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봄은 기다림의 끝판왕 같아요."
아침 라디오에서 김창완 씨의 포근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가 특유의 어쿠스틱한 말투로 기다려도 오지않는 야속한 봄을 '기다림의 끝판왕'이라 정의합니다. 사실, 입춘도 어느새 20여 일이 지났지만 23일 오전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직도 겨울입니다.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기다림이 더욱 간절해진 것이라면 차라리 직접 가서 만나면 그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로 가면 봄을 만날 수 있을까?'
퍼뜩 떠오른 곳은 창경궁. 특히 오늘처럼 눈과 미세먼지가 뒤섞인 날씨라면 창경궁 내 대온실이 정답입니다.
차를 몰아 창경궁에 도착해 입구를 들어서자 온통 새하얀 눈길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눈 쌓인 숲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들과 아직도 꽁꽁 얼어있는 춘당지 연못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는 아이들 모습은 미처 떠나지 못한 겨울의 끝자락을 실감케 합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눈길보다 더 하얀 대온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밤새 차가운 눈을 맞으면서도 끝내 봄을 지켜낸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어머! 진달래야? 완전 봄인데?"
온실 정문을 들어서던 시민들이 활짝 핀 진달래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3월에 피는 봄의 전령 진달래가 계절을 잊고 꽃을 피웠습니다.
개나리를 닮은 영춘화도 봄 냄새를 풍깁니다. 두툼한 겨울 점퍼를 입은 아저씨가 휴대폰을 꺼내 조심스레 담아봅니다.
아가씨 나무라 불리는 홍천조(명자나무)도 붉은색 자태를 뽐내고 4월에 피는 세복수초 역시 사진사 할아버지의 마음을 훔쳤습니다.
특히, 엄마, 할아버지와 함께 곧 다가올 봄을 미리 목격한 아이는 온실을 걸으며 이것저것 물어보기 바쁩니다.
다가오는 주말. 마냥 앉아서 오지 않는 봄을 원망할 게 아니라 직접 찾아 나서보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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