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출산 파업...슈퍼우먼 강요하는 사회 바꾸겠다”
“저출산은 출산 파업...슈퍼우먼 강요하는 사회 바꾸겠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1.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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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저출산 문제는 여성들의 자기실현에 대한 강한 욕구를 발휘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출산 포기이자 파업 현상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부천 소사)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초저출산 현상을 17년째 경험하고 있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은 여성에게 독박육아를 강요하고, 세계 최하위 성별격차지수는 여성에게 불안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안겨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초저출산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구조의 결과로 대책 또한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메모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새 정부에선 ‘아이 낳고 키우는 엄마·아빠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맥을 짚어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127조 원을 쏟아 붓고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저출산 문제.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김 부위원장을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자세히 들어봤다.

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 소사)을 만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앞으로 펼쳐갈 계획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 소사)을 만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앞으로 펼쳐갈 계획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5대 적폐 “장시간 노동·독박육아·주거·일자리·미래에 대한 불안”

Q.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현재 평균자녀수는 1.21명. 희망자녀수 1.74명입니다. 국민들이 희망하는 만큼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요, 우리 사회에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다섯 가지 적폐를 꼽아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첫 번째는 장시간 노동입니다.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최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직장 다니면서 아이 돌보기가 힘든데 아이를 낳으면 여성들에게 책임이 전가(독박육아) 됩니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으면 포기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육아휴직 사용도 어려운데 휴직 후 복직도 어려워 경력단절 되기 쉽고요. 예전처럼 3세대가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쟁처럼 아이를 키워야하니까 여성들이 파업 수준으로 출산을 꺼립니다. 중요한 문제는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도 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출산을 하더라도 아이를 하나 낳고 다시는 똑같은 것을 반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둘째는 낳지 않아요. 구조적으로 주거 문제, 일자리 문제도 큽니다. 그동안 전월세가 폭등해서 주거비용이 과중되고 청년들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아져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결혼도 못하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못 갖습니다. ‘나도 힘든데 아이를 어떻게 책임지지’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입니다.”

Q. 저출산 문제 원인을 여성의 삶을 봐야 핵심을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파악하고 계시나요?

“가임기와 육아기 여성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2세대로 집에서 평등하게 교육받고 자랐어요. 여성들이 대학을 더 많이 졸업하지 않습니까. 사회 속에서 자기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데 결혼해서 아이 낳아 키우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안 되기 때문에 여성들이 좌절합니다. 여성들의 출산 포기이자 출산 파업 현상이죠. 그동안 우리 사회가 고도의 경제 성장에만 취중을 해왔지 생활의 중요성, 즉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재미를 느끼고 아이와 친밀관계도 형성하는 것 자체가 중요시 되지 않았습니다. 사소한 개인 문제로 생각하고 투자를 너무 안했습니다. 보육 관련해서도 저출산 문제가 문제시 되면서 공공재원을 투자하게 됐어요. 요즘엔 아이를 하나, 둘 낳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삶과 사회 속에서의 사회인으로서의 삶이 같이 가지 않으면 개인으로서의 온전한 삶이 안 됩니다. 이 두 개가 균형이 맞아야 해요. 거기에 우리 사회가 투자를 하지 않고 슈퍼우먼만 강요하니까 여성들이 경력단절 되고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겁니다.”

Q. 이전 정부까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문제점은 무엇이었고, 이번 정부 다시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2006년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중요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별도의 사무기구 없이 보건복지부 내 조직이 담당하면서 복지부 사업 중심으로만 진행이 돼 컨트롤 타워 역할을 못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별도의 사무처를 설치해 각 부처 공무원을 파견하고 민간 전문위원을 채용했습니다. 사무처장은 민간위원과 공동으로 청와대 은수미 여성가족비서관이 맡았습니다. 이젠 사무처가 로드맵을 만들고 부처가 이행할 수 있도록 견인하고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해 새 정책을 만들어낼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위원장으로서 의지가 강합니다. 청와대비서관에 사무처장을 맡겨 청와대가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컨트롤 타워 기능을 제대로 해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 소사 국회의원)은 “오는 3월 발표될 로드맵은 일·생활 양립, 촘촘한 돌봄, 사각지대 지원이 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 소사 국회의원)은 “오는 3월 발표될 로드맵은 일·생활 양립, 촘촘한 돌봄, 사각지대 지원이 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3월 발표될 로드맵 “일·생활 양립, 촘촘한 돌봄, 사각지대 지원” 중점

Q. 모든 부처가 함께하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컨트롤 타워가 돼 상반기 저출산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올 로드맵에는 어떤 내용이 중점적으로 담길까요?

