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비교 당할 운명의 쌍둥이... 동생은 ‘의문의 1패’
평생 비교 당할 운명의 쌍둥이... 동생은 ‘의문의 1패’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8.05.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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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트윈스 육아일기] 집에서라도 형-동생 호칭 안 쓰기로

아무래도 쌍둥이들은 비교당하며 클 운명을 타고 나나보다. 정확한 비교군이 바로 옆에 있으니 최소 1년 이상 터울이 있는 다른 형제들보다 더 할 것이다. 2분 먼저 태어난 선둥이 경빈이는 태어나자마자 이런 말을 들었다. “네가 그래도 형이라고 형 노릇 했구나”라는 말이다. 경빈이가 진통을 10시간 이상 견뎠기에 후둥이 경진이가 쉽게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어른들의 추측이 담긴 말이다. 아마 좋든 싫든 둘이 붙어 다녀야 하는 시간동안 경빈이는 어떤 상황에서든 저 말을 꾸준히 들어야 할 것이고 경진이는 매일 ‘의문의 1패’를 당한 기분을 느껴야 할 것이다.

◇ 나는 안 그런 엄마인 줄 알았는데, 매 순간 형제들을 비교하고 있었다

나는 비교당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그래서 애들만큼은 비교하지 않고 ‘너는 너 나는 나’대로 크도록 키우겠다고 다짐했지만 알고 보니 내가 제일 심하게 비교하는 엄마였다. 이제 만 8개월이 된 애들을 뭐로 비교할까 싶지만 오히려 더 많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경빈이는 경진이보다 뭐든지 2주 씩 빠르게 했다. 뒤집기, 되집기, 옹알이, 배밀이, 기어가기 같은 월령별, 시기별 발달이 경빈이가 조금씩 빨랐다. 똑같이 감기에 걸려도 경빈이는 금방 나았고,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것도, 안아 달라 우는 것도 경빈이는 경진이보다 좀 덜 했다. 그러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경빈이가 형아라고 이런 것도 먼저 할 줄 아는구나~ 아이 잘했어요”같은 말을 칭찬이랍시고 하고 있는 거다. 지금이야 아기들이 아직 어리니 다행이지만 나중에 말귀를 알아듣고 말을 하고, 걷고, 용변을 가리고, 글자를 깨치고 공부를 하는 나이가 되면 패배감이 얼마나 쌓일지 상상만 해도 속상하다.

경진이만 비교당하고 사는게 아니다. 그 반대의 상황도 있다. (이것도 물론 선입견일 테지만) 경진이는 둘째라 그런지 애교가 많다(고작 2분 차이로 형 동생 가리는 것도 민망하다). 경빈이의 웃음이 그냥 커피라면 경진이의 웃음은 'TOP'다. 경빈이보다 얼굴이 더 크고 볼 살이 많은 경진이는 100일 전부터 한 번 웃을 때 온 얼굴의 볼살을 이용해 눈웃음을 지었다. 어른들이 둘을 보며 똑같이 놀아줘도 경빈이는 좀 덜 웃고 경진이는 최선을 다해 웃는다. 그러다보니 경진이가 경빈이보다 더 관심을 많이 받는 편이다. 오며 가며 얼굴을 익힌 동네 이웃들 중 “나는 경빈이보다 경진이가 더 좋아”라는 말을 서슴잖게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아직도 난감하다.

어린이집 등원 전 잠투정 하는 선둥이 경빈이를 후둥이 경진이가 토닥이는 모습. 경진이도 의젓할 때가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른다. 부모인 우리 조차도. ⓒ전아름
어린이집 등원 전 잠투정 하는 선둥이 경빈이를 후둥이 경진이가 토닥이는 모습. 경진이도 의젓할 때가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른다. 부모인 우리 조차도. ⓒ전아름

◇ 2분 터울, 적어도 우리집에선 형-동생 호칭 쓰지 않으련다

쌍둥이 임신 소식을 알리고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얘네들 형, 동생이라고 부르게 할 거야”라는 질문이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온 쌍둥이 친구들은 동갑일지언정 고작 10분 차이 때문에 형이나 언니라는 호칭을 쓰곤 했으니 나도 자연스레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더라. 말이 의식을 규정한다고 ‘형’ 호칭을 쓰는 순간 자연스럽게 상하관계가 형성이 되고 형은 형답게 의젓한 모습을, 동생은 동생답게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강요받는다고 한다.

특히 또래들 사이에서 ‘동생’으로 규정된 아이는 은연중에 열등감을 학습하게 된다고. 살면서 원치 않게 비교당하고, 상처받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그 2분 때문에 경빈이에게 ‘형은 형 다워야지’라는 스트레스를, 경진이에게는 ‘형은 잘 하는데 너는 왜?’라는 비교로 상처주고 싶지 않다. 나부터 말 하는 습관을 고쳐야겠다. “경빈이가 형아라서 잘하는 구나”를 “경빈이는 이걸 잘하는구나”라고. “우리 경진이는 경빈이보다 예쁘게 생겼네”를 “우리 경진이는 웃는게 정말 예쁘구나”라고. 누가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하면 우리 집에서는 형 동생 따로 없이 자기 개성대로 자연스레 커 가는 경빈이, 경진이만 있을 뿐이라고!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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