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아체능단 셔틀버스에 성인용 안전벨트만?
[단독] 유아체능단 셔틀버스에 성인용 안전벨트만?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7.12.08 11:52
  • 댓글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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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세 유아 이용하지만 보호용 장구 없어… "법 개정 시급"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아이 안전이 걱정돼 결국 포기했어요."

워킹맘 김수현(가명·37·서울 우장산동) 씨는 지난 10월 구립 체육시설에서 운영하는 유아체능단에 내년도 1학기 수강료 100만 원가량을 지불했다. 하지만 최근 위약금을 물고 입단을 포기해야 했다. 내년이면 5살이 되는 아들이 타게 될 셔틀버스를 보고 눈앞이 아찔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셔틀버스는 시내버스처럼 큰 길을 다니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런데도 카시트는 물론, 어린이용 안전벨트조차 없었다"며 "꽤 긴 거리를 이동하는 만큼 아이 안전을 걱정 안 할 수가 없었다. 차에 최소 조끼형 어린이 벨트라도 부착돼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이 체육시설은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체육활동 및 누리과정을 지도하는 '유아체능단'을 운영하고 있다. 정원은 65명. 유아체능단 전용 셔틀버스는 없는 상황이라 아이들은 체육시설에서 운영하는 3대의 대형 셔틀버스를 성인들과 함께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유아들이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셔틀버스에는 '유아 보호용 장구'가 전혀 구비돼 있지 않다.

유아 보호용 장구는 교통사고 시 발생하는 충격으로부터 유아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로, 카시트, 조끼형 벨트, 유아용 시트, 부스터 좌석 등이 포함된다. 결국 이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몸에 맞지 않는 성인용 안전벨트에만 의지한 채 매일 집과 구립 체육시설 간을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아이들은 몸에 맞지 않는 성인용 안전벨트에만 의지한 채 매일 집과 구립 체육시설 간을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은 몸에 맞지 않는 성인용 안전벨트에만 의지한 채 매일 집과 구립 체육시설 간을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서울 공공체육시설 20곳 중 유아 보호장구 갖춘 셔틀버스 '전무'

각 지자체 체육시설에서는 성인 프로그램과 더불어 체육강습과 전문 유아교육을 병행하는 '유아체능단', 미술, 음악, 영어 등 아이들이 수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단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유아체능단은 오전 9~10시부터 오후 3~4시까지 수영, 골프, 발레 등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과목을 학습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많은 부모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용하는 셔틀버스는 유아의 안전과는 거리가 멀어 '어린이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기자가 서울시내 유아체능단을 포함한 유아 프로그램과 셔틀버스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공공 체육시설 20곳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셔틀버스에 유아 보호용 장구를 구비한 시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방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산, 대구 등 같은 조건(유아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셔틀버스를 두고 있는)의 지방 체육시설 5곳을 무작위로 전화 문의한 결과, 과천시 체육시설 단 1곳만이 셔틀버스에 유아용 안전벨트를 두고 있었다.  

유아 보호용 장구가 없는 셔틀버스가 아이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해당 셔틀버스를 타봤다. 지난 6일 유아체능단 아이들이 등원하는 이른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체육센터 셔틀버스. 1명의 지도강사가 아이들이 승차할 때마다 차량 내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안전벨트를 매줬다. 하지만 이 안전벨트는 아이의 몸을 완전히 잡아주는 보호장구가 아니다 보니 아이들은 바른 자세로 몸을 두지 못했다. 앞뒤 좌석에 앉은 친구와 장난을 치는 몇몇 아이들은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기 때문에 벨트 사이로 가는 허리가 빠질까 염려되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은 체육시설에 도착할 때까지 이러한 상태로 짧으면 15분, 길게는 45분까지 이동했다.

강서구의 한 체육시설 셔틀버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이 몸에 맞지 않은 성인용 안전벨트가 아이들을 잡은 채 큰 도로 위를 달렸다. 영등포구의 한 체육시설은 홈페이지에 '셔틀버스 운전석 기준 2~3열, 총 8석이 유아지정석'이라고 안내하고 있었지만, 실제 유아지정석이라고 해서 보호용 장구가 구비돼 있는 것도 아닌 데다, 해당 좌석에는 성인, 아이 구분 없이 모두 섞여 앉았다.

