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물티슈는 없다] “아기를 위한 물티슈? 순전히 상술”
[아기 물티슈는 없다] “아기를 위한 물티슈? 순전히 상술”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8.01.31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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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최근 몇 년간 불거진 화학물질 안전성 논란으로 성인들의 생활용품은 물론 유아용품 사용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연간 시장 규모 3000억 원을 상회하는 물티슈도 이 논란에서 예외가 될 순 없다. 베이비뉴스는 세 차례에 걸쳐 소비자가 알아야 할 물티슈의 안전 이슈를 살펴보고 제도상 보완점을 점검하는 기사를 싣는다. 

<기사 싣는 순서>
① 겉은 아기 물티슈, 속은 일반 물티슈
② 법적 근거 없는 용어 '아기 물티슈'
③ “아기를 위한 물티슈? 순전히 상술”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필수 육아용품으로 견고히 자리 잡은 물티슈, 업체가 자발적으로 관리하며 생산했지만 안전성 논란이 거듭되자 지난 2015년 7월부터 화장품 관리법을 적용받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관리·감독하겠다는 정부의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티슈 속 화학물질 이슈는 매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물티슈 최대 소비자인 부모들의 불안도 전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물티슈의 안전성 문제, 자꾸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무조건 정부와 기업에 안전을 맡기면 안 된다. 자신이 쓰는 제품의 문제와 위험성을 인식하려는 소비자의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이 없으면 화학물질 이슈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덕환 교수는 지난 1985년부터 30년 넘게 교수로 재직 중인 독성화학물질 전문가다. 10일 오전 서강대학교 과학관에서 이덕환 교수를 만나 영유아용 물티슈 속 화학물질의 진실과 대안책 등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0일 서강대학교 과학관에서 만난 이덕환 교수가 물티슈 속 성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0일 서강대학교 과학관에서 만난 이덕환 교수가 물티슈 속 성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아기용물티슈, 일반물티슈와 화학물질 다르지 않다" 

지난 2013년 시중에 유통되는 물티슈 30개 중 23개가 PHMG, PGH, CMIT, MIT 등 가습기살균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유해성분이 포함돼 소비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다. 이후로도 각종 유해물질과 세균이 기준치를 최대 4000배 이상 초과하는 등 안전성 논란이 반복되면서 물티슈에 대한 부모들의 불신은 지속됐다. 

소비자들의 걱정과 우려가 매출 감소로 이어지자 물티슈 업체들은 물티슈 제조에 사용된 화학물질 전성분을 공개하면서 '아기용 물티슈', '아기 물티슈', '베이비 물티슈' 등 '아기에게 안전하다'는 영유아용 상품 제조, 판매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이덕환 교수는 "아기용이라고 해서 화학물질이 다른 것은 아니다. 순전히 상술"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 교수는 "블랙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노약자, 아기 등 우리 사회 약자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해 소비자들이 기업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기업의 광고를 무작정 믿었다가 생긴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기용 물티슈'는 존재하지 않는다. 화장품법은 영유아용 물티슈를 따로 관리하는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지 않다. 일반 물티슈와 같은 화학물질을 쓰고 '영유아용'이라고 판매해도 아무런 제재나 문제가 없다. 에칠헥실글리세린, 소듐벤조에이트, 폴리소르베이트20 등 일반물티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은 '영유아용'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물티슈에도 똑같이 들어 있다.  

이 교수는 "기업은 자사 제품에 특별한 것을 넣어 놓은 것처럼 말한다. 보존제 양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오히려 보존제가 적으면 부패가 쉽고 곰팡이가 잘 번식하는 문제점이 있다. 부패한 물티슈를 쓰면 오히려 피해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 '피부를 지켜준다'는 말 믿어도 될까? 

그렇다면 보존제 양이 적으면 피부에 아무런 해가 없을까? 아기용 물티슈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아기 피부 보호', '피부를 부드럽게 지켜준다' 등의 문구로 부모들을 현혹하고 있다. 하지만 이 광고 문구도 거짓말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물티슈에는 미생물의 번식을 막는 보존제가 들어간다. 미생물을 죽이는 것이다. 사람과 미생물의 차이는 몸집이다. 미생물은 작아서 소량의 보존제에도 죽지만, 100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는 사람은 별 탈이 없다. 피부 세포 몇 개 망가지는 것일 뿐이다. 

이 교수는 "보존제도 우리 피부에 닿으면 손상이 간다. 미생물은 죽이지만, 사람에게 탈 없는 보존제는 절대 없다.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탈이 적은 보존제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보존제가 들어 있는 한, 피부에 아무런 해가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 교수는 "물티슈 업체가 하고 있는 피부 안전성 테스트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부에 보존제가 닿아도 아무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오히려 호흡으로 또는 눈과 입을 통해 들어가는 보존제가 위험한데, 그것에 대한 주의는 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피부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 중 가장 튼튼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보존제가 입에 들어가거나 눈에 들어가면 인체에 유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기업이 양심적이라면 아기용 물티슈에 '눈이나 입을 닦지 말라'고 커다랗게 써놓아야 한다. 정부도 이 위험성을 안다면 기업에게 제품에 주의 문구를 쓸 것을 요청해야 한다." 

◇ "정부에 안전 무조건 맡기면 안 돼" 

물티슈가 화장품법에서 관리를 받게 된 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덕환 교수는 "소비자는 정부가 관리만 해주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정부가 나를 보호해줬으면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사회에 만연한 케모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에 대해 정부도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맞지만, 모든 책임을 정부에 넘기면 안 된다. 소비자의 노력과 인식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소비자 스스로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 만큼 자신이 쓰는 제품에 대해 정확히 알고 결정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도, 공기도 화학물질이다. 인간이 화학물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가 감당해야 할 숙명이다. 내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되고 독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화학물질도 적당한 수와 량을 사용하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단, 화학물질의 이익과 피해 정도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사람에 따른 편차가 큰 만큼, 정부가 개개인의 안전을 전부 관리할 수는 없다. 통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 나와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소비자 스스로도 공부를 하고 어떤 물질에 더 취약한 지 알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결정권은 소비자에게 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편리하면 다른 무언가를 감내해야 한다.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물티슈가 정말 두렵다면 쓰지 말아야 한다. 가제 수건, 건티슈를 들고 다니면서 물에 적셔 사용하면 된다"며 "이러한 불편이 싫다면,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물티슈를 입과 눈을 피해서 사용하고, 가능하면 빨리 물티슈를 사용한 피부를 깨끗한 물로 씻어줘야 한다. 무엇이 아이를 위한 것인지 재고해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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