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고령임신의 빛과 그림자
'내 나이가 어때서?' 고령임신의 빛과 그림자
  • 칼럼니스트 손유경
  • 승인 2018.06.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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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임신, 건강한 출산] 고령임신 펙트체크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많은 임신 합병증이 나이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건강하게 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베이비뉴스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많은 임신 합병증이 나이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건강하게 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베이비뉴스

박막례 할머니를 아시나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 같았던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입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대한민국 대표로 미국 구글 본사로부터 초대를 받기까지 하셨답니다. 인간 수명 100세 시대에 70세는 청춘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도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까요? 이번 칼럼에서 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 팩트체크 1. 고령임신의 정의 

산부인과학적으로는 출산예정일에 산모 나이가 만 35세가 넘으면 고령임신(노산)이라고 합니다. 첫 아이든 둘째 아이든 상관없습니다. 

◇ 팩트체크 2. 고령임신의 역학

해가 갈수록 고령임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6년 출생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평균출산연령은 32.2세이며 고령산모 구성비가 26.4%라고 합니다. 이 말은 출생아 4명 중 1명꼴로 고령산모가 낳았다는 말입니다. 필자의 병원 역시 우리나라 통계보다 좀 더 고령산모 비율이 높아서 전체 분만의 약 30%가 만 35세 이상의 고령산모입니다. 특히 이들 중 약 10%는 만 40세 이상입니다. 오히려 20대 임산부를 만나기가 힘들답니다.

◇ 팩트체크 3. 고령임신의 산과적 합병증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것이 ‘자궁외 임신’과 ‘유산’입니다. 고령임신에서 자궁 외 임신 위험성이 약 4~8배 증가됩니다. 자궁 외 임신이란 자궁내막 이외의 부위, 즉 나팔관, 자궁각, 자궁경부, 복강 내에 아기집이 자리잡은 비정상 임신입니다. 초기에 혈액검사나 초음파 검사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조기에 진단되면 약물치료가 가능하므로 임신 반응검사에서 양성을 확인한 뒤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의 나이가 많을수록 자연유산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임신 7주 이후 유산 빈도에 대한 한 연구에 의하면 33세 미만 여성에서는 9.9%가 유산된 반면 35~37세는 13.7%, 38~40세는 19.8%, 41~42세는 29.9%, 그리고 42세 이상에서는 36.6%의 유산율을 보였습니다. 

이후에는 염색체 이상과 태아 기형에 대한 두려움 차례입니다. 여성의 나이가 많을수록 태아의 이수성(aneuploidy) 위험성이 증가하는데 세포분열 과정에서의 염색체 비분리 현상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한 것이 21번 염색체 수적 이상인 다운증후군입니다. 염색체 가 정상이라도 몇몇 구조적인 기형은 임산부의 나이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심장 기형입니다. 

임신 후반부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산과적 합병증 중에도 산모의 나이와 관련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임신성 고혈압(임신중독증)과 임신성 당뇨가 대표적입니다. 노화 자체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다태임신, 다산력, 본태성 고혈압과 현성 당뇨 같은 만성질환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태반이상도 더 빈번해 초임부라도 전치태반의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전치태반은 제왕절개 분만을 해야 하며 산후출혈 위험이 높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있는 임산부에서 태아성장저하, 조산, 자궁내태아사망 위험이 증가합니다. 또한 임산부의 나이가 많을수록 다태임신도 증가합니다.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을 이용하지 않은 자연임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혈압, 당뇨, 전치태반, 다태임신은 결국 주산기 합병증 및 사망율과 관련돼 아기와 엄마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 팩트체크 4. 고령산모의 분만

고령산모에서 난산의 빈도가 더 높고 제왕절개 분만이 증가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합병된 경우가 더 많고, 태아 위치 이상, 유도분만이 많기 때문입니다. 단지 고령임신이라고 해서 제왕절개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나, 산모와 가족이 진통을 원하지 않고 바로 수술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통을 하다가 진행이 잘 되지 않는 것을 진행부전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자궁의 기능장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며, 자궁문이 다 열리더라도 태아가 산도를 완전히 빠져나올 때까지 시간이 고령임신에서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 선진국에서는 흔하지는 않지만 임신 출산과 관련된 모성사망도 고령임신에서 증가합니다. 

그렇다면 고령임신은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을까요?

‘무릇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 가장 효율적으로 잘 이뤄지는 때가 있다는 말입니다. 육체적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만 35세 이전에 임신과 출산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어떤 일이 잘 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무한한 인내심, 자제력, 순발력, 문제해결능력, 자존감, 회복탄력성 등 수많은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나이가 많다고 꼭 성숙한 것은 아니지만, 이 능력들 중 상당수는 살아온 날이 많을수록 향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적인 상황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해 아이가 내 인생의 걸림돌이 아니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임을 감사하게 여길 수 있는, 마침 좋은 때에 엄마가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낙천적인 사람도 임신을 하는 순간 불안감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어집니다. 자신과 아기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끊임없이 불안하고, 불안감이 아기한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더 불안해 합니다. 그런데 적당한 불안은 나쁜 감정이 아닙니다. 위험을 인지했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므로 적절한 불안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해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은 아닙니다. 많은 임신 합병증이 나이와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건강하게 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존재하는 위험성을 인정하고 예방 가능한 일은 예방에 주력하면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임신 중 미래에 대한 지나친 불안과 걱정에 압도돼 오늘 태중에 아기를 품고 있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고령임신부의 계획임신과 산전관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나이가 적어서, 나이가 적지 않아서, 나이가 적당해서... 아기를 기다리는 모든 날이 좋기를!

*칼럼니스트 손유경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산부인과를 전공했으며 현재 도곡함춘산부인과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산과 전문의이자 국제인증수유상담가(IBCLC)로서 임신과 출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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