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3년, 부모와 아이가 모두 달라졌어요
공동육아 3년, 부모와 아이가 모두 달라졌어요
  • 기고/김명숙
  • 승인 2012.05.03 10:1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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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 도서출판 나무발전소 대표의 공동육아 체험기

'도토리 골든벨' 시간. 교사들은 아이들이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일주일 후 독서퀴즈 시간을 갖는다. 손을 번쩍 든 남자아이가 필자의 큰 아이다. ⓒ도토리 홈페이지
'도토리 골든벨' 시간. 교사들은 아이들이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일주일 후 독서퀴즈 시간을 갖는다. 손을 번쩍 든 남자아이가 필자의 큰 아이다. ⓒ도토리 홈페이지

 

벌써 두 해가 지났다.

 

“언니, 우리 동네로 이사와요. 아이 키우기는 이 동네가 괜찮아.” ‘도토리방과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언니, 공립초등학교 보낼 거지, 학교 근처에 도토리라는 곳이 있어.” “도토리?” “응 방과 후 학교야.”

 

본격적인 이사를 준비하면서 인터넷으로 도토리방과후도 알아보았다. 도토리는 방과 후 초등 저학년들을 돌봐주는 곳이었다.

 

카페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선생님이 두 분이 계시고 성미산에 나들이도 자주 가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 1학년 한 달 동안은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선생님이 학교로 마중 나온다고 한다니 우선 안심이 됐다.

 

그리고 동영상 자료도 있었다. 송년 행사였는데 엄마 아빠들이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장기하의 ‘달이 차오른다’라는 노래에 맞춰 미미시스터즈의 율동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폭탄머리에 고무장갑을 끼고 종이로 만든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 무표정하게 서 있다가 ‘달이 차오른다~’에 맞춰 미미시스터즈의 율동을 따라하는 장면이라니, ‘와우, 재미있는 곳인걸.’

 

이렇게 해서 ‘도토리 방과후’에 신청서를 내고 조합원이 됐다. 1990년대 초 공동육아 형태로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이사를 오게 되고 필요에 의해 다른 형태의 조합을 만들게 되면서 성미산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마을에 조합 형태로 구성된 조직은 두레생협, 작은나무카페, 마을 배움터, 동네부엌, 성미산 밥상, 마을 금고, 되살림 가게 등등이 있다. 도토리도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게 되면서 방과 후 돌봄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토리는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전세금을 마련해 이사철이 되면 터전을 옮겨 다녀야 했으나 2011년 영구터전을 마련해 이사에서 자유로워졌다. 터전? 도토리가 공동육아조합이라는 것도 모르고 시작한 탓에 처음에는 이곳에서 사용하는 용어부터가 낯설었다. 공동날적이, 나들이, 별명, 아마, 들살이, 모꼬지, 터전….

 

공동날적이는 터전 생활과 집에서의 생활을 연결해 주는 매체이자 아마(엄마아빠의 줄임말)와 교사 간의 소통의 장이다. 아이에 대해 교사에게 알리고 싶은 것, 고민되는 점, 집에서의 생활이야기 등 교사는 아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그 아이의 세세한 부분까지 소통할 수 있다. 아이들의 일상생활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교사의 공동날적이를 통해 알 수 있다.

 

후두둑과 함께하는 흙놀이 시간. 후두둑은 공동육아 교사들 사이에는 꽤 유명한 흙놀이 선생님이다. 매회 후두둑이 이야기 주제를 가져오고 아이들은 자신이 구상하는 이야기에 맞게 흙놀이를 진행한다. ⓒ도토리 홈페이지
후두둑과 함께하는 흙놀이 시간. 후두둑은 공동육아 교사들 사이에는 꽤 유명한 흙놀이 선생님이다. 매회 후두둑이 이야기 주제를 가져오고 아이들은 자신이 구상하는 이야기에 맞게 흙놀이를 진행한다. ⓒ도토리 홈페이지

 

부모는 1년에 2~3회 아마 활동을 해야 한다. 아마활동이란 부모가 일일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하는데, 아마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가지고 아이들과 놀 거리를 준비해 와야 한다.

 

예를 들면 화가인 아마는 아이들과 세밀화 그리기를 함께 할 수도 있고, 약사인 아마는 현미경을 가져와 현미경 보는 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잘 놀아주는 아마는 아이들을 운동장에 데려가 신나는 신체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도 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부모는 내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의 친구관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다양한 어른들과 소통을 체험한 아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실천하는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또래 관계도 원만하게 풀어가며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에서 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이를 도토리에 보내게 되면 조합원으로써 권리가 생기지만 의무도 따른다. 공동육아라 교사, 부모,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할 부분이 많다. 모든 것은 교사회와 학부모 대표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2012년 현재 도토리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 별명이 ‘바하’인 선생님과 마을합창단 지휘자이자 현직 가수 애기똥풀 선생님, 두 분과 1학년 11명, 2학년 7명, 3학년 1명이 생활하고 있다.

 

워킹맘으로서 아이에게 필요한 시설을 알아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알아보는 게 고작이었지만 아이를 직접 시설에 보내고 체험한 동네 엄마들의 평가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워킹맘들은 동네에서 네트워크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십상이다.

 

공동육아에 대한 지식도 고민도 없었던 부모였지만 공동육아를 3년여 체험해 보니 도토리는 맞벌이 부부이면서 놀이와 관계, 감성 위주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에게 맞춤한 곳인 것 같다.

 

성미산 마을은 필요하다고 느끼면 마을 사람들끼리 의논하고 조합을 만들어서 자체 해결하는 분위기여서 마을 사람들끼리 모임이나 소통이 원활한 편이다.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고 하는데,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내 아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그러 해야 하는 것이다.

 

도토리를 통해서 나는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의 소중함, 마음을 열고 재능을 나누고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만들어 가면서 공동의 고민을 해결해가는 법을 알게 됐다. 조합원들의 1박2일 MT인 모꼬지를 마치고 돌아오던 날 자판기 음료를 먹겠다고 떼를 쓰던 아들도 변했다. 이제는 탄산음료는 어쩌다 가끔 먹으면 좋고 안 먹어도 상관없는 음식이 됐고, 생협에서 파는 심심한 과자도 좋아하게 됐다. 작은나무 카페에서 사먹는 유기농 아이스크림이 맛있는 줄 안다.

 

도토리에서 나름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날은 “엄마 도토리란 건 왜 있는 걸까”라고 심각한 고민을 고백하다가고 “엄마 사실, 난 도토리 좋아한다”라며 학교 가는 것보다 도토리 가는 걸 더 좋아하는 아들 아이. 도토리가 없었다면 엄마가 찾으러 갈 때까지 학교 앞 사설 학원에서 공부란 걸 하고 있었겠지….

 

아들도 내년이면 도토리를 졸업하게 된다. 졸업을 하게 되더라고 4학년이라 다른 돌봄이 필요할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불안해하지 않을 것 같다. 마을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테고, 또 혼자 키우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키우는 게 훨씬 품도 덜 들고 재미도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무슨 방법이 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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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 2012-05-17 02:55:00
경험해 보고 싶어영
경험해 보

luck**** 2012-05-04 01:29:00
공동육아.
경험해 보고

wo**** 2012-05-03 18:11:00
좋은정보.
읽고 또 읽어보았네요.
저에게 정

slc**** 2012-05-03 12:26:00
공동육아...
한번쯤 꼭 경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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