모에게 어떠한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출산이 가능하다. 비밀출산 산모에게 가상의 대체 주민등록번호와 가명 내지 대체 성명이 제공돼 서류를 작성(산모의 주민등록번호, 건강보험 형태, 산전휴가 시작날짜, 출산 시 있었던 사건 등)하게 한다.

 

친생모 정보 열람에 관해서는, 체코의 경우 작성한 서류를 산모가 퇴원한 후 밀봉해 오직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만 개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자녀가 16세 이후 친생모의 신원을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친생모가 자신의 신원기록 정보열람을 반대할 수 있으나 친생모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열람의 허용여부를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 비밀출산제 도입 적극 공감…그러나 우려점도 많아

 

권오용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조태승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 ▲계수정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실장 ▲김진옥 서울가정법원 판사 ▲박양호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김승일 보건복지부 입양정책팀장 ▲윤강모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장이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비밀출산제 도입에 대해 적극 공감하면서도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박스 운영 주체인 조태승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2017년 1월부터 8월 사이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를 찾은 135명의 친생부모 중 상담을 실시한 128명의 결과를 보면, 베이비박스를 찾은 주된 이유가 출생신고의 어려움을 드는 이들이 전체의 72%(92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조 목사는 “출생신고를 꺼리는 대부분의 친생부모들은 현행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친생부모를 알 권리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자녀가 입양될 때까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이 남는 것과 파양 시 자녀의 이름이 다시 나타날 수 있음을 반대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하면 자녀 출생 1개월 이내 출생신고가 돼야 하고 입양특례법에 의해 자녀의 출생신고가 사전에 돼 있어야만 법원의 입양 허가를 받아 입양이 이뤄질 수 있다.

 

조 목사는 “베이비박스는 현행법에 따라 출생신고 할 수 없는 친생부모와 그 자녀들을 위한 최후의 수단일 뿐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 출생신고 자체가 곤란한 경우 친생부모가 낙태 또는 출산 후 영아유기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예방하기 위해 임신단계에서부터 비밀로 도울 수 있는 각종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계수정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실장은 “청소년미혼모부터 40대 미혼모까지 굉장히 필요한 법이라고 하더라. 그러나 영아유기의 또 다른 이름으로 조장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양육지원 등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안부터 살피고 비밀출산제가 시행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진옥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법률안을 보면 비밀출산된 영아에 대한 입양이 확정된 이후 입양이 취소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친생모가 마음이 바뀌어서 친권회복을 하고자 할 때 가능토록 할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비밀출산 결정에서 친생부의 의사 확인이 어려워 아버지의 권리가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양호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는 “비밀출산제가 자녀 양육의 책임을 피하고 아이를 포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우려 된다. 법안에 16세 이상이면 친생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독일사례를 그대로 따온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부터 친양자 확인이 가능하다. 연령에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검사는 "친생모 정보 관리를 중앙입양원에서 하도록 해놨는데 민간법인인 곳에서 국민의 출생과 신원에 관한 정보를 관리하는 것이 맞는지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승일 보건복지부 입양정책팀장은 “설문조사 등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윤강모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장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수렴해 양육을 할 수 있는 지원이나 제도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오신환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오 의원은 "토론회에서 지적된 부분을 검토하고 반영해 조만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