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가지고 같이 살겠냐!"...출산 포기하는 시민들의 분노
"이래가지고 같이 살겠냐!"...출산 포기하는 시민들의 분노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11.0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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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 열려...시민 의견 수렴해 대책 마련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8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8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래가지고 같이 살겠냐? 외치는 것만으로 속이 시원해지시나요?”

 

‘이래가지고 살겠냐?’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러 무대에 오른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강경희 대표의 말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8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강 대표는 “‘이래가지고 살겠냐?’ 외침은 저출산 현상 청년의 한 줄 평가였다. 분노가 가득 담긴 소리”라며 “지난해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은 0.94명. 장시간 노동, 독박육아, 불평등 돌봄 노동 등, 일·가족 양립은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다.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양성과 차이가 인정되는 사회, 미래를 꿈꾸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이래가지고 같이 살겠냐’를 ‘같이 사는 게 낫지 않겠니’, ‘이래서 서울은 같이 살만하네’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집단 지성의 힘을 적극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날 일·가족양립 우수기업 시상식이 있어 우수기업에 감사를 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가족양립과 외국인·다문화까지 전반에 걸쳐 시민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오전부터 시작된 저출산 대응 과제 발굴을 위한 시민 정책토론회는 14일까지 5회에 걸쳐 주거·일자리·출산·양육·일가족양립·다문화 분야별로 진행한다. 토론회 결과는 12월 9일 최종토론회 의제로 선정해 ‘서울시 저출산 극복 종합대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문제 상황 공감

 

'이래서 살겠냐'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써 자신의 의견을 제안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래서 살겠냐'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써 자신의 의견을 제안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잠도 안 깬 아이를 씻기고, 입히고…. 출근 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해요.”

 

“출근해야하니 아이를 맡겨야한다. 이 기관에 보내고 싶지 않을 때 고민을 많이 한다.”

 

“한 어린이집에 상담하고 나왔는데 ‘거기서 왜 나와? 거기 보내려고?’ ‘알아보려고 상담 했어요’ 했더니, ‘거기 아무도 안 보내잖아’ 그러더라. ‘왜 안 보내요?’, ‘급식이 허술하고….’, 전화번호 주소만 가지곤 알 수 있는 게 없어 주변 엄마들을 찾아 다녔다.”

 

“퇴근을 조금만 빨리 해도 문제가 없다. 아이가 하원하고 나서 2~3시간 봐줄 사람이 없어 발을 동동….”
 
“아버지는 나한테 도대체 뭐해줬냐고 하면 속상할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어린이집 대기번호 370번. 초등학교 가야 풀리겠구나. 아직 대기번호가 안 왔다.”

 

“어린이집 사건사고가 많으니 걱정이 되기도 하고 좋은 어린이집 찾기가 쉽지 않다.”

 

시민들의 생생한 인터뷰 내용이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일·가족 양립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힘든 실정인지, 실감할 수 있다.

 

◇ 일·가족 양립 위해 우수기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인 (주)눔코리아가 사용자 측, 15개월 차 아빠 육아휴직자 근로자 측을 대표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인 (주)눔코리아가 사용자 측, 15개월 차 아빠 육아휴직자 근로자 측을 대표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서울시는 일·가족 양립 우수기업에 대해 시상식을 가졌다. 베이비뉴스(주)를 비롯해 구립목3동 보듬이 어린이집, 성민종합사회복지관, (주)현대엠엔케이,(주)눔코리아 모두 다섯 개 기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 기업 중 하나인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인 (주)눔코리아에서는 현재 활용 중인 일·가족양립을 위한 제도를 소개했다. 이 기업엔 유연근무제, 재택근무제, 클라우드 기반으로 한 자료 관리, 1대 1 상담을 하고 있다.

 

덕분에 한 팀장은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를 잘 활용하면서 다섯 아이를 잘 양육하고 있다고 모범 사례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기업 측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근로자에게) 일을 주고 평가하는 평가 지표가 정확하게 마련돼 있으면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벤처회사다 보니 가능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육아휴직 15개월 차인 아빠 육아휴직자가 무대에 올라 사용자와 근로자의 입장에서 균형감 있게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아빠 육아휴직자는 육아휴직 과정에 대해 “근무처가 공공기관이라 민간기업 보다는 덜 눈치 봐도 되지만 경직된 문화다. 육아휴직을 내기까지 1년 정도 걸렸다. 처음에 육아휴직을 내겠다고 했더니, 팀장 낯빛이 변했다. ‘업무공백, 등 차분하게 고민을 다시 해 달라’고 해 더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복직 후 불이익, 육아휴직하면 수당만 가지고 살 수 있을까 등. 고민하는 1년 동안 아이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고, 아내는 독박육아로 스트레스가 높아져 마침내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용기를 내야하는 게 문제가 아닌가. 아이와의 애착형성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기업 입장을 대표해 사용자 측은 “우리 회사에는 육아휴직을 쓴 사람이 없다. 결혼 안한 사람이 80%다. 그러나 그동안 문화에 빗대보면, ‘집에서 일을 하는데 제대로 하겠어?’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해보니 오히려 성과가 좋았다. 원론적인 답변인지 모르겠지만 조직의 비미함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즉, ‘육아휴직자의 업무공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리더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입장에서 일·가족 양립을 위한 제도 제안에, “많은 제도가 있으면 뭐하겠느냐. 교육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고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노력하자. 있는 제도부터 잘 활용해 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빠 육아휴직자는 “아빠 육아 휴직 1개월 의무화와 같이, 최소한의 기간을 의무화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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