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서울,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서울,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 기고 = 엄규숙
  • 승인 2017.12.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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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원하는 저출산 대응정책 만들기 위한 노력 주목

[특별기고] 엄규숙 서울특별시 여성정책실장

엄규숙 서울특별시 여성정책실장. ⓒ서울시
엄규숙 서울특별시 여성정책실장. ⓒ서울시

◇ 서울시 저출산예산 2조 230억원 없었다면?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10여 년 동안 해마다 범부처 과제로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고 추진해왔다. 서울시 저출산 대책으로 2016년 투입된 예산은 약 2조 230억 원이고 6개 분야 77개 사업을 아우르고 있다. 2016년 말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94명이다. 예산 대비 출산율 수치를 연결해서 흔히 듣는 비판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적은 옳지 않다.
 
서울시에는 전국 아동의 17% 정도가 모여 있고 이는 경기도 다음으로 아동이 많이 살고 있다는 뜻이다. 저출산 대책에 투입된 예산의 대부분은 질 좋은 보육서비스 제공과 가정양육에 대한 지원에 쓰인다. 만일 이 예산이 없었다면 서울에서 아이 키우는 가정이 지금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정된 자원을 아동양육가정에 집중하고 그 규모가 괄목상대하게 성장한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겠으나, 보육과 아동돌봄의 공공성이 얼마나 증대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나뉘고 있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정 6년간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배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육의 공공성을 확대해 국공립어린이집이 민간어린이집의 보육서비스 질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 저출산 대응정책의 새로운 방향 모색
 
출산율이 낮아지는 큰 원인 중 하나는 청년층이 혼인과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도 유배우여성의 감소가 출산율 저하에 미치는 영향이 기혼여성의 출산율 감소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올해 3월 정부 청사 앞에서 한 한 여성단체의 시위 현수막에는 “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라는 글귀가 등장했다. 출산아 수가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것만큼 서울에서 혼인하는 청년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서울시는 그간의 행정 부처별, 그리고 각 행정기관의 부서에서 추진해 오던 저출산 대책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해나가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올 4월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저출산 대응정책 TF를 구성하고 행정1부시장을 단장으로 격주간 회의를 운영하면서 저출산 대응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왔다. 또한 TF를 통해 발굴된 과제들에 대해 정책 분야별 토론회를 통해 시민과 공유하고 선호도와 장단기 이행가능성을 고려하여 우선 시행과제를 선정한 후, 지난 12월 9일 대토론회를 개최하여 시민들이 바라는 우선순위 정책에 대한 투표 형식의 정책 장터를 열었다. 여기서 선택된 과제들을 살펴보면 시민들이 원하는 저출산 대응정책이 출산에 집중하는 정책 저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12월 9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저출산 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 대토론 '이래가지 살겠냐!'. ⓒ서울시
지난 12월 9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저출산 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 대토론 '이래가지 살겠냐!'. ⓒ서울시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 토론회는 주거분과, 임신/출산분과, 자녀양육분과, 일자리분과, 일가족양립과 외국인/다문화분과로 나뉘어 진행됐다. ⓒ서울시
서울시 저출산 극복 정책 토론회는 주거분과, 임신/출산분과, 자녀양육분과, 일자리분과, 일가족양립과 외국인/다문화분과로 나뉘어 진행됐다. ⓒ서울시

◇ 현장의 의견 수렴해보니...주거정책이 최우선 순위로

먼저 최우선 순위에 주거정책과 관련된 과제들이 대거 뽑혔다. 서울시 전출 인구의 주요 원인을 분석해보면 주거비 부담이 원인인 경우가 절반 정도인데 이들이 30~40대 가구에 집중돼 있다.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며 아이 키우기 힘들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주택청약시에도 예비부부에 가점을 부여해달라는 요청이 매우 컸을 뿐 아니라 육아지원전용 주거단지 조성에 대한 호응도 매우 높았다.
 
다음으로 여성과 남성 모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자리에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일·생활 균형정책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다. 일터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뜻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에 대한 요구와 더불어 여전히 임신, 출산 및 자녀양육이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요인으로 작용하는 기업문화를 바꿔달라는 요구가 강력했다는 점을 밝혀둔다. 
 
저출산 현상은 출산행태만을 바꾸기 위한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 출산 및 결혼기피현상은 모든 사회정책이 시행된 결과 형성된 출산과 양육 환경의 척박함에 대해 시민들이 반응해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저출산 대응정책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올해 서울시의 저출산 대응정책 TF가 "이래 가지고 살겠냐"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시민의 의견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주목했던 지점이다.
 
*이 글은 서울저출산극복사회연대회의 참여단체인 서울특별시의 여성가정책실장인 엄규숙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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