“오는 3월에 발표할 예정인 로드맵에는 일·생활 양립(남성 육아휴직 등)의 취약한 점을 확실히 보완하고 어린이집·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돌봄 공백 등을 좀 더 촘촘하게 하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여성들의 고용유지와 관련해 경력단절을 막고, 재취업, 복직 시 불이익 없도록 하는 것,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등을 챙기고, 여성고용과 관련해 성차별, 성희롱, 돌봄 여성 일자리 마련,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도의 사각지대가 주류고 혜택은 소수인 제도가 대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손볼 예정입니다.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한부모 가족, 비혼 가족. 다자녀가족 등 다양한 가족으로 부터 출생한 아이를 사회적으로 아동인권 차원에서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Q.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일·생활 양립이 중요합니다. ‘칼퇴근법’이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는데 이후 100대 과제에도 빠졌고 최근에는 인식 개선 운동으로 바뀌었습니다. 공약 후퇴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육아기에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확보가 중요합니다. 사회의 책무이자 아빠로서의 권리이기도 해요. 그런데 기업의 자율권을 강제로 규제하는 게 쉽지가 않고 한계가 있습니다. 캠페인만 가지곤 약하기 때문에 칼퇴근 관련해 나온 법안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근로기준법 52시간 근로 단축이 통과해야 하고, 칼퇴근과 관련해선 더 강력하게 근로감독을 해야 합니다. 칼퇴근을 하지 않는 사업장을 제재하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어느 정도 해야 할지…. 기업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견인해 내기 위해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과제로 정해 발표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칼퇴근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Q. 돌봄, 보육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요구가 큽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공약에 대해 예산안이 삭감돼 통과됐습니다. 어떻게 진행될까요?

“2022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유치원 이용률 40% 확대를 예정보다 앞당기려 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와 매칭이 어렵고 협상, 구입 등 어려움이 있지만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잘 이행해 우선 확충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성육아휴직을 할당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결국 임금 보전이 문젠데 고용보험도 한계가 있으니 정부의 재원 확보가 관건입니다.”

◇ “개헌에 성평등 사회로 지향성 분명하게 담겨야”

Q. 개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출산 사회, 헬조선 사회를 극복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헌법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성평등 사회로써 지향성을 분명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잘 반영됐으면 좋겠고, 아동인권이 제대로 명시됐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에 태어난 아동의 인권이 잘 보장되고 평등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권리가 보장돼 만 18세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가져야 합니다. 청소년들을 통제의 대상, 훈육의 대상으로만 볼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발언하고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중요합니다. 또 사람이 태어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권리, 부모가 될 권리, 행복할 권리가 인권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선택으로 아이를 안 낳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 욕구로 하나의 인권으로 존중이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 소사 국회의원)이 그동안 베이비뉴스가 취재해 온 문재인 대통령 공약 퍼즐과 관련한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 소사 국회의원)이 그동안 베이비뉴스가 취재해 온 문재인 대통령 공약 퍼즐과 관련한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 낳고 키우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세력화되길”

Q.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베이비뉴스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기본적으로 누구나 원한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우리 여성들의 삶을 억압해선 안 돼요. 여성의 책임, 의무가 아니라 남성들과 평등하게 함께 낳고, 함께 기르고, 사회의 보살핌을 받고 키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람입니다. 핵심 아젠다 중심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중심으로 팍팍한 현실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가 가장 아쉽습니다. 젊은 사람들, 가임기, 육아기 아이를 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산만하게 들끓기만 하고 모아지지가 않습니다. 의견이 잘 모아져서 세력화되길 바랍니다.

그 다음은 기업들이 솔선수범했으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5년 안에 인력문제가 기업 경영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인력 수급문제, 질 좋은 노동력 확보 등 기업에 어려움으로 다가올 텐데, 짧은 시간 밀도 있게 생산성 있게 일하고, 가족들과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노동시장 규제는 정부만으로 어렵습니다. 개별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통해 일·생활이 양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출산율이 변화가 생기고 지속적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여성육아휴직 이용률, 여성 고용률, 남녀 임금격차, 노동시간 등 지표로서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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