서울시내 한 체육시설 관계자는 "공공 체육시설의 이용 비율이 성인이 높다. 유아 전용 차량을 따로 마련하면 성인들이 셔틀을 이용하는 데 제한을 받는다. 차량 내 기본 안전벨트를 같이 쓰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8일 오전 한 공공 체육시설 셔틀버스에서 한 아이가 안전벨트를 맨 채 장난을 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8일 오전 한 공공 체육시설 셔틀버스에서 한 아이가 안전벨트를 맨 채 장난을 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성인용 안전벨트, 아이들에게 2차 상해나 장 파열 초래 가능성

하지만 성인용 안전벨트는 아이들에게 무용지물이다. 성인의 신체사이즈에 맞게 제작된 벨트는 앉은키가 작은 아이들의 목을 압박해(3점식 벨트일 경우) 사고 시 2차 상해를 입히거나, 골반벨트가 복부로 미끄러져 장 파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5년 교통안전공단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가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사고 시 머리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20배가량 높고, 7~12세 어린이는 부스터 시트를 사용하지 않은 채 안전벨트만 착용하면 복합 중상 가능성이 5.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과 카시트 무상보급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어린이안전재단 강슬기 담당자는 "체구가 더 작은 아이의 경우 안전벨트 밑으로 몸이 빠져 나가기도 한다"며 "유아 보호용 장구 장착이 법으로 의무화된 이유다. 어린이는 꼭 유아 보호용 장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영유아 전 좌석 보호장구 의무화' 법 개정 시급히 이뤄져야"

그런데 현재 체육시설 셔틀버스는 유아 보호용 장구 장착법의 효력이 약하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일반 승용차의 경우 일반도로와 고속도로 운전 시 전좌석 6세 미만 아이에게 유아 보호용 장구를 장착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반면, 일반 승합차의 경우 고속도로에서만 전좌석 유아 보호용 장구를 장착하도록 하고, 일반도로에서는 앞좌석(운전자 옆좌석)만 유아 보호용 장구를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영유아를 태우고 일반도로를 달리는 승합차, 즉 셔틀버스의 경우, 2열부터 앉은 아이들은 보호용 장구를 착용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이 셔틀버스가 '어린이 통학버스'로 등록이 되면 일반 승용차와 같이 전 좌석 유아 보호용 장구 장착이 의무화된다. 하지만 공공 체육시설 셔틀버스는 어린이 통학버스 법도 적용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도로교통법 내 어린이 통학버스 법 조항에 따르면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특수학교 ▲학원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체육시설 등이 어린이 통학버스를 신고·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 체육시설은 체육시설업 등록·신고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 의무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공공 체육시설 셔틀버스는 어린이 통학버스로 등록되지 않아 유아용 보호 장구 착용 의무화 등의 특별보호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정부는 승용차, 승합차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 운전자가 영유아가 탑승할 경우 앞좌석뿐만 아니라 어느 좌석이든 유아 보호용 장구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법망을 빠르게 조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석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는 "아이들은 반드시 체형에 맞는 카시트를 착용해야 하는데, 법의 사각지대로 아이들은 위험에 완전히 노출돼 있다. 또 공공시설 셔틀버스는 어디 소속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사고를 피해 가겠거니 하는 안일한 태도가 문제다. 언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법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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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f**** 2017-12-28 15:47:48
버스로 인한 사건만해도 많이 일어난걸로 알고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아이들버스에 엄청 예민한걸로 알고있는데...
어찌 한국은 이리 부실한것인지...아이들이 먹고 입고 사용하는 것들만이라도 좋게 잘 신경 썻으면합니다...

cut**** 2017-12-26 16:28:06
생명과 관련되있는 사안인데 너무 안일하지않나 생각이 듭니다..일이 터지고나면 개선하는것 보단..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여 어서빨리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ja**** 2017-12-25 23:41:08
아이들 안전과 생명과 관련된 부분인데 너무 간과하고 있는거 같네요.. 법규제로 강력하게 감시하고 지키도록 해야지 않을까싶네요..가장 좋은건 강제성보다 사람과 아이들 안전을 우선시하는 기본이 지켜진다면 좋겠지만요..

chibal**** 2017-12-25 23:08:15
조금더 생각하고 배려있는 행동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부탁드립니다

rid**** 2017-12-25 23:04:58
아이엄마가 되니 더욱 공감되는 기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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